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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스페인, 선물 같은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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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다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새삼 선물처럼 다가옵니다. 유년기와 20대, 30대 초반까지 스페인에서 20녀을 지냈지만 지난 15년은 한국에서 살았기에, 익숙해야 할 풍경조차 다시 마주하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에서의 일상은 당연했지만, 이렇게 멀리 떠나 있으면 언젠가 그곳도 또 다른 특별함으로 다가오겠지요.


스페인에 돌아와서 제 마음을 가장 크게 채워주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시간의 무게가 주는 울림.
마드리드 시내를 걷다 보면 불쑥 16세기 다리가 나타나고, 도심 한복판에서 19세기 식당을 발견합니다. 주말에 산을 오르다 보면 2,000년이 넘은 옛길이 이어져 있고, 톨레도에서는 800년이 넘는 대성당이 여전히 장엄하게 서 있습니다. 마드리드에만 100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은 이 도시 자체가 하나의 역사서임을 말해줍니다. 한국에서는 100년 된 건물만 보아도 감탄하곤 했는데, 이곳의 시간은 늘 저를 겸허하게 만듭니다.


둘째,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스페인에는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는 회식 문화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저녁 식탁은 가족과 함께하는 자리로 남아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자연스럽게 가족 모임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흘러가는 웃음과 대화가 일상을 든든하게 지탱해 줍니다. 바쁘고 효율이 우선이던 한국의 일상과는 또 다른 무게입니다.


셋째, 아침 산책이 일상이 된 삶.
맑은 날씨 덕분에 하루를 야외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산책을 하고, 주말이면 등산을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 하루 1~2시간은 운동에 투자합니다. 산책을 마치고 나면 스포츠 센터에서 한 시간쯤 더 몸을 움직이며 하루를 열어 갑니다. 이렇게 아침을 걷고 움직이는 습관이 쌓이며, 몸도 마음도 한결 단단해집니다.


돌아와 보니, 스페인에서의 삶은 단순한 일상이 아닙니다. 역사의 깊이와 가족의 온기, 그리고 건강을 지켜주는 자연이 어우러진 매일은 그 자체로 오래 기억될 선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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