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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Jul 24. 2019

일간 크로스핏 : 의식의 흐름대로.

나를 채우는 시간.


혼자 운동을 해야 할 때, 어떤 운동을 할지 모르겠을 때, 뭔가 운동은 하고 싶으면서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어떤 WOD를 만들어서 운동하지 모르겠을 때, 무언가 생각하고 운동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면 의식의 흐름대로 내가 아는 운동을 하나하나 수행해 나간다. 유산소 운동 깔짝깔짝, 코어운동 깔짝깔짝, 맨몸 운동 깔짝깔짝, 철봉에서도 깔짝깔짝 이것저것 깔짝깔짝 한다. 이렇게 갈무리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따금 운동하러 온 건지, 그냥 시간 때우러 온 건지 대 혼란이 찾아온다. 그렇게 찾아온 대혼란도 잠시 운동을 했음을 증명해주는 땀에 젖은 머리와 티를 보며 '아 운동을 하긴 했구나'라며 자기만족을 한다. 때로는 이 갈무리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한 운동이 더욱 높은 운동 집중도와 효과를 얻을 때가 있다. 



그리고 오늘의 글 역시 갈무리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운을 떼었고-계속 그렇게 쓸 작정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오늘 WOD(Workout of the day)를 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의식의 흐름대로 나만의 운동을 진행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혼자 나만의 운동을 할 때면 남들과 다른 시간 개념을 가지고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남들에게는 운동의 시작과 휴식을 알리는 그러니까 천국과 지옥을 알리는 알림음이 내게는 아무런 의미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과 의식의 흐름 속에서 운동을 하다가 나만의 EMOM (Every Minutes On the Minutes) 운동을 계획했다. 



짧은 시간에 운동효과를 크게 보고 싶어서 매분마다 수행할 운동을 바 머슬업(Bar Muscle up) 5개로 정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5라운드까지는 아무 이상 없이 할 수 있었으나 6라운드부터 손바닥이 뜨겁게 아파오기 시작했고, 7라운드가 끝나고 손바닥을 확인하니 가운데에 피 섞인 커다란 수포를 생겨있었다. 피 섞인 수포를 보니 더 운동을 했다가는 터질까 봐 겁이 나서 운동을 포기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3라운드뿐이 남지 않았다는 수학적 계산으로 운동을 멈추지 않고 강행을 결정했다. 크게 호흡하고 8라운드 바 머슬업을 시작했고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곧장 손바닥을 확인했다. 아뿔싸 - 마찰을 이기지 못한 수포가 끝내 작은 구멍을 보이며 찢겨 있었다. 



거기서 운동을 멈춰야 했지만 아직 작은 구멍이기에 괜찮을 거라는 합리화로 1라운드만 더 해보겠다는 미련한 오기를 부렸다. 미련한 오기로 시작한 9라운드를 하던 중 손바닥에서는 찢기는 느낌이 났고 운동을 끝내고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손바닥을 확인했다. 피 섞인 수포는 완전히 뜯겨있었고 아드레날린에 숨어있던 통증이 그제야 모습을 들어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나는 미련하게 손바닥이 아작 나고 나서야 EMOM 10분 바 머슬업 5개 운동을 그만두었다. 정말 미련한 행동이었지만 그래도 찢긴 손바닥을 보며 열심히 운동을 했구나 하며 자기만족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늘 찢어지고 아작 나는 손바닥을 훈장처럼 여겼고 그 훈장을 의식의 흐름대로 운동을 한 결과로 얻을 수 있었다. 



이 글도 결국 오늘의 운동처럼 그러할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썼지만 결국 마침표를 찍을 것이고 마침표를 찍은 글을 통해 훈장을 받은 듯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운동하며 얻은 손바닥 훈장이든, 의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의식의 흐름대로 갈무리 없이 쓴 글에서 마침표 찍었든 이 모든 것들이 온전히 스스로가 창조해낸 내 시간을 빼곡히 채운 증거이다. 남들과 다 똑같은 챗바퀴를 달리며 보내는 같은 시간, 같은 나날 그렇게 같은 걸로만 채우는 것 이상으로 오늘처럼 내 의식만으로 내 시간을 채우는 것 역시 굉장히 의미로운 것이다. 온전한 나만의 의식- 나만의 시간 캬--멋진 하루다. 이 멋진 오늘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할 것도 많은데.... 아씨....



오늘의 일간 크로스핏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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