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용품 가게 ‘차비차비’ 사장님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동에는 대략 3만 7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약 8만 명이 거주하는 해운대구 우동 인구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인구이다. 아주 시끄럽지도, 사람이 넘치지도 않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공간이다.
부산의 수많은 동네 중 망미동에 주목한 이유는, 그동안의 부산 여행의 기억을 되짚는 과정에서 생긴 하나의 의문 때문이었다.
타지에서 부산을 여행하고자 하면, 대부분이 해운대와 광안리와 같은 유명 관광지를 찾기 마련이다. 과거의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낮에는 해운대 해수욕장과 해리단길을 걷고, 밤에는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불꽃놀이를 하고, 청사포와 미포를 가로지르는 캡슐열차에서 사진을 찍고….
되돌아보니, 내가 경험했던 ‘부산’이라는 공간은 너무 정형화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미동은 광안리 해수욕장이 위치한 수영구 광안동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광안리는 ‘부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되었지만, 바로 인접한 망미동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불편한 의문으로 남았다.
그래서, 이번 답사에서는 부산의 소위 ‘작은 동네’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포착하기로 했다. 외부인이 주가 되는 대도시의 관광지보다,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간미로 가득찬 ‘작은 동네’에서 진짜 부산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망미골목과 비콘그라운드에 초점을 맞추어, 망미동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망미역에서 내려 수영고가도로를 끼고 쭉 걷다 보면 작고 아담한 골목길이 나온다. 느긋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망미골목이다.
망미골목은 ‘문화예술이 꽃피는 골목‘이라는 이름 하에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망미단길’이라는 이름으로도 홍보되고 있는 망미골목은 수영구의 지원을 받아 깔끔하게 재단장하였고, 다양한 책방과 공방들이 들어섰다. 개성있는 카페와 갤러리, 스튜디오가 곳곳에 있어 지역 예술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공간이다. 예술과 책,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다양한 문화를 즐기려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망미골목의 첫 인상은, 아기자기하고 조용했다.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부산의 중심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였다. 한적한 골목길 카페에서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망미골목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망미골목을 거닐며, 다른 골목과 사뭇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은 신축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 주거단지와 매우 밀접하게 위치해 있다는 점이었다. 이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은 관광을 즐기러 온 외부인보다는 근처에 거주하는 망미동 주민들이 훨씬 많아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었다.
망미골목 한 쪽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시선을 끌었다. 마침 우리가 망미골목을 찾은 당일에 가게를 개업하신 사장님이 계셨다. 반려동물 용품 가게 ‘차비차비’를 막 오픈하신 사장님께서 이 곳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하여, 망미동에 관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개업 정말 축하드립니다! 먼저, 망미골목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일단 제가 제일 원했던 건 강아지가 많은 동네를 찾는 거였거든요. 바로 보면 뒤에 사적 공원도 있고요. 제가 이 동네 돌아다니면서 느낀 게 (여기에) 강아지가 엄청 많이 있어요. 연령대도 젊은 사람부터 나이 있으신 분들까지 해서 엄청 다양한데 꼭 강아지가 골목에 한 마리씩은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저는 이제 반려동물 음식을 하다 보니까 강아지가 많은 골목을 찾다가 여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동네는 조용한데 저희 고객들은 많으니까.
원래 여기 주민이셨던 건가요?
아니요, 집은 멀리 있는데 친구가 이 근처에서 이제 장사를 했었어서 이 동네를 자주 왔어요.
정말 뒤에 아파트 단지도 있고 애견인 분들이 많이 오실 것 같아요. 그러면 망미동의 강아지 관련한 이유 말고도 망미동의 비전이라던가, 이 곳을 선택하신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저기 오시는 길에 컨테이너, 비콘 그라운드 있죠. 그걸 활성화한다는 얘기가 되게 많았었어요. 최근에 망미동에 비콘이 생긴지는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아직 이렇게 활성화되지가 않아서 수영구 쪽에서 좀 더 신경을 쓴다는 얘기는 있었죠.
맞아요, 저희도 한 번 답사를 하고 왔거든요. 근데 비콘그라운드가 들어서서 이 곳이 활성화가 되면 물론 망미골목에도 좋겠지만 부작용도 조금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우려했던 점은 여기에 임대료가 오른다든가 이런 식으로 상인분들의 반발이 조금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임대료가 오른다거나 오히려 (여기가) 좀 조용한 동네라서 들어왔던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제 좀 번창하면 술집이 일단 일순위로 제일 많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면 저는 골목 자체가 일단 좀 더러워지거나 그런 부분에서도 조금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원래 아기자기하고 복작복작한 분위기였는데 유흥상권이 들어서면 그런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친구분께서 여기서 장사를 하시는 걸까요?
네, 카페를 했었는데 지금은 닫았어요.
그럼 그때 카페 운영을 하셨을 때도 여기에 비콘그라운드가 있었나요?
그때도 있었어요.
그러면 비콘그라운드에 대해서 친구분께서 가지고 계셨던 입장은 긍정적이었을까요, 아니면 부정적이었나요?
친구가 처음에 창업할 때 비콘이 초창기였거든요. 그래서 망미동이 크게 많이 번창될 거다, 사람들이 많이 유입이 될 것 같다, 이 생각으로 망미동을 찾았었던 건데, 생각보다 좀 많이 지지부진해가지고 더 많이 못 보고 그만뒀죠.
실제로 상인분들께서 완전 활성화가 됐다고 체감하시지는 않은 상태인 것 같아요. 경주도 최근에 황리단길이 성공적인 케이스인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올 때 그런 큰 도로를 기대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사이즈가 아담하더라고요.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 아담한 사이즈를 또 특색으로 살려서 브랜드화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망미단길 활성화와 관련해서 갖고 계시는 아이디어나 기대하고 계시는 점이 있으실까요?
아이디어라고 할 건 없는데 저는 좀 소품샵이나 이런 좀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이 생기는 골목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죠, 맞아요. 저도 여기서 어떤 상인분들을 인터뷰할 수 있을까 하면서 검색을 하다가 떠오르는 게 소품샵이어서 검색을 했는데 나오는 게 많이 없더라고요.
그렇죠. 그래서 여기 강아지 용품도 있고 카페도 있고 한데 소품샵도 들어오면 진짜 괜찮아요. 좀 약간 더 나가면 다들 유흥거리만 생각하는데 그런 쪽으로 번창이 되는 것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와서 아기자기한 소품도 보고 그 눈요기가 될 수 있는 대목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망미단길에서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기대하고 계시는 주 고객층이 외부 관광객일까요 아니면 여기 근처 사시는 주민분들일까요?
저는 주민분들이요.
주민분들 타겟으로 하고 계시는 거군요. 그러면 다른 상인분들은 어떤 쪽이신 것 같나요?
카페랑 음식점은 아무래도 유입되는 손님이 더 중요할 것 같고 저 앞이나 아니면 앞에 소품샵 이런 데는 좀 동네 주민들이 조금 더 중요하지 않을까….
망미동에 위치한 수영고가도로가 망미동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탓에 단절된 느낌이 든다. 또한 수영고가도로 아래 공간은 오랫동안 이용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기에 점차 음산하고 낙후된 곳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비콘그라운드가 조성된 후, 수영고가도로 하부는 다시 생기를 되찾고 있다. 주민들의 쉼터이자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비콘그라운드는 단절된 망미동을 잇고 망미동 일대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비콘그라운드에는 망미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비콘그라운드를 통해 망미동만의 특색있는 문화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실현된다. 주민 대상 콘서트, 가을 운동회, 플리마켓, 원데이 클래스 등 망미동 주민들을 한 데 모으는 행사와 더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매달 열린다. 망미동 사람들을 한 데 모으는, 그야말로 망미동의 구심점과도 같은 공간이다.
비콘그라운드에서는 외부인의 이목을 끄는 화려하고 거창한 행사만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곳’이라는 소속감으로 직접 마을을 구성하도록 독려한다. 망미동은 주민들이 일구어낸 생동감으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공간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차비차비 사장님과의 인터뷰와 비콘그라운드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꼭 외부인만이 이 조용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리한 외부인 유입으로 인해 오히려 유흥거리가 형성되어 기존 주민들과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본래의 특색있는 분위기를 잃을 수 있다는 사장님의 우려가 인상깊었다.
감천문화마을, 흰여울문화마을 등 부산에는 유명 관광지로 거듭난 골목길들이 있다. 이들은 ‘문화마을’이라는 컨셉 아래에서 벽화를 그리고 다양한 소품가게를 입점시켜 관광객들을 끌어들였다.
경주 황리단길, 서울 망원동 망리단길, 수원 행리단길 등 ‘경리단길’을 모티브로 하여 ‘OO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골목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먹을거리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예쁜 카페들을 들여와 관광지화하여 외부인들을 유입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망미동 일대에도 ‘문화예술’을 키워드로 삼아 독립서점, 지역공방, 디저트 카페 등이 입점했다. 여느 골목들이 택한 전략과 비슷한 지점이다. 하지만 망미동의 발전 방향은 이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방향성을 가진다고 느꼈다. 이 곳에 직접 거주하는 주민들의 애정으로 망미동이라는 공간이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콘그라운드’가 그 중심에 있다.
망미골목 그리고 비콘그라운드를 담은 망미동의 이야기는, 골목길 활성화라는 목표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망미단길’ 트렌드는 물론 잘못된 방향이 아니다. 하지만, 망미동 바깥의 외부인들의 단발적 관심만으로는 지속가능한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외부 관광객 유입만을 목표로 골목을 활성화시키는 사례에는 보통 부작용이 따른다. 관광객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늘어날수록 단기적으로는 공간이 활기를 찾은 듯 하지만, 곧 외부 상권이 빠르게 유입되어 원주민 상권을 위협하고 기존 주민들의 공간을 차지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새로운 유행에 빠르게 반응하는 외부 상권에 의해 그 공간의 분위기는 유행에 편승해버리고, 기존에 그 공간이 지녀왔던 특색있는 분위기가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공간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에 있어 ‘그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망미동의 사례는 공간 재생에 있어서 큰 영감을 준다. 공간은 그 곳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모일 때 진정으로 살아날 수 있음을 일깨운다.
필자 또한 ‘망미동만의 특색’을 살리는 것이 이 곳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향성이라고 느낀다. 거창한 ‘SNS 핫플레이스’를 목표하는 것보다, 망미동만의 아기자기하고 소소하다는 특색을 살려 주민들이 자주 발걸음을 내딛는 곳으로 만든다면, 무리하게 부지를 넓히고 상점을 들이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비차비 사장님처럼,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망미동이라는 공간이 좋아서 이곳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망미골목 그리고 비콘그라운드라는 망미동만의 특별한 공간이, 그저 낙후된 골목길 또는 사진 스팟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모두가 편하게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아기자기한 구경거리, 개성있는 예술 작품,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쉬어가는 그런 소소한 행복이 가득찬 공간이자, 주민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내는 즐거운 웃음이 들어선 그런 공간 말이다. 그 중심에서 비콘그라운드와 망미골목의 시너지는 망미동에 지속가능한 변화의 싹을 틔울 것이다.
망미동을 아끼는 사람들의 열정과 활기로 망미골목 구석구석이 채워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local.kit in 부산> 공간팀 강서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