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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Jan 27. 2021

<불온서적> 나광태 대표

< 잘 될 인터뷰 시즌1 > 세청넷 선배들의 이야기

'출판'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출판사가 떠오르는가?

책이나 매거진에서 여러분이 사는 지역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출판이라 하면 보통 웅진, 문학동네, 시공사 같은 대형 출판사들을 먼저 떠올리고는 한다. 여태까지 많이 봐왔고 실제로 많은 양의 책들을 출판한 출판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대형 출판사들은 주로 수도권에 몰려있기 마련이라 이야기의 배경 또한 그런 대도시들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 대도시가 아닌 지역의 사람들에게 자기 지역의 이야기가 실린 출판이란 조금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세종이라는 지역의 이야기를 글과 출판을 통해 담아내고 알리고자 하는 청년, 출판사 <불온서적>나광태 대표를 만나보았다.



어느덧 세종에 10년 차 거주 중이라는 나광태 대표


이 지역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한번 만들어 보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출판 사업 불온서적의 대표이자 청년희망팩토리 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나광태라고 합니다.



혹시 세종에 언제, 어떻게 오시게 되었고, 어떤 계기로 정착하게 되셨나요?


2011년에 대학교를 세종으로 오게 되면서 세종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되었다.
대학생 시절에 선배나 후배들을 통해서 ‘여기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지역을 떠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학교 방송국 생활을 통해 같이 일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사람들이 지역 환경의 한계에 부딪혀 떠나는 게 싫었다. 만약 이 지역에 조금이나마 청년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회가 열린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무언가 청년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역을 떠나지 않아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제는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대학과도 멀어졌고 구태여 이 지역에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언제나 마음 한쪽에는 훌쩍 떠날 생각을 품고 있다. 남아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하되 이곳이 나의 전부인 것처럼 살 생각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물리적인 공간에 생각이 갇히는 게 싫어서다. 지역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다양한 활동과 일을 해오고 있지만, 지역에 애착을 갖는 순간 뻔한 일만 하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언제든 떠날 마음을 품고 있다.


세청넷의 일원으로서 지역의 여러 행사에 참여했던 나광태 대표


세종청년네트워크와 함께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세종청년네트워크 초기부터 함께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활동들을 하셨는지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세종청년네트워크가 막 시작될 때 서기로서 함께하기 시작했다. 당시 임원진의 일원으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의견을 내면서 세종청년네트워크를 어떻게 운영할지, 어떤 걸 개선해야 할지 등 구조를 짜는 단계부터 운영 단계까지 함께 만들어 나갔다.



그렇다면 이 세종청년네트워크 활동이 지역에 머물러 계시는 것에 영향을 끼쳤었나요?


세종청년네트워크를 경험함으로써 세종에서도 비슷한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모일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런 경험들이 남아있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된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다고 본다.



세종청년네트워크 활동을 함께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으실 것 같은데 이를 통해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생각보다 되게 다양한 사람들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이나 활동에 대한 생각이 다 달랐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나광태 대표가 진행했던 <심장이 뛰는> 프로젝트 중 영화 상영 활동 사진


보람차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
나에게 까지 흘러들어온 것뿐이다.


세종청년네트워크에서 직접 진행했던 활동이 있으신가요?


<심장이 뛰는 여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역에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함께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눴다. 집에서 혼자 볼 수도 있겠지만, 같이 영화를 보면서 감상을 나누는 일이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거 같았다. 
영화 선정은 청소년들이 한 번쯤 들어는 봤을지 모르나 아직 보지 않았을 만한 영화들로 선정했다. 그렇게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셜록 홈스>, 두 편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기념할만한 포토티켓을 나눠주기도 하고 1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를 작성하는 등 여러 활동들과 함께했는데 생각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고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있다.


세종청년네트워크와 청년희망팩토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활동하신 기간 동안 가장 보람찼던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세종청년네트워크와 청년희망팩토리에서 활동하면서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한다. 다만 나는 이런 청년 활동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했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활동 자체를 보람찼다고 느끼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을 꼽아보자면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일이다. 프로그램이 마무리되고 나서 참여했던 청년 기획자들이 각자 프로그램 후기를 개인 SNS에 업로드해주신 걸 봤다. 별도 요청을 드린 것도 아니었는데 각자의 감상을 솔직하게 적어주셔서 보면서 감사했다. 더불어서 좋은 경험을 제공했고, 의도대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문화기획학교-성장혁신스쿨> 진행을 하고 있는 나광태 대표의 모습


이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많아진다.


세종에서 활동하려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의 청년세대는 시험을 본다든가, 어떤 자격을 얻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개인의 노력을 갈고닦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취업이 힘들다 보니 더더욱 자신의 길로 깊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어렵겠지만, 주변에 자신의 꿈이나 활동의 방향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는 생각한다. 홀로 견디기에 어려운 일이 많으니까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쨌거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니까. 내 힘으로 불가능했던 일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결되는 일도 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청년들이 자신이 가진 사회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관계가 두텁게 만들어질수록 좀 더 건강하게 자신이 꿈꾸는 일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온서적 대표로서 앞으로 펼치시고 싶은 꿈이 알고 싶습니다.


지역은 그동안 관광과 홍보의 요소로 활용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지역 생활을 다루는 이야기는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는 지방자치부터 지방 소멸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데 정작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는 지역은 잘 다뤄지지 않는 거 같다. 나는 일상을 비트는 상상을 던질 때, 삶의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온한 일상에 불온한 상상을 던지자는 주제의식을 두고 지역을 재해석하는 책을 제작하고 싶다. 추가로 지역에서 글을 쓰거나 읽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해가고 싶다.



나에게 세종시는 [                 ]다.


나에게 세종시는 <영원한 이방인의 도시>다.
예전에 만든 영상에서 조치원 지역을 ‘둥지’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대학생 때 선배들은 이곳을 ‘마음의 고향’이라던가 ‘제2의 고향’이라는 수식어로 불렀다. 사전을 찾아보고 예시들을 보면서 고향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무거운 단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고향이라는 말보다는 ‘둥지’라는 표현으로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철새처럼 떠도는 대학생들 혹은 이 지역이 실제 고향인 이들에게도 포근한 느낌을 주면서 모두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이곳에서 나의 성격과 위치를 이방인으로 여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역정착과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들 하는데 정작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는 거 같다. 이방인들이 많은 도시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이방인들이기 때문에 고향이라는 무게에 눌리지 않으면서 지역의 문제나 고민을 현실적으로 잘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에디터 후기


한 곳에 정착해서 사는 게 일반적이었던 우리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요즘 청년들은 꿈을 찾아, 일을 따라, 혹은 다른 여러 이유로 자주 지역을 옮겨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처럼 '고향'이라는 개념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요즘, 새롭게 제시된 '둥지'라는 개념은 우리 청년들의 상황을 잘 반영해 주는 것 같다.

언젠가 떠날 확률이 높은 곳, 그렇다고 그냥 잊어버리기엔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이곳이 우리들의 둥지다. 길든 짧든, 둥지에 있는 동안에는 그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한번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세종시에 이방인으로 찾아와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며 지역의 발전을 위해 도전하는 청년들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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