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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Jun 29. 2019

일간 크로스핏 : 읽씹과 안읽씹.

타인을 생각하는 사려깊은 마음을 가지기까지.


1. 아침이면 알람이 울리고 그 소리는 나를 깨운다. 겨우 정신을 차려 시신경에 온 에너지를 모아 가장 먼저 스마트폰 찾는다. 그렇게 시아에 들어온 스마트폰을 향해 곧장 손을 뻗어 집어 올린 뒤 알람을 끈다. 그리고 곧장 카카오톡에 떠있는 숫자를 확인하고 확인하지 않은 카카오톡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곧장 미한에게 졸린 모양 혹은 잠자고 있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카카오톡과 함께 아침을 시작한 만큼 일과 중 카카오톡과 나의 밀접성은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가깝다. 게다가 회사 상사의 업무 지시와 보고까지 카카오톡으로 오고 가니 카카오톡과는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 없다. 그렇게 카카오톡과 온종일 하루를 보냈음에도 잠이 드는 순간까지 카카오톡은 나와 떨어지지 않는다. 잠이 드는 순간까지 미한과 카톡을 하거나,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톡을 하다가 잠이 들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연애를 하고 있든, 연애를 하고 있지 않든 우리나라 사람들과 카카오톡은 굉장히 밀접한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이 추측은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알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낳은 수많은 유행어들이 방증한다. 그 수많은 유행어 중 카카오톡의 특징을 가장 달 담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 일상에 가장 가까운 유행어로 시작해 이제는 표준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읽씹(수신된 메시지를 확인하고 무시하는 행동)'과 '안읽씹(수신된 메시지를 확인은 했지만 읽지 않고 무시하는 행동)' 이 있다. 


2. 지금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 카카오톡이 등장하기 전 카카오톡의 역할을 해주었던 기능은 '문자 메시지'였다. 당시  문자 메시지 서비스는 지금과 달리 통신사에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양껏-맘껏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당시 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아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듯 문자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며 문자 서비스를 애용했다. 더불어 지금 초. 중. 고등학교에는 데이터 셔틀, 와이파이 셔틀이 문제라면 당시에는 문자 셔틀이 있었다. 다만, 지금처럼 큰 화두가 되지 못했을 뿐이지 내 생각에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다고 본다. 단 한 명의 선생님도 인지 하지 못했던 어둠의 셔틀 문화였으니 말이다.  


심각한 얘기는 뒤로하고 나 역시 문자를 사용하던 그 시절 아싸가 되고 싶지 않아 문자 메시지 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해서 핸드폰을 사용했다. 지금의 카톡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던 문자 메시지의 천하는 평생 갈 것 같은 기세였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이용료도 없이 문자 메시지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함은 물론이고, 문자와 함께 귀엽운 다양한 이모티콘과 사진 파일까지 전송하며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톡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톡은 등장과 동시에 스마트폰 필수 설치-사용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엄청난 기세와 인기로 등장한 카카오톡 때문에 "문자 왔숑 문자 왔쑝"을 외치며 문자 메시지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탈탈 털던 통신회사들은 위기의식을 느껴 카카오톡을 흔들었다. 카카오톡을 향한 각종 비난은 물론 가짜 뉴스 그리고 유료화로 전환된다는 악성루머를 소비자들에게 퍼뜨리며 말이다. 통신사의 흔듦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소비자들은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와 기능을 애용하였고, 이 소비자들의 애용 덕분에 카카오톡은 지금까지도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스마트폰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와 기능은 항상 신선했고 너무 만족스러웠다. 


문자만 이용하다 카카오톡을 처음 이용하게 된 그 시점 내게 가장 신선했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카카오톡의 서비스 또는 기능은 숫자 1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능이었다. 카카오톡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숫자는 발신자가 수신자를 향해 문자(사진이나 동영상 혹은 링크)를 보냈을 때 나타나고, 이 숫자는 수신자가 발신자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사라진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기능은 수많은 소심한 짝 사랑꾼들의 수명이 연장시켜주는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본다. 


경험상 소심한 짝 사랑꾼 들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상대방 면전에서 고백할 용기가 없다. 근데 이건 도저히 고백을 안 할 수가 없다 싶을 때 겨우 용기 내서 고백한다는 것이 문자 고백이다. 겨우겨우 용기 내서 문자 고백을 해보지만  곧장 기다림이라는 큰 난관에 부딪히며 수명이 단축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문자 메시지는 카카오톡과 달리 상대방이 문자를 읽었는지, 읽고도 반응이 없는 건지, 안 읽은 척 읽은 건지, 제대로 보내진 건 맞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직접적인 반응을 보일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카카오톡은 위와 같은 소심한 짝 사랑꾼들의 수명이 단축되는 기다림을 말끔히 해소시켜주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는 서두에서 밝힌 읽씹과 안읽씹 기능 덕분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는 순간 사라지는 숫자를 통해 고백의 행방을 추적할 수 있으며, 시간이 흘러도 숫자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그 응답 아닌 응답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나름 긴 시간 크로스핏을 하면서 크로스핏과 연관된 생산적인 어떤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 결과 지금처럼 브런치에 '일간 크로스핏'과 '주간 크로스핏'이라는 주제로 크로스핏에 관련된 글을 연재하게 됐다. 하지만 많은 구독자들 내 연재 글을 읽어 주지는 않는다. 많은 구독자와 애독자를 생산할 만큼 내 글쓰기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크로스핏이라는 종목이 아직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크로스핏의 낮은 인지도 때문인지 SNS에서 크로스핏과 관련된 글이나 만화를 만나게 되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언제나와 같이 인스타를 구경하고 있던 내게 미한으로부터 종이비행기가 하나 도착했다. 그 종이비행기에는 인스타툰이 실려있었고, 그 인스타툰의 주제는 놀랍게도 '크로스핏'이었다. 세상에! 크로스핏을 주제로 인스타툰을 제작 게시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더불어 캐릭터도 나름 귀여움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금세 그분의 인스타툰을 역주행했고 팔로워를 눌렀다. 그리고 혹시 모를 그분의 답글을 기대하며 크로스핏 관련 인스타툰을 만나 너무 반가웠고 좋았다는 감정을 담은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내 댓글의 답글은 달리지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댓글에 답글이 달리는 모습만 손가락 빨면서 구경해야 했다. 그렇다 정황상 나는 '읽씹'을 당한 것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카카오톡과 SNS를 해온 지난 시간 나는 현실과는 다르게 카카오톡을 포함한 모든 SNS에서 늘 내 멋대로였다. 수신된 메시지나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읽고 싶으면 읽고, 읽기 싫으면 읽지 않았고 메시지나 댓글의 경중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맞춰 내 멋대로 답장을 하든 댓글을 달든 읽씹을 하든 결정하고 행동했다. 내가 하는 이 행동이 편하다 보니 분명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는 자기중심적인 판단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읽씹을 당하는 입장이 돼보니 지난 시간 정말 나쁜 행동을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작든 크든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해왔음을 진심으로 깨우치게 됐다. 


사실, 이번에 읽씹을 당하고 내 잘못된 행동을 깨우치고 반성을 하는 경험을 하기 훨씬 전부터 카톡이든 SNS에서든 내 멋대로 행동하는 태도를 미한의 지적을 통해 인지는 해왔다. 다만, 그때는 내가 당하고 상처 받지 않아(이 사건 훨씬 전부터 인지하지 못했을 뿐 많은 순간 읽씹과 안읽씹을 당했을 것이다...) 크게 잘못된 행동인 줄 몰라 깨우치고 반성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하게 알았다. 미한의 말은 늘 신뢰하고 따라야겠다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주의도 좋지만 때로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넣어두고 이타적인 생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더불어 더욱 열심히 '일간 크로스핏'과 '주간 크로스핏'을 써서 내 댓글을 읽씹 하신 크로스핏 인스타툰 작가님이 내 글에 댓글을 달도록 만들 것이다. 댓글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작가님이 성지순례 오듯 오늘의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주소가 담긴 답글을 달 것이다.  



TO. 크로스핏 인스타툰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작가님이 이 곳에 오기까지 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지난 제 글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답글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더불어 작가님의 인스타툰 정말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언제가 크로스핏이라는 주제로 공동작업을 하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몸 건강히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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