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
다행이다. 휴식 처방에는 아직 면허가 필요 없어서.
나는 앞으로 누군가에게 휴식을 처방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 사람의 현재상황과 생활양식에 맞춰서.
스스로에게 휴식을 처방하게 됐을 때, 겪고 있던 증상들은 대략 아래와 같다.
얼굴에 혈색이나 밝은 기운이 없음
탈모
피지과다
밤 10시쯤 몸이 뜨거워짐
새벽 3-4시에 깸
땀 냄새 심해짐
집중이 잘 안 됨
몸이 늘 무거움
설사와 변비를 왔다 갔다 함
살이 잘 찌고 관절들이 약화됨
구내염, 설염 등
내 몸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궁금했다. 퇴사 후 누워만 있었지만 세상의 모든 정보와 연결시켜 주는 스마트폰 덕분에 난 말 그대로 누워서 많은 정보를 탐색했다. 가장 큰 발견은 코르티솔 호르몬의 과다분비 부작용이었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대응 작용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계속 받으면서 코르티솔 분비가 과다해지면 몸이 망가진다고 한다. (나는 의사가 아니라 그냥 단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스트레스가 과다한 경우 코르티솔을 분비하는 부신이라는 장기가 고갈을 겪게 되는데 이를 부신고갈증후군 또는 부신피로증후군이라고 한다.
구글에 ‘부신고갈증후군’을 검색하면 뜨는 AI 개요는 아래와 같다
피로 및 에너지 고갈: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특히 아침에 더 심한 피로감을 느낍니다.
무기력감 및 우울감: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떨어지며 우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면역 기능 저하: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될 수 있습니다.
수면 장애 및 식곤증: 잠을 자도 피곤하고, 식사 후 졸음이 심하게 옵니다.
식욕 및 단맛에 대한 갈망: 단음식이나 탄수화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추위 민감성 및 소화불량: 추위를 잘 타고 소화 기능도 저하될 수 있습니다.
(나잖아.)
부신고갈증후군 회복에 비타민 B군, 특히 판토텐산(B5)이 중요하고, 판토텐산이 부신에서 코르티솔 합성을 돕고, 다른 비타민 B군들은 판토텐산의 작용을 도와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비타민 B군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쉽게 고갈되므로, 충분한 섭취가 부신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 달 동안은 누워만 있다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들이 신선한 재료로 매일 요리하기, 가벼운 달리기, 비타민B의 꾸준한 섭취였다. 달리기는 계속 시도해 왔던 것이기도 하지만 유산소 운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매일 요리해서 먹기’는 속을 편하게 하고 자극적인 입맛을 되돌리고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직접 해먹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시간 부족과 체력 부족으로 반찬가게에서 사다가 먹었었는데, 가족들이 좋아하는 재료들을 추가한다거나 설탕을 줄인다거나 하는 것들이 어렵다 보니 지속하지 않기로 했다.
이 세 가지를 시작할 당시에는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내가 얼마나 무기력한 상태였는지 깨닫게 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달라지게 되었다. 신선한 재료를 먹는 것과 많이 움직이는 것 그리고 회복하는 것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어찌 보면 오래전 자연 속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하기 위해 행하던 것들이리라.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생존 활동이 많이 사라져 있다. 몸으로 생존하는 것이 아닌 돈으로 생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몸으로 생존하는 습관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지속되어야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다. 인간이 많은 동식물을 멸종시킨 것과 같이 스스로도 멸종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특히 달리기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누워있는 것이 휴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쉬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누워만 있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해주지 못했다. 누워있기는 피로라는 묵은 때를 전혀 닦아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