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휴식탐색

by HYUN

“정말 격하게. 미친듯이.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매일같이 지옥같은 출퇴근길을 견디고, 눈코 뜰 새 없이 업무를 쳐내다 보면 이런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그래서 퇴사 후 소원성취하듯이 누워지냈다. 아주 행복하고 달콤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 달을 누워 지냈더니 원래 있던 허리 통증은 더 심해지고, 체력이 늘지 않으니 기력은 빠져 나간다. 불현듯 불안해지기도 하고, 다시 부지런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무기력해졌다.


바보 같지만 나는 오랫동안 누워있다보면 기력이 저절로 ‘충전’되면서 에너지를 되찾을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 같다. 더불어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살아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는 사치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보상심리도 있었다.


최대한 누워있겠다는 건 당연히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이불이 무슨 능력이 있다고 나를 충전시켜줄 수 있을까. 너무 열심히 움직여서 몸이 다친 것도 아니기에 가만히 누워있는다고 치유될 부분도 따로 없었다. 오히려 나만을 위한 몰입, 몸을 돌보는 활동과 같이 영혼과 생명력을 채우는 시간이 부족해서 몸과 마음이 약해졌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시간들을 늘리면서 치유했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무기력한 마음은 더 무기력을 만들어 낸다. 하고 싶은 일,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더욱 갈망하게 된다. 하지만 모두 ‘나중’이라는 바구니에 수북히 쌓여만 가는 ‘할 일’이라 씌여진 종이비행기들이 되고 만다. 그 종이비행기를 다시 꺼내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가득차는 바구니를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다 비워버리든, 하나씩 꺼내서 해보면 될 것을.


단언하자면 ‘오래 누워있음’은 휴식이 아니다. 더 얄궂은 사실은 이런 객관화된 시각은 무기력할 때는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감정과 생각이 현실이라고 느끼고, 오지도 않을 충전완료된 자신을 하염없이 기대하게 된다. 그럴수록 더 나은 자신과 멀어지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우리 뇌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과 실제 신체가 다치고 병든 것을 구별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친 곳이 없어도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난생 처음은 아니었다. 고작 한 달 만에 깊은 무기력을 경험하고 객관적 해석까지 해내기는 어렵다. 나는 대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무기력한 상태였다.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 무엇도 하지 않는 상태. 또 다시 그런 나로 돌아가 후회만 남는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퇴사를 하며 ‘휴식기’를 가지겠다고 다짐해놓고 새로운 휴식 방법을 찾지 못하고 누워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건강한 휴식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휴식이란 뭘까? 깊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우연적이었다. 앞에 언급한 바 있는 허리통증 때문에 달리기를 시작하고 어느 날. 봄이 오기 시작하면서 지겨운 주택가 도로를 벗어나 생긴지 얼마 안된 숲공원까지 달리게 된 날이었다. 숨이 차 공원 벤치에 드러누워 하늘과 나무를 보며 쉬고 있었다. 그 때 깊이 쉬고 있는, 회복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응어리처럼 남아있는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자연 속의 작은 인간으로서 행복했다. 생명의 기원이라도 느낄 듯한 충만함이었다. 휴식은 아마 ‘적극적’인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인간은 조금씩이라도 밖에서 몸을 움직이고 자연을 느끼는 휴식을 통해 회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0대 후반에 들어서야 이런 사실을 체감하게 되다니 짧지만 지나온 인생이 좀 아깝기도 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나를 휴식의 다양성을 탐색하고, 휴식의 문화적인 실체와 신체적인(생물학적인) 작용을 탐구하게 만들었다.


현대인간의 생활방식과 비교해 본다면 자연 속에서 인류 그 자체로 생존해야 했던 호모 사피엔스의 생활리듬은 어떤가. 집 안과 밖의 경계는 흐릿하고 해의 기울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환경. 살기 위해 움직이고 살기 위해 멈추는 생활. 인류라는 포유류 집단이 인간사회로 확대되어가면서, 자연속에서 해야만 했던 활동들이 일부 사라졌고, 그래서 새로운 아픔들이 생긴 것은 아닐까?


자연 속 인간과 문명 속 인간의 차이점과 부작용을 나만 궁금해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휴식 탐색에 더욱 빠져들었다.


탐색된 휴식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휴식이란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을 휴식의 조건으로 볼것이며 무엇이 휴식이 아닌가를 정의하고 싶다.

휴식이란 생존활동으로 소모된 인간성과 생명력을 채우기 위해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영혼을 일깨우는 행위이다. 긍정적인 감정과 안정감, 편안함을 주고 육체적 노동, 감정적 피로에서 멀어지는 활동이다. 휴식이 아닌 것들은, 정적이든 동적이든 새로운 감정이나 에너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해당 활동 전후의 신체적,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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