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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Nov 25. 2021

청년공동체 휴게소, 성자운

<잘 될 인터뷰 시즌3> 라이징 활동러들의 이야기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는 휴게소를 빠트릴 수 없다. 머나먼 목적지까지 쉼 없이 달리다 보면 지칠 수도, 다칠 수도 있기에 잠시 쉬어 갈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비슷하다. 목표를 향해 쉬지도 않고 달리면 어느 순간 피로감이 한 번에 밀려온다. 따라서 삶에 있어서도 휴식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 지역 활동을 통해 휴게소를 얻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독특한 비유로 신선함을 안겨준 자운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세종청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성자운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 살롱 매니저를 맡고 있습니다.



세종시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고 처음 왔을 때 들었던 지역에 생각들은 어땠나요?


2013년도에 대학 입학 때문에 세종시에 처음 오게 되었는데요. 그 당시 세종시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서 이제 막 발전하고 있던 시기라 놀 게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제 친구들은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라고 불렀는데 오히려 저는 지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없었어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다는 설렘,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에 지역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평온하고 따뜻한 지역이었어요.

2021 세종시 청년주간 행사에서 자운님


세종청년센터에서 근무하고 계신다고 하셨어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세종청년센터는 세종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네트워킹 행사도 열고 취미 만들기 클래스도 진행하고요. 얼마 전에 세종시 청년주간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어요. 그중에서 저는 청년들의 모임/문화 활동 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지역 활동하며 듣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사업 아이템이나 사업 보완점이 되기도 해요


청년센터에서 일하시다 보니 청년들의 이야기가 많이 필요하실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지역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예요. 청년센터는 청년들의 수요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자리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저는 지역에 알고 지내는 청년들이 거의 없어서 네트워크가 아주 적었어요. 왜냐하면 세종시에 꽤 오래 살았지만 대외활동 같은 건 잘 안 하고 대학 내 활동만 하며 지냈거든요. 일을 하다 보니 청년을 위한 사업을 하는 만큼 지역 청년들과 접점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역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실제로 지역 활동하면서 듣는 이야기들이 많은 도움이 돼요. 사업 아이템이 되기도 하고 보완점이 되기도 하고 그래요.


세청넷 8기 참여 모습


지역 활동 시작의 계기가 남다르신 것 같아요. 그럼 지금까지 하신 지역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실 저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 그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는데요. 세청넷 활동을 가장 오래 가장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지난해 세청넷 8기를 시작으로 올해 9기까지 페어로 참여했고요. 10기부터는 세청넷 매니저단으로 활동하면서 살롱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1년 가까이 참여해오고 계신 거네요. 세청넷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당시 먼저 지역 활동을 하던 청년이자 현재 세청넷 커뮤니티 매니저인 양희민님의 추천으로 세청넷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희민 매니저님과 저는 대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요. 작년에 제가 하도 심심하고 무료하다고 이야기하니까 세청넷 참여 제안을 주더라고요. 그간 희민 매니저님이 활동하는 거 보면서 재밌겠다는 생각도 늘 했고 때마침 세청넷 8기 페어를 모집하던 시기여서 신청하게 되었어요.


세청넷 9기 참여 모습


세청넷에서 했던 활동들에 관한 이야기 부탁드려요!


8기 때는 ‘도전 살롱’을 진행했어요. 제가 한 해가 다 끝나갈 무렵인 12월에 살롱을 진행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도전해보자는 의도로 기획했는데요. 당시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기, 넷플릭스에서 영화 보기 등 페어분들의 소소한 목표들을 보는 게 재밌었어요. 사실 이때 준비하면서 제 살롱은 망한 살롱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웃음) 그런데 막상 진행하니까 너무 재밌게 즐겨주고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시는 거예요. 그게 정말 고마웠던 기억이 있어요.


9기에서는 보드게임 형태의 ‘보물 살롱’을 열었어요. 살롱 준비하기 며칠 전에 했던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페어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하게 됐는데요. 게임이 6인용이다 보니 10명이 넘는 살롱 페어들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게임을 찾을까 했는데 자꾸만 그 ‘해저 탐험’이라는 게임이 눈에 아른거리는 거예요. 결국에는 제가 이 게임을 변형해서 14인용으로 만들었어요. 게임에 사용되는 카드 몇십 장도 일일이 풀칠해가면서 만들었고요.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그만큼 뿌듯했어요.



공동체 활동 덕분에 목요일 하루만큼은
다른 날보다 더 특별해요



세청넷이 자운님에게 미친 영향이 있나요?


사는 게 재밌어요.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월화수목금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잖아요. 더군다나 저는 특별한 취미생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배우고 있지도 않아서 퇴근하고 나면 할 게 없고 집에만 가만히 있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주말만 바라보고 살기에는 주중의 시간이 너무 길었는데요. (웃음) 세청넷을 시작하고 나서는 휴게소가 생긴 느낌이에요. 주말까지 달리는데 목요일 하루는 쉬어 갈 수 있는 거죠. 세청넷 덕에 목요일 하루가 다른 날보다 조금은 더 특별해요.


탐험 살롱을 진행 중인 자운님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는지가 큰 영향을 미치는 거죠.

공동체 활동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인데요. 세청넷 매니저단은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세청넷 8기 참여 제안을 주셨던 희민 매니저님이 당시에 매니저단을 하고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항상 매니저단의 끈끈함과 돈독함을 보았고 매니저단에 소속되어 있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동시에 지역과 청년 네트워크를 위해서 활동하는 매니저분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어요.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어떤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활동하시는 게 어떤 생각으로 이런 활동들을 하는 건지 궁금했거든요.

그러던 중에 저에게 세청넷 매니저단 참여 제안이 온 거예요. 그런데 저는 직장인이고 아무래도 신도심에 살고 있다 보니까 왔다 갔다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공동체 활동하면서 안정감을 많이 느껴요. 집 말고 제가 편하게 갈 곳이 항상 있다는 안정감. 그게 있으니까 삶이 훨씬 괜찮아지더라고요.



지역 활동하면서 드는 생각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역이 다르게 보여요. 우리가 신입생 때 학교를 보는 것과 4학년 졸업을 앞두고 학교를 보는 게 다르듯이 대학생 때, 취업하고, 지역 활동 시작하고 지역에 관한 생각들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세종시가 마냥 재밌는 도시였다면 취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적막하고 조용한 지역으로 보였어요. 그런데 지역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또 달라졌어요. 지금 저에게 세종시는 생기가 돌면서도 편안한 도시가 됐어요. 이렇게 다르게 보는 이유는 제가 그간 경험해온 것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는지가 큰 영향을 미치는 거죠.


세청넷 시작 시간을 기다리는 어느 목요일의 자운님


나에게 세종시란 [       ]이다.

나에게 세종시란 [ 아이스 아메리카노 ]다.

저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독특하지 않아도 담백하고 깔끔해서 질리지 않는 음료예요. 그래서 다른 음료를 마실까 생각했다가 결국엔 다시 아메리카노로 돌아오게 돼요. 오히려 특별한 메뉴는 쉽게 질리더라고요. 그것과 비슷하게 세종시가 엄청난 특징이 있는 도시는 아니더라도 여기 사는 게 안정적이고 좋아서 떠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앞으로 더 발전하고 특색 있는 도시로 거듭나겠지만 지금은 그런 느낌이라서 정해봤어요.



[에디터 후기]


세종시를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비유한 자운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특별한 것 없는 세종시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까지 이 지역이 질린 적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사실 세종시의 특색은 해를 거듭하며 하나둘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도시는 늘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며 우리에게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자운님이 세종시는 질리지 않는 도시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잔잔히 생겨나는 변화 덕이 아니었을까 싶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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