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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Nov 18. 2021

학교에서 지역으로, 김현진

<잘 될 인터뷰 시즌3> 라이징 활동러들의 이야기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하다. 학원을 가기에는 비용이 큰 부담인데 그렇다고 동호회를 들어가기에는 마니아들의 화력에 주춤하게 된다.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야 하는 활동이지만 그 시작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세종시에는 필자와 같은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위한 청년 공동체가 있다. 체육 학과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포츠 경험이 적거나 스포츠를 그만두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이들이 첫 발걸음을 떼는 데 도움을 준다. 개인에게 맞는 스포츠를 추천해주기도 하며 가장 큰 메리트는 무료로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청년 공동체의 대표이자 떠오르는 지역 활동가인 김현진님을 만났다.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세종시에서 4년째 거주 중인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재학생이자 ‘스개팅(S-getting)’ 대표 김현진이라고 합니다.



처음 지역에서 했던 활동과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18년에 대학 진학을 위해서 학교에 오고 1학년 때부터 지역 활동을 했어요. 그때 했던 활동이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 운영진이었어요. 운영진 중에서도 홍보팀장을 맡았었는데요. 이 활동이 세종시에서 처음 했던 활동이었습니다. 홍보팀장을 하면서 세청넷의 ‘심장이 뛰는 시리즈’ 중 하나인 ‘심장이 뛰는 거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하기도 했어요.


세청넷에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지역 활동을 먼저 시작한 선배 덕분이에요. 감사하게도 항상 저를 예쁘게 봐주고 기회를 주시는 분이었어요. 당시에 선배가 세청넷의 기획팀장이셨는데, 운영진 제안을 주셔서 처음으로 지역 활동에 참여하게 됐어요. 활동하면서 세청넷 분들과 친해지니까 선배가 먼저 졸업하셔도 활동이 정말 재밌었어요. 그래서 다른 ‘해볼래?’라는 제안들에도 다 참여했던 것 같아요. (웃음) 개인적으로 소속감 느끼는 걸 좋아하고 책임감도 꽤 있는 편인데요.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과 주도적으로 무언가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더 보람차게 활동할 수 있었어요.


세청넷 홍보팀장 시절 현진님


모든 걸 처음부터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죠


세청넷의 ‘심장이 뛰는 거리’는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지금도 세청넷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심장이 뛰는 시리즈’ 중 하나예요. ‘심장이 뛰는 거리’는 2018년 세종시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어요. 한마디로 러닝 프로젝트였다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저희만의 차별화 요소를 더했죠. 조치원읍 신안리에서 연꽃공원까지 5km 정도의 거리를 뛰는데 그 과정에서 지역을 둘러볼 수 있도록 코스를 구성했어요. 30여 명의 지원자가 함께 참여했고 저는 이들과 함께 뛰는 러닝메이트도 했습니다. 아마 제가 체육 관련 학과였으니 프로젝트 준비 과정에서 더 기회를 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활동 하나하나 너무 재밌게 느껴서 프로젝트에 바로 합류했던 기억도 나네요.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느끼셨나요?


시의 지원금을 받아서 하는 사업에 그때 처음 참여해봤어요. 국가의 돈, 공공자금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았고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하나씩 만들어가는 게 되게 재밌었어요. 기획부터 제작 단계를 거쳐 하나의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 체계화된 과정을 배울 수 있었죠. 특히 저는 세청넷 홍보팀장을 맡고 있었다 보니 프로젝트 홍보와 관련된 업무를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배운 것들이 많아 더욱 재밌게 느끼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또 다른 지역 공동체 활동도 하셨나요?

맞아요. 배우는 것도 많았고 지역 활동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하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이었다 보니 공부와 활동을 병행하는 데 있어 힘든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와 동시에 3학년을 시작할 때쯤 진로에 대한 고민도 갖게 됐고요. 그래서 학교 공부에만 치중하고 지역 활동을 잘 안 했어요. 나름대로 슬럼프 같은 게 왔나 봐요. 1년 동안 공부만 하면서 진로에 관한 생각도 정리되고 4학년이 되니까 현장에서 실무를 경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스개팅’이라는 공동체를 직접 만들어 세종시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세청넷에 참여 중인 모습
지역 활동으로 새 프로젝트
시도에 대한 용기를 얻었어요



‘스개팅’은 어떤 공동체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스개팅’은 청년희망팩토리가 청년공동체활성화사업으로 진행한 ‘업글단’을 통해 만들어졌어요. 단체명은 스포츠와 소개팅을 줄여 ‘스개팅’으로 짓게 되었고요. 비영리 단체로서 스포츠 초보자분들이나 스포츠 경험이 적은 분들, 또는 스포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운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개개인에게 맞는 스포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요. 올해 2021년에는 ‘업글단’ 사업을 통해 수영과 배드민턴, 두 종목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스포츠는 누구나 할 수 있고 해도 되는 활동이에요. 그런데 시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첫발을 내딛는 게 어렵다면 ‘스개팅’이 그 두려움을 함께 부숴줄 수 있는 거죠.

스개팅의 회의 시간


초보자들에게 스포츠를 가르쳐 준다니 저도 참여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네요.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일화나 느낀 점이 있나요?


참여자분들이 직접 해 주신 이야기들이 기억나요.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니까 서비스 타겟으로 잡았던 스포츠 초보자와 스포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저희에게 ‘이런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던가 ‘덕분에 한참 쉬었던 운동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와 같은 말들을 해 주셨는데요. 그게 정말 뿌듯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스개팅’이 현재는 비영리 단체이지만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로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체를 운영하는 데 자금의 중요성도 많이 느꼈고, 그와 동시에 세상이 참 어렵고 냉정하구나 싶었어요. (웃음) 그래도 한 번 경험하고 나니까 또 다른 프로젝트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용기 하나는 제대로 얻은 것 같아요.



그럼 ‘스개팅’을 통해 얻은 용기로 지역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싶나요?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을 토대로 ‘스개팅’의 규모를 더 크게 만들고 싶어요. 공동체 구성원이 적어서 수영과 배드민턴 두 종목으로만 ‘스개팅’을 열었거든요. 다시 도전한다면 종목을 다양화해서 더 많은 참여자분들을 만날 거예요. 그러려면 구성원이 많이 필요하니 후배들을 영입하려고 해요. 제가 선배 덕분에 지역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 친구들도 저를 통해 지역 활동 경험 기회를 얻으면 좋겠어요. 규모를 키운다면 공동체를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춰야겠네요. (웃음)

배드민턴 수업을 진행하던 날


대학 밖으로 나오니까
훨씬 더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더라고요


세청넷 운영진, ‘스개팅’ 대표 등 지역 공동체 활동을 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배웠어요. 대학교 안에만 있으면 같은 학과 사람들이나 같은 또래만 주로 보게 돼요. 한정된 거죠. 그런데 학교 밖으로 나오면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연령대도 생각도 취미도 다른 사람들이요. 그런 이들과 어울리고 생각을 나누면서 대학 안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어요.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도 얻었어요. 저는 체육 관련 학과 학생이라서 보통 서비스업, 즉 누군가의 요구에 맞춰 상품을 제공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지역 활동을 통해 이를 얻을 수 있어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과 어울리면서 이러한 두려움도 사라졌어요. 여러모로 배운 게 많네요.


스개팅 미팅 날


나에게 세종시란 [       ]이다.


나에게 세종시란 [ 고향 ]이다.

꽤 오랜 시간 지냈다 보니 이 지역에 대해 꽤 빠삭해졌고 익숙해졌어요. 세종시를 떠난다고 하면 고향을 떠나는 것만큼 그리울 것 같아서 표현해봤어요. 세종시만큼 잘 알고 있는 도시가 없기도 하고 추억이 너무 많아서 그렇겠죠. 여기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많고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능력이 된다면 여기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에디터 후기]


대학교 전공을 지역 활동으로 확장한 현진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스개팅’의 규모를 키우게 된다면 후배들을 영입하고 싶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선배 덕분에 지역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처럼 후배들도 자신을 통해 지역 활동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필자도 지역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누군가 제안 주는 경험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 기회가 값진 경험일수록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느낀다. 현진님이 위와 같이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지역 활동으로 배우고 얻은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지역 활동을 통해 세종시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처럼 더욱 많은 이들이 지역 활동을 경험하고 지역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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