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여성들과 무엇인가 최초로 이룬 여성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곽아람 저자는 200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2021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출판팀장을 맡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원대한 소망에서 공부하는 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이 더 쉽기에, 자신을 다독여 가며 단련시키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에 공부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교양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고 손에 잡히는 실체로서 보여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 전에 서울대를 다니면서 들었던 교양 수업에서 느끼고 배운 점들을 설명한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그 당시의 수업 교재도 기억하고 있고 디테일하게 많은 부분을 묘사한다. 미술사 입문, 고고학 입문, 프랑스 산문 강독, 동양 미술사 입문, 영시의 이해, 인도 미술사, 서양 미술사 입문, 중국어, 서양 문명의 역사,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독일 명작의 이해, 일본 미술사, 종교학 개론, 심리학 개론 등의 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뇌가 아직 유연하고 젊음의 가소성이 최고치에 다다라 공부가 쉬이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이 있었던 시절, 공부가 남긴 흔적에 대한 이야기. 공부한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으면 헛되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대학 시절의 공부는 잊히는 과정에서 정신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거기에서 졸업 후 이어질 고단한 밥벌이의 나날에 대한 자그마한 위로가 될 싹이 움튼다. 그것이 공부의 진정한 쓸모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라는 말이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쓸모도 없는 공부" 를 가르치는 대학에 대한 갖은 회의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대학에서의 공부를 통해 한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은 40 대 직장 여성이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보낸 20 대 초반을 돌아보는 성장기가 되었다.
인문학을 비롯한 순수 문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이 책은 참 반갑다. 아무리 낡고 지루하다고 해도,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인문학의 기본은 긴 텍스트를 읽어내는 훈력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책상머리에 묵직하게 앉아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의 기본은 언제나 아날로그다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런 대학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과 함께 '공부란 무엇인가?' 와 정여울 작가님의 '공부할 권리' 도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