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두릴(Anduril)'의 새로운 혁신
'The fast and smart one wins'
글로벌 방산업계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그 선두에 선 ‘안두릴(Anduril)’의 새로운 혁신
○ 국내 방산업계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올해 대한민국 방산업계 및 국방 R&D 분야의 공통된 화두를 손꼽으라면, 국방-민수 분야의 기술교류 및 융합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제2창군 수준의 국방혁신 4.0 추진으로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핵심 능력을 확보해 국방 전반에 융합시키고, AI 기반의 무인/로봇 전투체계 등 첨단 비대칭 전력을 확보하여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대응해 나간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군은 민간이 참여/지원하는 기술혁신의 범위를 과감히 확장하는 ‘개방적 혁신’을 추진 중이다. △단기간 내 전력화를 전제로 하는 ‘신속획득사업’의 확대 △민간 기술의 군 활용성을 확인하는 ‘시범사업’ 개선 △방산 생태계의 자생적 혁신 지원을 위한 ‘혁신펀드 조성’ 등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들이 국방분야에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거창한 플랜이지만, 최근 전장 환경의 빠른 변화를 고려하면 늦은 감도 있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의 속도와 폭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전을 통해 국가 기간망을 대체할 수 있는 ‘민간 위성통신망’, 대전차 유도무기 및 상용/중저가 드론 등을 비롯한 ‘가성비 무기체계’, ‘신속한 전장정보 확보 및 사이버전’의 중요성이 부각된 바 있다. 직접적으로는 북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며 이에 대한 대응책도 요구되고 있다.
기적으로는 군의 대응계획 수립이 시급하겠지만, 현재의 국방R&D 및 획득정책이 변화하는 전장환경에 대응할 수 있느냐에 근본적인 ‘질문’ 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군과 주관기관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겠지만, 국내의 주요 방산업체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간의 국방 획득 정책의 중심은 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 공정성이었다. 앞으로는 여기에 민간/국방을 구분하지 않는 최신 기술의 접목 및 개발속도와 유연함에 대한 ‘니즈’ 가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변화는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정부 주도가 아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민간기업의 혁신이 변화의 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가의 일부 유니콘 기업들은 일찌감치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고전 판타지 명작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명검의 이름을 딴 ‘안두릴(Anduril)’社의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자체 비용으로 기술과 장비를 先 개발하고 판매하는 이상한 방위산업체
군용 드론, AI 기반 감시 시스템, 정찰용 무인잠수정 등을 개발하는 ‘안두릴’은 창립자(팔머 럭키)의 이력과 독특한 사업 방식 때문에 유명하다. 팔머 럭키는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고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형태의 기계/전자/가전 제품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것을 즐기곤 했다. 커다란 구형 VR 헤드셋을 수집, 분석하던 팔머 럭키는 이미지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비싸고 무거운 광학 장비를 저렴하면서도 가벼운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VR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가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스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2017년 페이스북과 결별한 팔머 럭키는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팔란티어社 등과의 협력을 통해 안두릴社를 창립한다. VR이라는 세계를 개척한 창립자가 만든 회사답게 안두릴의 사업방식은 독창적이고 과감하다. 안두릴사는 대부분의 기술개발을 자체 비용으로 충당한다. 국방부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정하고 시제품 개발을 위해 입찰에 참여하는 복잡다단한 단계를 기다리지 않고 정부가 필요로 할 것이라고 믿는 무기와 감시 시스템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위산업체와는 정반대의, 어찌 보면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톡특한 사업 방식의 배경에 대해 팔머 럭키는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 창립 5년만에 7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만든 ‘안두릴’
국내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사업형태에 가깝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안두릴의 성과는 눈부시다. 불법 밀입국자를 감시하기 위한 Sentry Tower 사업을 시작으로 안두릴社는 AI 기반의 센서, 드론, 잠수함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창립 5년만에 7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또한 호주 해군에 해저 6천 미터에서 작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무인잠수정 ‘고스트 샤크’를 납품하기로 결정하고 시제품을 공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안두릴은 2021년 약 1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에는 미 육군의 차세대 전차 개발사업 참여를 위한 컨소시엄에도 참여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美 국방혁신단(DIU, Defense Innovation Unit)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드론 잡는 드론인 'C-UAS(Counter-UAS)' 솔루션을 고도화하며,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가능한 'C-UAS as a Service'를 실현 중이다.
○ 혁신의 비결은 소프트웨어 중심 사고, “빠르고 스마트한 자가 이긴다”
안두릴의 성공비결은 기존 국방산업의 제도적 제약이나 전통적인 사업영역의 구분에 좌우되지 않고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안두릴은 인공지능, 네트워크 무기, 사이버 보안 등을 포함한 미래 무기체계를 좌우할 ‘본질’은 20세기의 대형 하드웨어 시스템이 아닌 보다 민첩하고 유연한 ’소프트웨어’임을 강조한다. 육/해/공/우주 등 무기체계 영역에 대한 전통적인 분할은 점점 더 시대착오적이 될 것이다. 급변하는 미래 무기체계 개발 현장에서는 크고 정교한 하드웨어의 점진적 개발에 최적화된 기존의 사업방식이 효과를 발하기 어려워진다. 가능한 빨리 최소한의 제품을 출시하고, 현장의 상황을 반영해 신속하게 성능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형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포드보다는 테슬라, 노키아보다는 애플과 정체성을 같이 하는 방산업체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관료적 절차나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세세한 사양도 미래 무기체계 개발의 걸림돌이라는 것이 안두릴의 입장이다. 스티븐 잡스, 일론 머스크 등의 위대한 기업가들도 수치화된 제품의 스펙이 아닌 미래의 비전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기술 수준과 전장 환경이 변화하는 달라지는 미래 개발현장에서 더 이상 단기적인 ‘스펙’이 정답이 될 수 없다. 장기적인 ‘비전’을 기반으로 제품을 설계할 수 있는 안목과 혁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해진 틀이 없는 미래 무기체계 개발 현장에서는 결국 더 빠르고 스마트한 자가 이길 수 밖에 없다. 기존 하드웨어 기능을 대체할 소프트웨어의 기능 및 역할의 확대, 국방-민수, 산업별, 기능별 통합과 융합, AI 역량의 확장 등 방산 분야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국내 방산업계도 이러한 변화의 시대를 주도할 자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고로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은 명검 ‘안두릴’을 들고 마왕 사우론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새로운 인간의 시대를 열게 된다. 방산업체 ‘안두릴’의 도전과 혁신이 새로운 국방 R&D 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될지 지켜볼 때다.
[Vol.1] ISSUE NO.1
글로벌 방산업계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그 선두에 선 ‘안두릴(Anduril)’의 새로운 혁신
빠르고 스마트한 자가 이긴다, Andur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