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Production Capacity for the New Era
○ 러-우 전쟁이 전 세계에 남긴 메시지 “끝까지 생산할 수 있는 자가 전장에서 살아남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만 2년이 된 지난 2월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키이우에 모여 ‘우크라이나 지지‘를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G7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크라이나는 G7의 지지를 받을 것이며 긴급한 필요 자금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공언한 것.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동성명으로 동맹국들의 변치 않는 지지를 다시금 확인했지만, 즉각적 무기 지원이나 전투병력 투입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현실적으로 전쟁 장기화에 우방국들의 포탄 잔고는 바닥이 드러났고 급하게 무기 생산 라인을 확충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최소 1-2년 후에나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유럽 연합(EU)은 올해 3월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100만 발의 포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몇 번의 지연 끝에 결국 이행이 불가함을 인정했다.
러-우 전쟁, 이-하마스 전쟁과 중국의 대만 군사위협 등 세계 안보 불안은 미국,유럽 對 러시아, 중국으로 대표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가 대립하는 ‘신냉전' 시대로 세계를 밀어 넣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재래식 전력의 핵심인 포탄 생산능력의 부족은 어느때보다 선명하게 드러났으며 “끝까지 생산할 수 있는 자가 전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치열한 군비경쟁으로 뛰어들고 있다.
○ 자국의 생산력 뿐만 아니라 우방국의 생산력까지도 적극 활용하라
생산력 확보에 중요성과 시급성을 느낀 미국과 유럽은 자국의 생산력 뿐만 아니라 우방국의 생산력까지도 눈을 돌리고 있다. 미 국방부 무기획득 책임자인 윌리엄 라플란테 (William LaPlante)는 워싱턴 신新미국안보센터에서 “2023년 9월 기준 월 2만 8천 개였던 155mm포탄 생산량을 2024년 봄까지 5만 7천~6만 5천 개, 2025년까지 10만 개로 높일 것”이라 발표했다. 또한 “우방국과 공동개발, 공동생산, 상호 지속’을 목표로 독일, 폴란드, 호주 등 우방국에서 드론, 미사일, 로켓모터 등 핵심 군수품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수입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맞춰 세계 굴지의 방산회사들은 품귀현상을 겪고 있는 지역에 공장을확충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2월 영국의 방산회사 BAE시스템즈는 미국 미네소타 공장을 확장하고 500명 추가 고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유럽 최대 규모의 무기와 군수품을 양산하고 있는 독일의 라인메탈은 우크라이나에 현지 방산업체와 탄약 생산공장을 신설하겠다는 파격적 계획을 밝혔다. 또한 전 세계적 안보 충격으로 생긴 ‘틈’을 가성비와 생산능력이라는 두 가지 무기로 빠르게 파고든 나라가 있다. 바로 K-방산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 세계로 파고드는 K-방산의 로켓배송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고 하였는가, 거대한 흐름 속 한국의 무기는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빠른 생산 능력과 납기 능력을 꼽는다. 냉전 종식 후 독일, 프랑스 등이 지속적으로 생산 규모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휴전 상태로 항재전장(恒在戰場) 정신을 계승하며 대량생산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기회가 됐다. “무기는 설령 100년 동안 쓸 일이 없다 해도, 단 하루라도 갖추지 않을 수 없다.”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라인멘탈 최고경영자(CEO)인 아르민 파페르거는 “전쟁 동안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하지만 탄약 재고를 채우려면 10년은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시 서방국의 재래식 무기와 탄약 재고가 채워지기까지 최소 10년간 K방산은 기세를 이어나가며 수출 청신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다. 하지만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겪으며 전쟁의 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우리나라가 갖춘 ‘생산능력’이 미래에도 유효한 생산능력이 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자문해 보고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를 위해 다시 러-우 전쟁으로 돌아가 전쟁의 판도 변화를 살펴보자.
○ 탄약의 빈자리를 채운 저비용/소모성 자폭 드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탄약의 빈자리는 저비용/소모성 자폭 드론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제조에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 첨단 미사일, 대형 무기체계와 달리 공격용 드론은 저렴하고 시중에서 부품을 구하기도 쉬우며 제작 공정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부터 군사력 열세를 극복하고자 드론을 적극 활용하고있으며, 전차뿐 아니라 러시아 해군 내 최강이라 평가받는 흑해함대 전력의 30%를 파괴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 2월 14일에도 자폭 무인수상정 ‘마구라 V5’으로 러시아 대형 상륙함인 체사르 쿠니코프함을 격침시켰다고 밝히는 등 골리앗을 향한 다윗의 돌팔매질을 이어가고 있다.
○ 우크라이나 “올해까지 드론 100만 대 만들고 세계 최초 드론 전담 부대 창설할 것”
○ NATO “포탄 대신 드론 100만 대를 1년 후(25년 2월)까지 지원할 계획”
전쟁을 통해 드론의 유효성을 눈으로 확인한 러시아 역시 개전 이후 드론 생산을 17배 증가시켰고, 이에 질세라 우크라이나는 올해까지 100만 대 이상의 자폭 드론을 생산할 것이라 발표했다. 지난 2월 16일 NATO 가입 동맹국(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은 1년 내 포탄 대신 드론 100만 대를 우크라이나에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드론은 이제 현대 전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비대칭 무기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 국가 간 경계는 짙어지고, 기술 간 격차는 흐려진 신新냉전 시대의 신新생산능력
여러 번의 난세를 겪으면서도 세계 최강국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미국은 이러한 변화 속 어떤 대응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보자. 미국은 지금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자행하며 여러 국방 및 산업분야에서 ‘굴기(倔起)’를 외치고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고자 그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왜냐하면 첫째, 중국은 과거 소련에 비해 정치적, 특히 경제적으로 복잡한 관계로 엮여 있고 둘째, 그 중국이 초(超)세계화 시대에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하며 압도적인 대량생산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셋째, 인공지능(AI), 드론, 극초음속 미사일 등 현대전의 Game Changer 가 될 수 있는 최첨단 기술까지 내재화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첨단 기술을 베이스로 빠른 생산 속도에 가성비까지 만족해야 하는 新냉전시대에 걸맞은 新생산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의 이러한 미래 방향성은 작년 8월 발표된 리플리케이터 프로젝트에 압축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 미 국방부, 중국 대응 위한 리플리케이터 (Replicator, 복제자) 프로젝트 공개
○ 목표는 2년 내 저비용 자율무기체계 수 천대 현장 배치
지난해 8월 28일 미국방위산업협회 신흥기술콘퍼런스에서 미 국방부 차관 캐슬린 힉스(Kathleen Hicks)는 리플리케이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골자는 추후 18~24개월 내에 공중, 해양 등 여러 영역에 수천 대의 저렴한 자율무기체계*를 현장 배치한다는 것. (*자율무기체계는 AI기술 등을 활용해 인간이 탑승하지 않고도 스스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드론)와 무인함정, 로봇 등을 아우른다.)
힉스 차관은 현재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더 많은 무기를 만들 수 있음을 인정하며 중국의 수적 우위를 넘어서기 위한 효율적 대안으로 기존 획득 절차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이 전제된 리플리케이터 프로젝트를 구상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의 대만 침략을 억제하거나 격퇴하기 위해 새로운 무기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으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서와 같이 상업용 드론(Commercial-Style Drone)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음을 밝혔다.
또한 중국이 드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압도하는 전략을 성공시키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와 규모의 생산이 가능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국방 사업에 경험이 없더라도 요구되는 첨단 기술력과 대량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리플리케이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민간기업을 발굴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동맹국과 협력을 통한 파트너십 구축 역시 고려되어야 하며 이러한 흐름은 비단 리플리케이터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재래식 무기 확보 등 국방 전 영역에 적용되는 큰 흐름이 될 것이다.
○ 자원 희소성을 제거하는 Key Factor를 찾아라
리플리케이터는 스타워즈와 함께 미국 SF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스타트렉 세계관에 가장 중요한 SF적 요소이기도 하다. 물질 재조합 장치라고도 불리는 리플리케이터는 원자 단위를 재배열하여 우주선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 (산소, 식량, 물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뿐만 아니라 우주선 수리를 위한 부품에서 유니폼, 장난감 같은 일상용품까지)을 만들어내며 우주 내 생존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국방부가 스타트렉에서 영감을 받아 프로젝트명을 리플리케이터라 명명했는지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 둘 사이에는 의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생존을 위해 한정된 자원의 희소성을 제거해 주는 Key Factor라는 것
둘째, 눈 깜짝할 사이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를 가졌다는 것
○ 단 1년 내 생산까지- 전광석화와 같은 초고속 획득 절차
발표 후 5개월이 지난 24년 1월 30일 국방혁신단(DIU)를 통해 리플리케이터 자율무기체계 구성을 위한 첫 사업공모가 발표되었다. 요격능력을 갖춘 소형 무인수상정(sUSV)이 그 주인공이 되었으며 제안서 제출 마감은 워킹데이 기준 단 10일이 주어졌다. 초단기 제출 마감일보다 놀라운 것은 상세 내용이다. 공모서에는 수주 후 30일 이내에 프로토타입을 활용한 성능평가와 시연이 가능해야 하며, 단 1년 후인 2025년 봄부터 생산(월 10대, 연 120대 이상)이 가능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기존 무기체계 획득 프로세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매우 과감한 일정으로, 기술은 물론 생산력까지 이미 갖추고 있는 업체만이 10일 내 솔루션 제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자금 조달 문제와 실현 가능성 등 여전히 많은 이슈에 둘러싸여 있기에 제조업체들의 선제적 생산라인 투자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 파격적 DNA 융합을 통한 생산 역량 획득
DIU의 이런 쉽지 않은 조건에서도 리플리케이터 프로젝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이다. 리플리케이터로 대변되는 국방혁신단(DIU)의 새로운 획득 프로세스는 저렴한 소형 플랫폼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모듈·페이로드 등을 추가하여 새로운 기능을 구축하는 솔루션 중심의 개발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 된다. 안두릴은 마치 미 국방부의 미래를 내다본 것처럼 굵직한 결정과 흐름에 한발 앞서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두릴은 핵심 역량인 AI 솔루션 ‘Lattice’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소형 무인체계 플랫폼 회사를 과감하게 인수합병하는 파격적 DNA 융합으로 생산 인프라와 역량을 내재화하고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 생태계를 확장하는 과감한 인수, 무인 방산분야를 공략하라
안두릴이 미래 국방산업 변화를 예측하고 소형 플랫폼 기업을 인수한 것처럼 LIG넥스원은 미국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무인 방산분야를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플랫폼 ‘비전 60’에 LIG넥스원의 다양한 페이로드(미사일, EO/IR, 전자전 장비 등)를 장착하여 국내외 시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수요에 솔루션 중심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안두릴이 고체 로켓 모터 제작사인 ANDRANOS를 인수한 후 미시시피 제조 시설(Adranos Solid Rocket Complex)을 현대화한 것과 같이 시장 수요를 예측하고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결국 신냉전시대에 불붙은 군비경쟁의 승자는 新생산능력의 구비 여부로 결정될 것이다. 新생산능력의 핵심은 민-관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 무기획득 프로세스 개편에 기반한 빠른 생산 속도, 저렴한 소형 플랫폼 기반의 솔루션 중심 개발이 될 것이다. 이미 빠른 생산 능력과 납기 능력으로 세계 무기 시장에서 의미 있는 확장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동맹 및 우방국이 겪고 있는 자원의 희소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과 동시에 자국의 생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新생산능력의 구비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Vol.2] ISSUE NO.1
New Production Capacity for the New Cold War Era
복제(Replicator)에 가까운 新생산 능력으로 압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