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인터뷰 #8: 청년행복가게 2호점 <촌스마마> 박찬숙 대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분홍빛 벽이 눈에 들어온다. 진열장 가득 쌓여있는 색색의 과자에 절로 눈길을 빼앗긴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박찬숙 대표의 크고 활기찬 목소리. 찬숙 씨는 2018년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촌스마마> 매장을 내고 청년행복가게 2호점의 주인이 되었다. 곡성의 플리마켓에서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마음과 준비가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오븐에 *꼬끄가 익어가고, 달콤한 향기가 공기 중에 떠돌며, 손님들이 오가는 분주한 매장 안, 작은 작업실에서 찬숙 씨와 마주 앉았다. 마침 인터뷰가 있던 아침에는 가게의 임대 계약을 연장하고 온 길이었다고. 다시 출발선에 선 달리기 선수처럼, 찬숙 씨의 대답이 거침없이 이어졌다.
*꼬끄(coque)는 ‘껍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마카롱 안의 크림을 감싸는 2개의 과자 부분을 말한다. 겉이 단단하고 매끈한 형태가 알이나 조개의 껍질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목, 금, 토 3일만 판매를 하신다고요. 판매할 때도 꾸준히 작업하시는 군요.
네. 판매하면서 그다음 주에 필요한 꼬끄를 만들어요. 월요일, 화요일은 크림 만들고, 밑 작업을 하고요. 수요일에는 숙성하면서 다른 구운 과자들 밑 작업을 해놓고요.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하시는 건가요?
아뇨. 작업하는 이틀은 아르바이트 직원이 나와서 포장이나 설거지를 해주세요. 저 혼자는 벅차서 이만큼 작업해내진 못할 거에요. 그래도 크림 만들고, 반죽하는 건 제 손으로 해야 마음이 놓여요. 덕분에 어깨가 늘 아프네요(웃음).
마카롱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가게에서 직접 다 만드시는 거예요?
네. 잼부터 크림, 페이스트까지 마카롱에 들어가는 건 거의 다 제가 만들어요.
지금 이 가게를 시작하기 전에 제과나 제빵 업계에서 일한 적이 있나요?
아뇨. 결혼하기 전에는 스튜디오에서 사진 일을 했어요. 광주에서 살다가 결혼하고 나서 곡성으로 왔죠.
그럼 이 모든 레시피는 다 독학으로 익히신 건가요?
네. 클래스에 몇 번 가본 적은 있지만 어쨌든 그건 남의 걸 가져오는 거니 결국엔 제가 개발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요즘은 유튜브나 SNS 통해서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그걸 보고 독학했어요. 이렇게 소질 있는 걸 미리 좀 알았으면 더 크게 됐을 텐데! 가끔 그 생각을 한 번씩 해 봐요(웃음).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날그날 판매하는 메뉴를 공유하시잖아요. 그것만 봐도 종류가 정말 많아 보이던데, 대단해요.
총 몇 가지를 만들 수 있는지 세어보진 않았는데, 제가 만들 수 있는 건 30가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하루에는 12~15가지 정도를 준비하는데, 고정으로 나가는 메뉴는 유지하되 새로운 메뉴도 자주 넣어요. 새로운 레시피는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찾아보면서 영감을 얻어요. 스크랩해뒀다가 응용해보기도 하고,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실험해보기도 하고요.
촌스마마 마카롱만의 특징이 있나요?
아무래도 로컬푸드로 만든다는 점? 제가 직접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농사를 지어요. 규모가 큰 건 아니고, 가족들 먹을 정도 하고 남은 걸 재료로 사용해요. 들깨, 고구마 같은 것들을 직접 공수하는 거죠. 딸기나 멜론, 블루베리 같은 과일은 곡성에서 나니 제철 때마다 공수해 와요. 하우스에서 그날 아침에 바로 따서 갖다주시니까 신선하죠.
마카롱도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요. 재료를 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을까요?
저는 단맛을 별로 안 좋아해서 초콜릿을 많이 안 써요. 대신 고구마, 감자, 들깨, 흑임자 같은 곡물은 제가 좋아해서 넣는 거예요. 기본 베이스 크림은 같아도, 곡물을 넣으면 단맛이 중화되더라고요.
마카롱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은 아이가 어딜 가서 마카롱을 먹고 왔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근데 밖에서 사 먹는 건 너무 달아서 제가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뚝방마켓(주말마다 곡성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셀러로 참여하면서 처음 판매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아이들 간식으로 굽기 시작한 건데 어떻게 판매를 결심하게 됐나요?
하다 보니 주위 사람들에게도 하나둘씩 선물로 주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사 먹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뚝방에도 한번 가보게 된 거죠. 그 당시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도 한정적이고 여러모로 답답한 마음이 많았어요.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싶어 2015년부터 3년간 꾸준히 마켓에 나갔어요. 그러면서 저 자신도 많이 건강해졌고요. 사람들이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 감도 익혔죠.
뚝방의 경험을 통해 지금의 가게까지 차릴 수 있었던 거네요.
맞아요. 창업을 염두에 두고 마켓에도 참여한 거니까요. 물론 백 퍼센트 자신 있어서 가게를 차린 건 아니에요. 집에서 만들어 마켓에서 판매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 정식으로 내 가게를 차리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거죠. 마침 지원사업 공고가 떴는데, 월세도 저렴하니 망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지원사업을 통해서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었나요?
대부분 기자재를 사는데 사용했어요. 읍내랑 가까우면 노후한 건물이 많은데, 여기는 다행히 그렇지 않아서 인테리어에 큰돈이 들지는 않았고요. 2년간 임대료도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마침 오늘 재계약을 하고 왔네요. 저번 달까지 해서 딱 2년이 됐어요.
와, 정말 축하드려요! 여러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시작할 때보다 더 어깨가 무거웠어요. 앞으로 2년을 더 잘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사인했어요(웃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어땠나요? 마켓 경험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만의 가게를 낼 때는 고민도 설렘도 많았을 것 같아요.
곡성 같은 시골에서 마카롱 장사가 될까 싶었어요. 그래서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죠. 그리고 요즘은 맛집이라면 산 중턱이라도 찾아가잖아요. 그래서 타지에서도 많이 오세요. 몇 년 전부터 마카롱이 유행해서 젊은 사람들은 이미 친숙하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먹고 나서 인스타그램 DM이나 문자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손님들이 계세요. 10개를 사가서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 너무 맛있다, 감사하다, 이런 말을 들으면 참 보람이 있죠. 이 맛에 가게를 운영해나가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은 기분이 안 좋을 때 단 걸 찾잖아요. 마카롱 먹고 기분 좋아졌다는 말이 참 기분 좋죠. 그런 게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도 있나요?
마카롱은 이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제가 당뇨가 있어서, 수제 샌드위치 같은 건강한 먹거리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하고 싶은 예비 창업자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많이 찾아보고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틈날 때마다 SNS로 검색하고 기록하면서 새로운 걸 찾아요.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참 중요하더라고요. 처음 제가 마카롱을 시작한 것도 아이들을 위한 거였잖아요. 너무 달지 않게, 버터도 제일 좋은 재료 쓰면서 시작한 거니까 이익을 낸다고 값싼 재료로 바꿀 수는 없는 거죠. 비싸게 주더라도 속이지 않고 비싸게 판다, 이게 제 철칙이에요.
인터뷰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마침 하교하는 시간이었는지, 한 무리의 교복들이 지나쳐 갔다. ‘촌스마마’라는 이름처럼 평일 오후 하굣길의 위로와 사랑을 담은 엄마의 가게. 아이들이 학교 마치고 들를 수 있도록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가게를 골랐다는 박찬숙 대표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니 지치고 우울한 날이면, 마카롱 가게에 들러 과자 한 입 베어 물어도 좋겠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써둔 약속처럼, 좋은 재료와 정성은 그 발걸음을 쉽게 배신하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글 | 제소윤
사진 | 송광호
본 콘텐츠는 웹매거진 농담(nongdam.kr) 8호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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