나는 아주 오래 방황하다 아르바이트처럼 일하던 학원강사를 거쳐 늦은 나이에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첫 회사에서는 몇 달 못 가 짤렸지만 두 번째 회사에서는 운이 좋았다. 일이 빡세지도 않았고 칼퇴하다 짤릴 뻔한 후로는 칼퇴는 못했지만 거의 6시 15분~30분 사이에 집에 갔었고 야근도 별로 없었다. 근데 그렇게 힘들었다. 회사 생활이. 괴롭히는 사람도 없었고 다들 잘해주는 편이었고 월급도 꼬박꼬박 나왔고 일도 많지 않았고 야근도 거의 안했고 그야말로 꿀직장인데, 그런데도 그렇게 힘이 들었다. 힘들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그냥 회사생활이라는 거 자체에 좀 숨이 막혔던 것 같다. 출퇴근길도 지옥같았고. 아무도 눈치를 안 주는데도 온갖 사람의 눈치가 다 보이고. 혼자 있고 싶어서 비상구 계단이나 화장실에 잠깐씩 가 있기도 했다. 점심시간엔 할 수 있으면 혼자 주변 산책을 하고. 그게 그나마 숨통트이는 시간이었다.
다들 이러고 사는 건데 왜 나는 이걸 견디지 못하나.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지만 그런다고 견뎌지지는 않았다.
힘들 이유가 하나도 없지만 힘들어 죽을 것 같아서, 이렇게는 계속 못 살겠어서 살길을 찾다가 번역가가 눈에 띄었다. 스펙도 없고 경력도 없고 딱히 재주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리 없었는데 영어도 사실 그렇게 자신있는 건 아니지만 통역은 아니어도 번역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번역 수업을 들었다. 번역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이거라면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번역가로 데뷔도 하기 전에 좀 성급하게 회사를 그만둬버렸다.
회사를 다니기가 너무 싫어서, 회사를 안 다니고도 먹고 살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번역이라는 일을 발견했다. 나한테는 생존의 문제였다. 살기 위해서, 살 길을 찾다가 번역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