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바쁜 것도 사실이지만 글을 못 쓸 정도로 바쁜 건 아니었다. 쓰려고 하면 충분히 쓸 수 있었는데. 그냥 좀 귀찮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려워서인지 요즘 유독 좀 피로한 느낌인데 그게 다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책상 앞에 더 앉아 있기도 싫고 키보드를 더 치고 싶지도 않아서 '오늘은 글을 쓸까' 하다 관둔 날이 많았다.
그 사이 봄이 오고 개나리랑 벚꽃이 피고 지고.
간만에 일이 일찍 끝났다. 매일 밤늦게까지 하는데 오늘은 초저녁에 끝났다. 시간이 남는 김에 글을 쓸까 하고 브런치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한 자도 못 쓰고 창을 껐다. 쓰고 싶지 않았다. 자꾸 다 귀찮고 의욕이 없는데 우울인 걸까.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핸드폰을 들고 침대에 누웠다가 뭐라도 쓰자 하고 핸드폰으로 쓰는 중이다.
요즘 보컬레슨을 받고 있다. 생각보다 레슨비가 비싸서 부담스러웠는데 질러버리고 말았다. 벌써 한 달 반이 됐다. 어제 레슨에서는 선생님한테 많이 좋아졌다고 내가 배우는 게 빠르다는 말을 들었다. 매우 예민하고 머리가 좋은 것 같다고. 배우는 능력이 있다고. 음.. 레슨비가 부담스러워서 쉴까 했는데 그 말에 그냥 계속할까 팔랑이는 마음.. 선생님이 내 맘을 꿰뚫어 보고 당근을 준 건 아닐까. 목소리 내는 법이 달라지긴 했다.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뭔가 달라진 건 확실하다.
얼마 전에 듀오링고를 깔았다. 유학 가기 전에 프랑스어를 두어 달 배우고 대학가서도 일 년 수업을 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완전히 놓아버려서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배웠던 거라고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책도 사고 유튜브에서 영상도 찾아봤는데 다 그냥 작심삼일. 책 펴고 공부할 것 같지는 않아서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듀오링고를 깔았다. 근데 이게 꽤 중독적이다. 게임 같은 느낌이 있어서 조금만 지루하면 하게 되고 한 번 하면 몇 개씩 하게 되고 일하다 말고도 하게 되고. 좀 도파민 중독 같기도 해서 이대로 괜찮나 싶고. 그리고 이게 재미는 있지만 문법공부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며칠 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나는 집에 틀어박혀서 혼자 일하다 보니 가족 외에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데 그날은 콘서트 전에 어쩌다 알게 된 언니들이랑 막 떠들고 어쩌다 알게 된 친구도 만나고. 처음 만난 옆옆 자리 사람과 끝나고도 한동안 얘기를 나눴다. 일본분이었는데 오랜만에 일본어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랜만이라 버벅거리기는 했지만. 날씨도 너무 좋았고 여러모로 무척 즐거운 날이었다.
요즘 너무 먹어서 살이 찌고 있는데 계속 뭐가 먹고 싶다. 먹는 걸 좀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오늘도 잔뜩 먹었다.
다 귀찮고 먹는 거에 집착하는데다 도파민 중독까지.. 심상치 않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한다고 했더라. 뭔가 들은 건 있는데 생각이 안 난다.
써야 할 글은 안 쓰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거렸다. 뭐라도 쓰자는 마음이었으니까 이거라도 쓰면 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