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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Jan 13. 2021

엄마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마녀엄마> 북 리뷰


<마녀체력>을 재밌게 읽었기에 <마녀엄마>가 출간되자마자 구입했다. 나는 재밌게 읽은 책의 저자의 신간이 나오면 챙겨보는 편이다. 필력은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마녀엄마>는 평범한 여성이 아이를 통해 진짜 엄마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일터에서 편집자 후배들에게
 똑바로 발자국을 남기듯,
아이한테도 폼 나는 인생 선배가 되고 싶었다.
엄마라고 몸 버려 가며 희생하거나,
돈 써 가며 유세 떨거나,
내 뜻대로 몰아붙이는 짓은 안하려고 했다.
 대신 내 몸부터 단단해지고,
넓은 세상으로 손 내밀고,
깊은 영혼을 지니는 데 몰두했다.
그렇게 엄마로 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내가 아이를 키운 줄 알았는데
아이가 나를 키운 셈이다."
<마녀엄마>, 이영미, 남해의봄날, 8p
 


첫째를 키우면서도 느낀 건데, 내가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이가 나를 키우기도 하고, 아이 스스로 크기도 하고, 우리는 함께 크고 있었다. 물론 아이를 위해 써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아이를 위해 쓰는 시간만큼 내가 얻는 것들도 많다. 평소에 얼마나 웃고 살았을까 싶은데, 아이가 있으면 하루에 몇 번이고 아무 생각없이 웃게 된다. 언제 이렇게 행복하게 웃고 살았나 싶다.


나도 어렸을 때 많이 웃고 부모님도 나를 보며 웃었을 것이다. 몸이 자라면서 점점 웃을 일보다는 고단할 일들이 많아졌다. 일은 왜 할수록 고달프고, 인간관계는 왜 할수록 모르겠는 걸까. 데이고 치이면서 아물기도 하고 많이 단련되었지만, 매일 매일 웃으며 산 적은 언제였을까 까마득 돌아본다.







나에게는 4살, 2살의 두 아이가 있다. 이 책은 이 아이들이 커서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었을 때를 떠올려보게 하는  책이다. 쪼꼬미 어린아이가 커서 수능을 보고, 결혼할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다니? 잘 상상이 안 가지만 그때 되면 나이 지긋한 어른이 되어 있을 내 모습도 상상이 안 간다. 엄마랑 시간 좀 보내달라고 해도 콧방귀 뀌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내가 너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말을 안 내뱉으려면 챙겨주되 약간의 거리두는 걸 연습해야겠다.


부모가 되면 자신이 못해본 걸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하려는 욕심이 생긴다. 저자는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려면 혼자서 하게 두지 말고 엄마도 같이 해보라고 조언한다. 같이 해보면 "너는 왜 그렇게 못하니?"라는 말이 함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학습과 취미활동의 짐을 지우면서 정작 엄마는 관망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똑같이 되지 않으려면 아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혼자가 아닌 '함께' 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신혼일 때가 까마득하게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지금은 아이들 없는 삶을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서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하고, 그때는 다시 남편과 둘이 남겠지. 둘이 남은 집이 쓸쓸하지 않으려면 내 인생부터 잘 가꿔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책 마지막 부분에 아들에게 쓰는 유언장이 나온다. 읽으면서 펑펑 울었다. 아이들이 클 때쯤 나도 나이가 들고 세상과 이별할 날이 오겠지만, 그보다는 지금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서였다. 늦게 결혼을 하고 늦게 아이를 낳은 편이라서 아이들이 30대가 되면 나는 70대가 된다. 그럼 그때 우리 부모님은 어디 계실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엄마가 되니 지금에서야 아렴풋이 엄마의 무게를 알겠고, 고생하신 만큼 이제는 편안히 자식 키운 덕을 오래오래 보셨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아 보니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큼 기쁜 게 없다. 다 큰 어른이지만, 엄마도 나를 보며 건강하게만 살라고 당부하신다. 첫째를 낳고 몸이 안 좋았는데 엄마는 3일이 멀다 하고 반찬과 건강식품을 싸가지고 오셨다. 다 큰 딸을 데리고 수액을 맞으러 다니고 한약을 지어주셨다. 이제는 내가 건강한 편이어서 엄마가 한시름 덜으셨다. 내가 엄마를 걱정해야 할 나이인데, 엄마가 나를 걱정하게 해드려 죄송하다. 부모님을 위해, 아직은 손길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은 저자만큼 아이에게 유언장을 쓸 만큼의 담력은 없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길이지만, 아직은 그 길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마녀엄마가 되기에는 한참은 부족한 듯하다. 아이의 미래부터 세상과 이별하는 날까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삶의 마무리 아닐까.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이름이 남겨진다. 평생을 올곧게 살았어도 마무리가 좋지 않으면, 안 좋은 이름으로 기억되는 법이다. 이런 부모의 가치관을 자식한테 무의식적으로 가르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정교육이다.
-이영미 저, <마녀체력>, 남해의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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