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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경제 ‘기적’? 장바구니 앞에서 멈추는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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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페인 경제 뉴스는 낙관적인 지표로 가득합니다.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3%**에 근접했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13년 만에 스페인에 A등급을 부여했습니다. 대외수지는 GDP의 **4.3%**에 달하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고,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는 2000년 이래 최저 수준입니다. 저축률도 사상 최고치에 올라 독일과 비교될 정도입니다.


수치만 보면 스페인 경제는 ‘성공 사례’로 불릴 만합니다.


숫자와 체감 사이의 간극

그런데 길거리와 가정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다릅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마트에 가면, 팬데믹 이전보다 평균 35% 이상 오른 식료품 가격이 바로 체감됩니다. 장바구니가 비어 보이는 경험 앞에서 “경제가 잘 나간다”는 뉴스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이 괴리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납니다.
흥미롭게도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국가 경제는 나쁘다”고 답하면서도, 동시에 “내 가정 경제는 괜찮다”고 말합니다. 겉보기에는 모순 같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시각이 공존하는 겁니다.

집단적·거시적 차원에서는 비관적으로,

개인적·미시적 차원에서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이중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죠.


이번 성장의 다른 점

이번 성장 국면은 과거의 부동산 버블과는 다릅니다.

디지털 투자 확대 – 코로나 이후 예상보다 많은 투자가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자산으로 흘러갔습니다.

민간 소비 주도 – 공공지출이 아니라 가계 소비가 회복을 견인했습니다.

구조적 이민 – 일시적 건설 노동력이 아니라, 은퇴 세대를 대체하는 장기적 인력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부채 축소 – 이번에는 빚으로 성장한 게 아니라, 저축과 수출입 개선이 바탕이 됐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이번 사이클을 “거품이 아닌 비교적 건전한 성장”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풀리지 않은 문제들

물가 부담: 생활비, 특히 식료품 가격 상승은 여전히 가계의 체감 경제를 압박합니다.

불평등 확대: 고령층과 자산가들의 저축이 통계를 끌어올리지만, 젊은 세대와 저소득층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습니다.

주거 문제: 월세와 주택 가격은 스페인 사회에서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힙니다.


경제학자 Guillem López는 “저축률이 사상 최대라는 수치는 사실상 고소득층과 자산가들의 이야기일 뿐, 소득 하위층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론: 지표와 삶의 괴리

스페인 경제는 지금 확실히 잘 달리고 있습니다.
GDP, 신용등급, 저축률, 대외수지 등 모든 수치가 이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여전히 호황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물가, 불평등, 주거 문제와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성장의 과실이 가계에 도달하는 속도를 늦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 Raymond Torres의 말처럼,

“지표상으로는 지금보다 더 잘 살아도 된다.”


그러나 숫자가 보여주는 낙관과 사람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합니다.


� 주장의 핵심은 이겁니다.
“스페인 경제는 수치상 호황이지만, 국민 다수는 여전히 체감하지 못한다. 이유는 물가·불평등·주거 문제와 같은 구조적 현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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