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ong Jul 11. 2024

다리 긴 곱등이가 무서운 다리 긴 변우석 씨

배우 변우석을 덕질하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보게 됐다. 변우석의 한국 팬미팅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곱등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몸에 비해 다리가 너무 길어서, 어디까지 나에게 올 지 몰라서 무섭게 느껴진다며. 변우석도 다리가 굉장히 긴데, 곱등이가 다리가 너무 길어서 무섭다고 하는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다.

 나에게도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곱등이다. 정원이 있는 주택도 아니고, 주변 환경이 콘크리트로 덮인 길들 뿐인데 매해 곱등이는 우리 집에 찾아온다. 벌레를 쫓아준다는 초음파 벌레 퇴치기를 현관 옆에 설치해 보기도 하고, 습도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곱등이의 특성을 알고 그가 좋아하지 않을 제습기를 빵빵하게 돌려보아도 소용이 없다. 매해 여름마다 곱등이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어 나를 기겁하게 만든다. 바퀴벌레가 더 무섭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신축 주택에서 바퀴벌레는 침입할 틈이 없다. 게다가 오래된 동네의 특성상 하수구 냄새가 우리 집으로 역류한다는 것을 입주 초기에 발견한 후 모든 하수구에는 냄새와 벌레를 막는 특수 트랩이 설치되어 있다. 주택을 좋아하면서도, 일부 환경은 아파트 같기를 바라는 마음에 벌레는 인정할 수 없는 대상이다. 곱등이는 기가 막히게도 현관문 옆 벽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가(현관문을 아는 벌레의 엄청난 식스센스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가뿐하게 들어온다. 그리고 1층의 살기 좋은 세탁 건조기실에 들어가 추운 겨울도 너끈히 이겨내고 새끼도 치고 거대한 모습이 되어 나를 얼어붙게 만든다. 곱등이가 무서운 이유는 배우 변우석과 같다. 몸에 비해 다리가 너무 길어서 그 형태 자체가 그로테스크하다. 견디기 힘든 그로테스크함을 가진 곱등이는 쉽게 잡히지도 않는다. 스프레이식 벌레약을 뿌리면 엄청난 민첩성으로 0.0001초 만에 위험을 감지하고 몸의 몇 백배되는 거리를 점프한다. 이 방법은 나에게도 곱등이가 그 참을 수 없는 긴 다리로 점프할 수 있고, 장애물 달리기 세계 챔피언처럼 약을 계속 피해 다니기 때문에 최초 사용 후 다시는 쓰지 않는 방법이 되었다. 다른 방법은 전기벌레채로 곱등이를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종종 건조기실 커튼에 붙어있는 곱등이를 태우려다 커튼도 탈 것 같아서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곱등이는 다리가 매우 길기 때문에 전기로 타는 시간이 꽤 길다) 마지막 방법은 남편이 즐겨 쓰는 방법인데 두툼한 롤 화장지를 야구선수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던져 물리학의 힘으로 순식간에 곱등이를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높은 승률을 자랑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된 경우 나는 무서워서 세탁 건조기실에 곱등이가 잡힐 때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현재도 남편이 놓친 엄청난 크기의 곱등이가 세탁실 어딘가에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남편이 세탁실에 들어갈 때는 곱등이가 숨어있는데, 내가 들어가기만 하면 벽에 떡하니 붙어있다는 것이다. 기괴하게 긴 다리, 민첩성, 지능까지 가진 듯한 곱등이는 주택 생활에서 어쩌면 누수보다 무서운 존재인 것 같다.


https://youtube.com/shorts/BffnCaCH5wA?si=uaHlNydlUAes_juq

다리 긴 곱등이가 무서운 다리 긴 변우석 배우님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의 할아버지는 네덜란드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