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계획에 있어 자연을 향유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산업혁명 이후로, 도시로 몰려든 인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햇빛, 녹지, 깨끗한 물 등 ‘자연’이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류는 어떻게든 자연을 확보하려 했으며, 현대 도시 계획에 있어서 Green Infrastructure에 대한 고민은 필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여기, 자연공간을 누리고자 하는 인류의 바람과 반대편에 서있는 공간이 있다. 부산광역시 범일동의 55보급창이다. 필자는 범일동의 55보급창의 공간분포가 바다로 연결되는 통로를 막고 있는 모습을 지적하고자 한다. 또한, 55보급창의 이전(移轉)사업은 부산월드엑스포 개최와 부산 원도심개조 사업의 마지막 열쇠로서 그 중요도가 상당히 높다. 이에, 55보급창 이전 계획의 현주소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55 보급창은 총 면적 22만 3000㎡[6만 7576평]으로, 과거 기름 저장소, 무기고, 각종 장비 보관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 말 태평양 전쟁기에 일본군 군수 물자를 보관하기 위해 조성되었으며, 해방 후에는 미군에서 접수하여 관리하였다. 1950년 8월 이래 부산항으로 반입되는 미군 장비를 일시 보관·저장하였다가 전국 미군 부대로 보급하는 보급 창고의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필자는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나 제17 공군 전투비행단과 매우 근접한 곳에 오랫동안 살았기에 군부대의 모습과 공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55보급창의 느낌은 내가 살아왔던 그 공간과는 다소 달랐다. 무엇이 달랐는가 곰곰히 생각해봤을 때 내가 내린 결론은 총 3가지다.
첫째, 55보급창의 방대하게 넓은 부지가 ‘수변’이라는 핵심적인 자연경관을 막고 있다.
55보급창 인접 주민센터에서 도보를 통해 수변으로 가려면 약 1.5km를 넘게 걸어야 한다. 걷는 도중에 그 어떤 컨텐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벽을 옆에 두고 걷는 것이다. 삭막한 보급창의 벽과 컨텐츠 없는 도보와 같은 휴먼스케일의 부재는 시민들이 수변을 가지 않도록 하는 요소가 되었다.
통상적인 군부대는 제한구역을 제외하고 민간, 자연공간 그리고 군부대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55보급창은 그런 모습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둘째, 보급창은 사람의 손길이 닿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보았던 군부대는 그 안에서 사람이 살아가고,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공간과 융화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보급창의 특성상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물자를 이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민간과 너무 인접하게 위치해있다.
55보급창은 명백히 군시설임에도, 민가와 매우 가깝게 자리한다. 공간의 성격이 매우 이질적이라는 애기다. 범일역 1번출구로 나오면 상가와 뒷편으로는 주거시설이 위치한다. 우리가 알던 그 도시의 모습이다. 그러나, 범일2동 주민센터앞 신호등을 건너면 공간의 분위기는 정반대로 바뀐다. 군부대가 주는 위엄있는 모습과 키를 훌쩍 넘기는 벽, 경고가 즐비한 표지판은 다가가서는 안 될 공간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지역의 시민 사회는 55 보급창을 한국에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부산광역시 또한 2030년까지 이를 이전시키고, 월드엑스포의 유치를 위해 그 공간에 ‘엑스포공원’이라는 이름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관련하여, 부산 동구청장의 인터뷰를 인용해보고자 한다.
“2030 월드엑스포 유치 관련해서 반드시 해결돼야 되어야 할 상황이 55 보급창 이전 문제 아니겠습니까? 이와 관련하여 부산 지역사회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수십 년간, 보급창의 존재로 인해 인근의 수변공간과 단절 된채 살아온 주민들과 부산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 미55 보급창의 이전은 꼭 필요합니다. 또한 부산 발전의 대전환을 맞을 2030 월드엑스포가 55 보급창 인근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지 내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는 약 한 5천만 명 이상의 국내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최소 343만 평방미터, 약 100만 평 규모의 유효 면적 확보가 필요한데, 그렇기에 약 7만평의 부지를 가진 미55 보급창이 반드시 포함돼야하는 절실한 상황입니다.
결국 엑스포를 제대로 개최하기 위해, 100만평 규모의 유효 면적 확보를 위해서는 약 7만 평 남짓되는 55보급창의 이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55보급창이 이전될 경우, 인근 관련 군 시설도 함께 이동 하기에 7부두, 미군이 사용하는 8부두 모두 이동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군 시설을 포함하는 북항재개발 3단계 사업으로 도약하여 원도심 대개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미군 55보급창의 이전지역으로 남구의 신선대부두를 결정하자, 남구 국회의원, 남구청장 모두 반대의 입장을 낸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요약해보자면
1. 주민의 의견을 듣고 동의를 구하는 상식적인 절차가 없었다.
2. 엑스포 이후 부산이 관광도시로 성장해야하는데 55보급창 시설이 부산자체에 있으면 그 지역은 관광으로 성장을 못누리게 되었다.
3. 현재 남구에서 진행중인 해양산업클러스터, 해양관광 지구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이 존재한다.
등이었다.
결국, 55보급창의 이전 논의는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현재 55보급창의 상태는 어떠한가.
23년 4월을 기점으로, 55보급창 이전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현정부와 부산의 핵심과제인 2030부산엑스포의 관문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중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알고 있을까? 보급창 인근에서 마주친 시민과 잠깐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보급창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급창 이전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확정나면 물론 좋겠죠?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지금 보급창이 바닷가로 가는 길을 다 막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공원이 들어오면 좋을 것 같아요. 수변공간이 오픈되는 거니까 (웃음)."
자신을 인근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시민은 부산엑스포와 55보급창의 이전의 연관성까지는 알고 있지 못한 듯 했다. 그럼에도, 거주민 역시 보급창이 이전되면 55보급창이 막고있는 수변공간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55보급창의 이전은 단순히 수변공간을 돌려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엑스포의 관문이자, 유치의 핵심요소로서, 나아가 부산원도심개조 및 북항재개발 사업의 중추가 될 것이다. 시민들 또한 이러한 가치에 대해 인지하고, 사업의 진행 척도를 파악하게 된다면 보급창 이전 사업은 더욱 빠르고 신속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