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 결석
나는 내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을 하고 그 - 행동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진다. 그 책임은 간혹 혼자만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이라는 이름으로 청구된다. 하루 단위로 부끄러움-죄책감 상세 청구내역을 보면 남들이 보기에 정말 이상한 죄목으로 죗값이 하나 청구돼있을 때가 있다. 바로 크로스핏 결석이라는 이름으로 청구되는 죗값이다. 크로스핏은 엄빠가 지시 한 지시사항도, 크로스핏 결석이 범법행위도 아니다. 하물며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내 돈 내고 다니는데 혼자서 죄책감을 느끼며 죗값을 지불하다니 내가 봐도 참 이상하다. 어쨌든 죗값의 주 청구 발행처는 크로스핏 회원권 구매를 위해 열심히 노동을 한 노동부 쪽, 얼마나 하루를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았나 체크하는 유노윤호 부 쪽, 하루 동안 소비한 칼로리양과 소모한 칼로리양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입 다이어터 부이다.
그중 가장 높은 죗값을 청구하는 곳은 노동부 쪽이다. 그도 그럴 것이 크로스핏 회원권 구매를 위해 토요일까지 노동을 해놓고 크로스핏을 결석한 것이다. 토요일 노동 시간은 미한과 노는 시간, 책 읽는 시간, 글 쓰는 시간 등등 수많은 소중한 시간과 등가 교환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기에 크로스핏을 결석한 날은 그 어떤 이유가 됐든 회원권 구매를 위해 노동과 교환하며 희생한 모든 소중한 시간을 물거품 혹은 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하--이렇게 쓰면서도 지난날 크로스핏을 빠지고 엎어져 발 닦고 잠이나 퍼잤던 시간들이 - 머릿속에서 검은 재가 되면서 흩날린다.
"아- 내 시간이여, 아--! 내 돈이여"
유노윤호 부는 각 항목에 맞춰 오늘 하루 얼마나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았나 체크를 하고 평가하는 부서이다. 최종 평가는 잠들기 전 머릿속에서 이뤄지고 그 평가에 따른 내 행동은 깊은 한숨을 동반한 이불 킥에서 반대로는 아무 생각 없이 꿀잠 자기가 있다. 나는 늘 꿀잠을 자기 위해 각 항목에 맞춰 하루 루틴을 계획한다. (사실 나는 베개에 머리만 대면 1분 안에 잠들 수 있는 프로 눕잠러다(눕자마자 자는 사람). 프로 눕잠러기 때문에 한숨 푹 쉬고 이불 킥 하는 날도 1분 만에 꿀잠을 잔다. zzzZzzzZ) 하루 루틴은 주로 운동(크로스핏), 독서, 글쓰기, 공부(자기 계발)가 채우고 있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을 때 보이는 행동인 깊은 한숨과 이불 킥은 주로 크로스핏을 결석한 날 보이는 행동이다. 이는 운동 혹은 크로스핏이 내가 오늘 하루를 얼마나 열심히 살았나를 평가해주는 주요 척도라는 것이다. (정말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운동을 빼먹으면 그 어떤 걸 빼먹은 것보다 큰 죄책감에 휘둘리고 잠들기 직전까지 후회가 맴돈다.)
"아... 왜 그랬지..."
마지막 발행처는 입 다이어터 부이고 그날 결석하고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 다양한 죗값을 청구한다. 결석하고 치킨-피자 세트를 먹은 날에는 6개월 할부로 값을 치러야 할 만큼 많은 값이 청구한다. 반면 닭 가슴살로 식단을 해결한 날에는 편의점에서 양껏 사 먹는 젤리 값만큼만 청구한다. 그렇다 입 다이어터 부는 가장 많은 죗값을 청구하기도, 가장 적은 죗값을 청구하기도 하는 부서다. 더불어 입 다이어터 부는 내 삶에서 같은 항목으로 가장 오랫동안 죗값을 청구할 것 같은 부서이다.
그리고 오늘은 이 글을 쓰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엄청난 죗값이 청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에 회원권 연장했으니 시간이 많아서,,,"
"대신 주말에 마라톤을 뛰었으니,,,"
"아침 점심 닭 가슴살 먹었으니,,,,,,"
등등 각 부서에 다양한 핑계를 대 보지만 크로스핏 결석을 한 건 사실이고, 핑계는 핑계일 뿐이다. 하 씨... 그래도 일간 크로스핏은 썼으니까... 내일은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