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나루역: 도시와 자연의 상생
[송파나루로 향하는 길]
석촌호수를 품은 동네로 유명한 ‘송파나루’. 9호선 석촌역과 한성백제역의 사이에 위치한 송파나루는 송파구 송파동과 방이동에 자리 잡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송파나루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석촌호수, 롯데월드, 올림픽공원 등등. 이처럼 서울의 대표적인 장소들은 쉽게 떠오르지만, 송파나루에 어떤 크고 작은 매력들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대표적인 명소에 시선이 빼앗겨 동네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기회가 없었던 걸까?
9호선 선정릉은 내가 모르는 어떤 모습이 있을지 기대가 되었던 반면, 송파나루를 떠올리면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몇 가지 모습이 있었다.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장소들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그 대표적인 명소들이 동네의 라이프스타일과 어떻게 어우러지고 있는지를 조명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었다. 다행히 송파나루에서 예정된 첫 번째 일정은 송파나루 자취생과의 1인 인터뷰였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송파나루의 숨은 매력들은 무엇인지, 실제 주민에게서 들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전해 듣고, 직접 동네를 거닐며 살펴보고 송파나루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할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9호선으로 향했다.
[송파나루의 공간과 이야기]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동네 카페가 가고 싶을 때, 시원한 음료와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처음 들어갔을 때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다양한 식물이다. 천장에 닿을 듯한 큰 화분부터 그 옆의 선인장, 그리고 각종 다육 식물까지. 이뿐만 아니라 매장의 테이블과 의자의 모양이 제각각으로 개성이 있어 카페 인테리어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송파나루 거주의 장점을 하나씩 듣다 보니, 이곳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실제 거주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찐장점’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인터뷰이가 한가득 추천해 준 소중한 맛집들도 하나씩 저장했다.
송파는 점차 높아지는 문화 수요에 발맞추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책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했다. 건물의 외관은 책장의 레이어를 모티브로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으로 기획했다. 이러한 주민 친화적 문화공간을 통해, 송파는 더욱 유연하고 포용성 있는 도시가 된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내부에 조성되어 있었다. 단순히 책을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세밀하게 설계해 둔 것이다. 누군가는 소파에서 널브러져 책을 읽고, 누군가는 오디오북을 듣고, 누군가는 한쪽에 비치된 잡지를 들춰본다.
1층을 지나 2층에 올라오면 책과 독서를 소재로 한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책에 대한 경험을 나눌 수 있고, 기획전시실에서는 책과 독서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알차고 재미있는 내부 전시를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획전시실에는 다양한 테마를 중심으로 한 공간이 기획되어 있는데, 테마에 대한 설명부터 물품의 배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듯한 티가 물씬 풍겼다.
[송파나루의 거리]
다음 장소인 석촌호수로 향하는 길목에서 <롯데월드타워>를 볼 수 있었다. 롯데월드타워는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대한민국 최고층 건물이다. 송파나루 내 어디서든 볼 수 있던 롯데월드타워는 이제 송파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이날 송파나루 동네를 누비면서 언제 어디서든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볼 수 있었다. 롯데월드타워는 마치 이 동네를 지키는 든든한 ‘터줏대감’ 같다.
발길 가는 대로 이끌려 걷다 보니 어느덧 <석촌호수> 안으로 진입했다. 석촌호수는 봄의 벚꽃 명소로 유명하지만, 여름의 푸른빛과도 무척 잘 어우러지는 장소였다. 롯데월드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만큼, 실시간으로 운행되는 놀이기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사실 석촌호수의 본래 이름은 ‘송파나루 공원’이다. 송파대로가 개통하면서 석촌호수가 동호, 서호로 나뉘면서 그렇게 이름을 명명한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은 석촌호수에 더 익숙한 듯하다.
석촌호수를 산책한 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올림픽공원>이었다. 올림픽공원은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공원으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올림픽공원은 ‘올림픽’이라는 이름답게 서울특별시와 국민체육공단이 공동소유하고 있는 공원이다. 1988 서울올림픽에 사용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장 단지로 조성된 이후, 올림픽 이후에도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공원으로 잘 사용되고 있다.
약간의 언덕을 오르면, 아니 조금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녹지를 만날 수 있다. 다들 주말의 여유를 꼭 붙잡기 위해, 돗자리를 가져와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돗자리를 챙겨 오지 못했어도 괜찮다. 종이 한 장을 깔고 앉더라도 피크닉에 온 기분을 물씬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녹지의 중앙에는 나홀로나무가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나홀로나무의 이면에는 조금 슬픈 이야기가 있다. 올림픽공원이 만들어질 때, 몽촌토성 안의 민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수형이 예쁜 나무만 남기고 모두 베어버려 나홀로나무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나홀로나무는 그 자체로도 멋스러웠지만 주위 풍경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올림픽공원을 지키는 나홀로나무, 나홀로가 아닌 ‘함께’의 모습으로 한결같이 우리 곁에 있어 주길 바란다.
[송파나루에서 떠나는 길]
송파나루의 밤을 뒤로하고 다시 송파나루역으로 향하는 길.
어김없이 송파나루역에서도 저 멀리 롯데타워가 보이는데, 그 모습이 올림픽공원의 나홀로나무와 유사해 보인다. 드넓은 도시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롯데타워와 나홀로나무가 송파나루의 주춧돌이 되어 동네를 상징한다.
“도시 속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동네를 추천한다는 인터뷰이의 말처럼, 송파나루는 도시와 자연이 상생한다는 느낌이 가득한 동네였다. 자연뿐만 아니라 롯데월드나 송파 책 박물관과 같은 다양한 문화시설까지 있으니, 거주민들에게 지루할 틈이 없는 동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자연과 문화생활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살아감에 있어 필수적이지는 않아도, 우리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웃게 해주는 요소들. 송파나루는 자연과 문화생활을 모두 잡은 알찬 동네였다.
‘산다는 것의 즐거움’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송파나루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로컬키트 x 웰컴홈즈] 이 콘텐츠는 웰컴홈즈와 함께 제작했습니다.
글·사진: <local.kit> 강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