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의 입장을 헤아린다는 것
공교육은 가정교육과 분절될 수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각각 싹을 틔운 불신의 씨앗이 교육 현장을 뒤덮어버린 요즘이지만, 다시 교육이 제 기능을 되찾고 따뜻한 마음이 오고 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의 담임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보게 되지만 아이들의 삶 너머에 계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곁눈질하는 날이 더 많았다.
집에만 오면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재잘재잘 그날 있었던 일을 쏟아놓던 아들딸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방문을 닫고, 말문을 닫고, 마음의 문도 닫아버린 것만 같을 때. 행여나 더 틀어질까 전전긍긍하며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아내야만 했던 부모님의 마음은 누가 헤아려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고치면 엄마가 집 나가래요. “라고 담임선생님에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고뭉치 아이의 짧은 한 문장에서, 담임선생님 전화 한 통에 가슴이 철렁하는 부모님의 표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매일매일이 부모님의 자랑이고 싶어 벌점을 안 받으려고 갖은 애를 쓰며 장난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우리 반 아이의 복잡한 마음도, 함께 느낀다.
나는 길어야 1년을 함께하는 교사이지만, 좋든 싫든 내 제자들은 부모님과 평생, 어떤 방향으로든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니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성장해 나갔으면 한다.
설령 지금은 사춘기의 바람을 오롯이 버티느라 부모님의 마음을 살필 여력이 없더라도, 나중에는 그 마음을 떠올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