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 물양장: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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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부산광역시 영도구의 봉래물양장을 알고 있는가.
이곳엔, 푸르른 바다와 크고 작은 배들 그리고 갈매기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살아온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물양장은 살면서 한번 들어볼까 한 독특한 공간이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에는 필자 또한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물양장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수심이 4.5m 미만이고, 500G/T 급 소형선박이 접안 하역하며, 주로 어선·부선 등의 접안에 사용되는 계선안이다.”라고 나온다. 하지만 물양장은 사전의 정의로만 담기에는 그네들이 얽힌 삶과 공간이 주는 분위기 그리고 그 내음새가 너무 아름답다.

KakaoTalk_20230605_153343510.jpg 영도 물양장과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모습

물양장의 어제 - 삶의 터전

이렇듯,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물양장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소시민과 젠트리피케이션 물결로 인해 변화하는 공간 속 소외받는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봉래 물양장을 둘러보면서 낡은 간판과 세련된 간판의 오묘한 조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통일되지 않은 공간의 형태가 주는 불안정함은 어떠한가, 궁금증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이었는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삶을 쭉 영위해온 선장님과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000_3331.JPG 봉래물양장에서 만난 선장님

“선장님은 이 봉래물양장을 예전부터 계속 이용해오셨나요?”


“50년! 내가 여기서 배탄지 50년이 다 되어가요.

그 전 선배와도 항해했던 자리에요. 여기서 배들 다 정박해놓고 정비하고 했던 곳이에요.”


“아 그렇군요. 그럼 물양장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정박지를 넘어서 선장님들끼리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일할 수 있는 그런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시설은 없었지만, 옛날에는 호텔이 들어서기 전에 포장마차나 숙박시설이 있었는데 이제 다 철거 다 됐지 안하고..”

선장님에게 물양장이라는 공간은, 지친 항해를 끝내고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고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커뮤니티’이자 자식들을 키워내고 삶을 영위하는 생존의 공간이었다.

000_3317.JPG 물양장 앞 포장마차

물양장의 오늘 -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희생된 공간

"지금 이 호텔들이 쭉 올라가고 영도라는 곳이 되게 관광지화가 됐잖아요. 선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떤 것 같아요?"

"소외가 되어버렸지. 이게 우리가 이걸 하던 장소가 없어지게 돼 박힌 돌로 먼저 온 사람들 떼 내는 거 하고 같은 역할을 지금 하고 있어요, 시에서도 관광사업 한다고 여기 영세업자들 우리 같은 배타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쫓아내고 있는 그런 관광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저도 처음 물양장을 볼 때는 현대화가 되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이면이 있었네요."

"위에서 하는 것도 좋지만은 여기서 자식들 다 키우고 수많은 배들이 생활하고 있던 그런 장소인데 여기가.. 이걸 없애면 안돼요. 없어지게 되면 뒷세대들은 이 선박을 운행할 수 있는 선원들과 항해사들이 사라지게 되어요"

선장님의 말씀이 크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공간의 변화가 단순히 영리적인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공간은 단순히 영리적인 목적을 위해 쓰일 수도 있지만, 세대간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을 되물림할 수 있는 추억을 담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000_3318.JPG 물양장에 정박해있는 선박

이번엔 조금 다른 주제로 물양장이라는 공간이 지금은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선장님에게 여쭤봤다.


"선장님 그러면 지금 이 배들은 출항을 못하는 상태여서 여기 정박되어 있는 건가요?"


"여기는 계류지지. 우리가 밖에서 일을 하고 들어오면 여기는 이제 정박하는 정박지 인거죠."


"그러면 이 배들은 보통 어디로 가나요?"


"여기 정박한 배들은 대부분 바다를 계측 할때 아니면 해상 공사에 쓰이는 인양선들이에요. 예를 들면 신항만을 만들거나 할때 쓰는거죠. 방파제라든지 아니면 항을 만들고 계측할 때 예인선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때 쓰는 그런 배인거지. 이것도 다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기라"


"사실 이 물양장도 어떻게 보면 필수 시설인데 소외받고 있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인거네요."


"그쵸. 이게 항을 개발하는 데 제일 선구자 역할을 하는게 이게 우리 선장들이에요"


종합해보면 봉래 물양장은 어업보다는 항만 공사, 대교보수공사등 해안의 개발 및 유지보수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는 배들이 정박하는 공간임과 동시에 관광산업과 자본의 유입으로 인해 원래 삶을 영위하던 원주민들이 소외되는 모순적인 공간이 된 것이다.


선장님의 인터뷰를 들으며, 기존의 젠트리피케이션 사례에서는 원주민들이 국가기반사업을 맡은 경우는 드물었다는 점에서 봉래물양장의 공간변화 양상이 여타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래 물양장이 수행하는 기능을 볼 때, 단순한 영리사업이 아닌 국가의 기반사업을 수행하고 이러한 직업군을 다시 재생산한다는 관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양장의 내일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다시 넘어가서,
그렇다면 미래의 봉래물양장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지 선장님에게 여쭤보았다.

“그러면, 선장님께서 물양장 대해서 하고싶은 말씀이 따로 있으실까요? 앞으로의 방향이라던지..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라던지..”

“물양장이 사라지면 안돼요. 이게 자꾸 사라지고 외부 사람들이 관광하러 온 들 하룻밤 자고 가는거 밖에 더 있겠어요? 이곳은 우리가 삶을 유지하고 자식들을 키우는 그런 곳인데 잘 보존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저도 잘 보존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좋은 항을 없애지말고, 지금까지 종사한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젊은 학생들도 와서 이 직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활성화 시켜야 해요”

“또 이게 취업자리도 많이 없는데 항만은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공간이니 청년이 올 수 있는 그런 환경을 형성해주면 좋다 이런 취지인 것 같네요.”

“그렇지요. 부산항에는 외국 사람들이 오면 불빛만 봐도 좋다고 하는데 그걸 다 없애버리고 관광지나 주거시설만 들어서는게 참 마음이 아파요”

“그러네요.. 결국 도시에는 상업시설이 있어야 활기가 돌텐데….”

선장님의 말씀이 크게 와 닿았다. 부산은 지금 개발이 한창이다. 2030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 북항개발사업을 하고 있으며, 영도구는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사람들을 잊고 있는 듯하다.


흰여울마을의 역설을 들어보았는가

20201030.33001008594i2.jpg 흰여울마을 인구수 변동 추이, 출처: 국제신문

마을환경개선을 통해 삶의 질을 올리려던 도시재생사업으로 관광객이 유입되었지만, 외부인들의 자본이 들어오는 묻지마 투자로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원주민들은 떠났으며, 남아있는 것은 외부인들이 운영하는 카페거리다. 세금이 37억원이 투입된 도시재생사업의 수혜자는 원주민들이 아닌, 묻지마 투자를 한 자본가들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떤 개발의 방향을 추구해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봉래물양장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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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공간은 어떤 의미인지 고려하지 않는 단순한 탁상행정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은, 또 다른 소외를 낳을 뿐이다.

우리는 결국 조금 더 원주민의 입장을 듣고, 공감해야한다. 도시를 계획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해관계 충돌의 연속이지 않은가. 부유한 자본가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협상의 첫 단계부터 평등하지 않다. 누가 그네들의 말을 듣고 공감해줄 수 있을까.
필자는 그 시작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해줬으면 한다.

원주민들은 여전히 이곳에서 살고싶어하고, 이곳의 기억이 되물림 되기를 원한다.


·사진: <local.kit in 부산> 공간팀 목종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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