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타운의 중심에는 ‘협업’이 있다. 협업 대상은 크리에이터 타운 내·외부에서 활동하는 ‘세상의 모든 크리에이터’다. 이들과의 협업은 크리에이터 타운의 존재 이유이자 성장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이 새롭게 문을 열며 선보인 첫 협업 파트너는 디자인 플랫폼 스튜디오 ‘야드(yard)’와 ‘도쿄다반사’다. 다양한 방식의 협업은 곳곳에 많지만 이 두 팀이 각기 크리에이터 타운과 협업한 결과물은 신선하고 유쾌하며, 또 흥미롭다. 다양하지만 어느 하나 비슷하지 않은 이 협업의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뮤직 큐레이션 라운지 with 도쿄다반사*
서울과 도쿄의 문화 접점을 만드는 도쿄다반사는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에 뮤직 큐레이션 라운지를 만들었습니다. 13층의 응접실 두 공간과 18층 라운지에서 흘러나오는 선곡 큐레이션이 바로 ‘도쿄다반사’의 손을 거쳤습니다. 특히 13층 응접실에서는 크리에이터 타운 멤버들은 물론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프라이빗한 뮤직룸에서 마음껏 음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도쿄다반사’가 세심하게 큐레이션한 LP 리스트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된 턴테이블을 통해 전혀 새로운 음악 경험을 전달합니다.
*도쿄다반사
도쿄의 문화와 음악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들로, 일본의 음악과 패션, 문화를 소개하고 이를 한국의 문화, 예술과 접목하고 있다.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음악을 틀면, 이곳은> 등의 책을 펴냈다. tokyodabansa.com
크리에이터 타운과 어떻게 협업하게 되었나요?
로컬스티치 영등포 지점의 세컨북스에서 진행된 ‘인사이터의 서재’ 프로젝트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어요. 인사이터의 서재를 진행하면서 세컨북스의 매장 음악 선곡도 함께 진행했는데, 음악이 매장의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지고 편안한 공간 경험을 더해준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음악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공간을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때마침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에서 라운지 음악과 LP를 들을 수 있는 청음실 라운지 협업을 요청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협업한 두 개의 객실에는 각기 다른 무드로 매력적인 LP와 플레이어를 비치했습니다. 주된 콘셉트는 무엇이었나요?
'응접실'이라는 공간의 사전적인 의미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방문객을 응접하기 위해 설치한 접객용 방이라는 것이죠. 오래전 사랑방의 역할과 비슷한 용도가 아닐까 싶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크리에이터 타운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자유롭게 토론하고 교류하는 사교 공간이었던 프랑스의 살롱 역할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무엇보다 ‘레코드’라는 물리적인 매체로 공간에 채우는 일이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뛰어난 취향을 가진 주인공(브랜드)의 접객용 방'이라는 콘셉트로 초점을 맞췄습니다.
크리에이터 타운은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나요?
1960년대 이후의 도쿄 문화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하라주쿠 센트럴 아파트(原宿セントラルアパート)'라는 공간이 있어요. 1960~70년대 크리에이터들의 문화를 발신하는 장소로 알려진 곳인데요. 원래 오모테산도나 하라주쿠 주변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군 주둔지가 있던 곳으로, 당시 주변 거리는 미군들을 위한 가게들이 자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미국 특유의 문화적 향취가 가득한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센트럴 아파트는 그런 하라주쿠에서 미군 관계자들을 위한 고급 맨션이었죠. 미군들이 떠난 후에는 사진가, 출판사 에디터, 카피라이터, 일러스트레이터, 패션 디자이너 등 도쿄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들어 자신의 아틀리에, 사무실, 부티크로 이용했죠. 센트럴 아파트는 결과적으로는 당시 도쿄에서 가장 힙한 감각을 발신하는 공간이 되었고, 이것이 현재의 오모테산도와 하라주쿠 주변의 문화 그리고 도쿄의 문화에까지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크리에이터 타운도 이런 하라주쿠 센트럴 아파트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을지로를 생활 터전으로 삼았던 이들이 남겨놓은 유·무형의 문화가 있고, 그 매력에 이끌려 다양한 감각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사무실이나 작업실과 같은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죠.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보다 넓은 의미로는 하나의 문화 발신 기지로 기능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을지로를 지날 때마다 개성이 강한 젊은 세대들이 많이 오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마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을 찾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개성으로 가득한 분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뾰족뾰족하고 날카로운 시절의 멋이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각자의 개성을 발현할 수 있는 힌트가 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앞서 언급했지만 콘셉트를 잡을 때 떠올렸던 응접실과 사랑방, 살롱 이 모든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음악과 문학과 미술 같은 콘텐츠가 탄생하고 비평과 토론과 같은 교류를 통해 개성이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 도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 음악과 문화 전문가들과 함께 각 테마별로 선정한 레코드 넘버들을 선별했습니다. 저희가 큐레이션한 음악만큼은 방문객들이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 만한 양질의 재료(콘텐츠)였으면 합니다.
시즌별로 음악의 콘셉트를 달리 한다고 들었어요. 현재의 구성은 어떤 장르인가요?
첫 시즌은 시티팝과 보사노바인데요. 시티팝은 요요기우에하라에 있는 시티팝 전문 레코드 매장인 어덜트 오리엔티드 레코즈(Adult Oriented Records)의 오너이자 히토미토이, 토키 아사코 등 21세기 도쿄의 시티팝의 대표 주자들의 아트 디렉터를 맡았던 유게 타쿠미 씨와 함께 진행했어요. 보사노바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바 마스터로도 유명한 하야시 신지 씨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는 시부야에서 24년동안 보사노바 바인 ‘바 보사(Bar Bossa)’를 운영하고 있죠. 하루에 8시간씩 24년 동안 보사노바 음악만을 틀어온 사람이 고른 보사노바라고 생각해보세요. 응접실에 전시된 레코드 모두 해당 분야의 프로 중의 프로가 고른 큐레이션입니다. 그것이 아마 이 공간의 가장 큰 개성이 아닐까 해요.
이 응접실을 사람들이 어떻게 즐기기를 바라나요?
기본적으로는 음악을 듣는 장소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좋은 음악을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르면 좋겠어요. 또한 작지만 응접실 전체를 대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혼자 혹은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조금은 여유롭게 음악을 듣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나 레코드에 턴테이블을 올려놓고 직접 틀어본 적이 없는 세대들이 지금 가장 레코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데, 그런 이들에게는 레코드에 턴테이블을 올려놓는 것 하나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겠죠. 그럴 때 혼자 있으면 마음 편하게 이것저것 해볼 수 있잖아요(웃음). 그렇게 이용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지만 시각과 청각, 촉감을 통해 레코드와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기존의 음악 매니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음악적 지식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음악적 지식의 정도를 떠나서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레코드를 통해 나오는 음악이 전하는 희로애락의 감성과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크리에이터 타운과 다른 협업 계획도 갖고 있나요?
현재 응접실 협업이 1년 정도로 예정되어 있으니 시기별로 다른 장르로 구성할 예정이고요. 도쿄의 문화에 관심이 있는 크리에이터 타운 입주 멤버들과 재미있는 협업도 해보고 싶어요.
좋은 아침! 좋은 작품 한 입 with 야드*
협업의 주요한 의미는 협업하는 팀 모두가 상생하는 데 있습니다. 그 ‘상생’ 의 의미 안에는 지속가능한 수익이 나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수적이고요. 크리에이터 타운은 이를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그 첫 번째 실험은 을지로라는 제작 공간을 활용해 공예 작품을 만드는 신진 작가들과 함께했습니다. 이를 위해 야드는 공예 작가들과 제품 기획, 비주얼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야드와 협업한 결과물은 두 개의 객실과 18층 라운지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주제인 ‘Bed&Pieces(베드&피시스)’는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의 전신인 ‘호텔’의 Bed&Breakfast에서 모티브를 얻은 콘셉트입니다.
*야드
작가·디자이너 플랫폼. 기획자, 디자이너, 작가 등으로 구성된 팀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공예작가들을 소개하고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이들의 활동은 공예 그리고 공예품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데에서 시작한다. 인스타그램 @yard.kr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과 어떤 협업을 하셨는지 소개해주세요.
상품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공예 작품을 소개하고, 일상의 공간에서 심미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협업입니다. 야드에서 선별한 신진작가 중 금속, 도자, 레진 세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참여했고요. 도자 분야의 정채린 작가는 크리에이터 타운의 18층 로비에서 사용될 머그컵을, 금속 분야의 이구은 작가와 레진 분야의 박진국 작가는 객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으로 각각 ‘작가의 방’을 꾸몄습니다. 약 한 달 간의 전시 기간 동안 자유롭게 크리에이터 타운에 방문해 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전시가 끝난 이후에 객실은 실제 에어비앤비로 운영되고, 투숙객이 방에 머물며 직접 작가의 작품을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크리에이터 타운에서 현장주문 하거나 온라인으로 주문도 가능해요.
야드는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팀인데,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야드의 SNS를 본 로컬스티치에서 먼저 협업 제안을 해왔어요. 신진 작가 발굴과 성장을 돕는 야드의 성격이 다양한 창작자들을 위한 실험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크리에이터 타운의 방향성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작가 선정은 어떤 기준으로 했나요?
아드는 크리에이터 타운의 위치적 특징, 이곳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창작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야드의 신진 작가와 대학생들로 협업 작가를 선별했습니다. 이 덕분에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객실을 선보일 수 있었어요.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점을 위한 작업이기에 특별히 다른 점이 있었나요?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공예품의 장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가장 고민했어요. 방문객이 최대한 가까이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방식이기에 더욱 그랬죠. 그래서 크리에이터 타운의 실제 객실 주인이 각 작가들이라고 가정 하에, 방에서 실제로 사용할만한 제품을 제작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 또한 작품성과 실용성을 갖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자 했죠.
프로젝트 주제인 ‘Bed&Pieces(베드&피시스)’도 흥미롭습니다. 기존의 공간 성격과 연계되기도 하고, 작품을 마치 아침 먹듯 일상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 같기도 해요.
네 맞아요. 작품이 비치된 방에 투숙객이 직접 생활해본다는 점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리빙 쇼룸이나 전시와도 다르죠. 집주인이 남는 방을 내어주거나 자신의 집을 개조해 빌려주는 ‘Bed&Breakfast’ 형식의 숙박 시설은 공간에서 호스트의 취향을 느낄 수 있기에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하죠. 친구 집에 머무르는 것 같은 아늑함도 있고요. 작가의 개성이 담긴 공간과 멋진 작품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Bed&Pieces’라는 타이틀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Bed&Pieces’는 누가, 어떻게 사용했으면 하나요?
아직까지 ‘공예’가 어렵고 오래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예’가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특히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고 싶은 분들이 크리에이터 타운과 ‘Bed&Pieces’에 방문하면 좋겠어요.
크리에이터 타운은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많은 공예 작가들이 을지로에서 재료를 구입해요. 또 건축가, 디자이너 등의 사람들이 을지로를 다녀가고요. 공예작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자들이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터 타운에 모이고 맞춤형 주거 형태와 차별화된 멤버십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인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크리에이터 타운과 다른 협업 계획도 갖고 있나요?
이번에 진행한 ‘Bed&Pieces’ 프로젝트를 앞으로 다른 작가들과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을지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야드의 공예 작가들과 함께 직접 타운 근처에서 재료를 구해와 하나뿐인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예요.
글 오상희(前 월간 디자인 수석 기자, 現 디자인·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전문 기자)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