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화 도시하면 부산이 떠오른다. 2000년대 초반 즈음부터 해서 부산에서 많은 영화 촬영이 진행되고 남포동에 몰린 극장가에서 사람들이 영화 문화를 향유하기 시작하면서 부산과 영화는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부산이 영화 도시로 부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1996년부터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초청하며 명실상부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 권위적인 영화제 뒤에는 더욱 웅장한 영화의 전당이 영화제 속 많은 영화들을 수용하고 있다. 영화의 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아세안영화주간, 디제이페스티벌 등 다양한 연중행사가 진행되는 부산 영화의 랜드마크이다.
영화의 전당은 영화관에서는 상영하지 않는 많은 예술, 고전, 독립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상업영화만 취급하는 많은 공간들 사이에서 영화의 전당은 부산의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보금자리가 되었으며 사람들의 문화예술 향유에 큰 영향력을 주었다.
영화의 전당에 발을 디디면 거대한 건축예술물이 사람들을 압도한다. 일반적인 건축의 기능성과 균형성을 해체한 해체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엄청난 규모의 야외극장과 건물들이 하나의 도시 광장을 형성하고 바로 옆에는 초록빛 APEC나루공원이 어우러져 마치 미래 도시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곳곳에 놓인 조형물과 밤이 되면 야외 LED빅루프에서 빛나는 화려한 영상은 영화 같은 장관을 펼쳐낸다.
그런데 여기, 이 영화의 공간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권위적이고 일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영화의 전당을 사용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한 명씩, 한 명씩 전당 안 광장에서 자전거와 보드를 타며 사람들은 모이고 머무르기 시작한다. 돗자리를 깔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가니 조용하고 썰렁했던 영화의 전당은 어느새 시끌벅적 해진다. 우리는 그곳에서 매주 정모를 가지는 부산 롱보드 동호회 회원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보드를 영화의 전당에서 언제부터 타기 시작했나요?
저희가 영화의 전당에서 탄 건 한 15년도? 그때 쯤부터 타기 시작했고요. 예전에는 원래 여기서 타는게 금지되어 있었는데 이제 롱보드 타는 분들이 여기서 좀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서 타게 됐습니다.
영화의 전당에서 보드를 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단 저희는 보드를 탈 때 좀 넓은 평평한 공간이 필요한데 그게 좀 잘 갖춰져 있고, 또 바닥도 아스팔트보다 넘어졌을 때 덜 아프거든요. 그래서 초보자 분들이 오셔도 좀 편하게 탈 수 있어요.
보드 타러 오는 것 이외에도 영화의 전당을 이용하시나요?
네, 원래 6층에 이제 영화 보러 갈 때도 많은데 주로 국제영화제 할 때 좀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영화제 때 저희 야외에서 보통 상영하니까 그때 이제 밥 먹고 와서 여기서 이렇게 영화 보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안 보고 여기 와서 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좀 특별한 경험이죠. 특별한 경험이고 밖에서 이렇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잖아요. 야외에서 하는 것도 있긴 있지만 워낙 잘 시설도 잘 갖춰져 있으니까 그런 것들 때문에, 네. 보통은 이렇게 영화제 같은 데서 영화를 상영할 때 이렇게 큰 공간에서 하면 좀 대중적인 걸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어려운 영화는 사실 난해해서, 보기 좀 힘들어서, 그런 것 때문에 영화제 때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관광객분들이 행사를 하지 않을 때도 많이 찾아오시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거의 없고 가끔씩 오기는 오는데 이제 소수로 그냥 지나가다가 바로 가시죠.
영화의 전당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 무엇인가요?
화장실? 농담입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서 제일 많이 이용하는 거는 영화 볼 때 제일 많이 이용하고요 그리고 커피. 안에 카페 있으니까 카페 많이 이용하고 그렇게 두 개가 좀 많은 것 같아요. 원래 도서관도 있는데 도서관은 몇 번 안 가봤어요.
영화의 전당을 이용하는 데에 단점이 굳이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단점은 딱히 없는데 아직도 영화를 여기서 볼 수 있다는 걸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그것 때문에 쾌적하게 보긴 하는데 아무래도 영화의 전당 입장에서는 더 뭔가 그런 게 더 많이 필요할 것 같고 이제 행사나 이런 거 할 때 저쪽에 이제 행사 공사를 하거든요. 그러면 항상 저거 철거하고 나면 못이나 쓰레기 같은 것들 날카로운 것들이 많이 남아요. 근데 그게 보드 타는 사람들은 이제 막 줍고 치우고 하는데 어린 아이들, 킥보드 타는 애들은 그런 거 모르잖아요. 타다가 넘어지거나 할 때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런 거 청소가 좀 잘 되면 좋겠다, 그 정도입니다.
영화의 전당이 부산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일단 보드 타는 사람으로서는 여기가 좀 뭔가 성지 같은 그런 곳이에요. 예전에는 다양한 곳에서 보드를 탔었는데 이제 여기가 생기면서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게 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옆에 계신 분들도 서울에서 왔어요. 이렇게 다른 지역 사람들도 지금 와서 타는 거거든요. 그런 공간이어서 저희한테는 좀 각별한 의미가 있죠.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리고 영화 도시로서도 사실은 괜찮은데 여기 축제를 되게 많이 하거든요. 이제 여름 되면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좀 이렇게 와서 좀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그런 거는 되게 잘 되어 있는 그런 것 같아요.
되게 신기하네요. 이게 영화가 아니고 또 보드로써 모이는 장소가 됐다는 게 되게 신기한 것 같아요.
여기 되게 많이 와요. 지금 오늘도 지금 여기 온 롱보더들 중 거의 절반은 외국인, 서울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에요. 좀 잘 됐으면 행사도 하고 싶었는데.
영화의 전당에서는 보드 관련된 기획을 따로 하지는 않네요.
딱히 여기에서 행사를 저희가 진행을 해본 적은 없는데요. 주로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공간이니까 여기를 집결지나 아니면 도착지로 삼아서 저희가 바닷가에서부터 여기까지 보드를 타고 오는 그런 행사들을 한 적이 있어요. 이제 그런 것들 할 때 음료수 브랜드들한테 연락하고 협찬을 받아서 이제 음료수 나눠 먹고 이런 식으로 활용합니다.
1. 공간의 변화
공간은 변화한다. 영화의 전당도 변화했다. 부산 영화의 랜드마크에서 일상 속의 공간으로, 단순한 전시용 시설이 아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소통형 공간으로. 앞으로는 평소에도 관광객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상설복합공간으로 활용될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현재 영화의 전당과 APEC나루공원, 현대백화점, 그리고 수영강을 연결하는 도심은 미래복합형 도시인 센텀시티에 걸맞은 장관이다. 인접한 지하철역까지 갖추어져 해운대 주민들 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 완성되었다. 문화, 자연, 사람들을 아우르며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도시가 형성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몸에 맞는, 사람과 연결되는 공간들이 하나둘씩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2. 역동성을 얻은 공간
문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공간이다. 사람들이 비어있는 공간에서 보드와 자전거를 타며, 진정으로 공간과 사람이 연결되고 있었다.
역동성이란, 시끌벅적하고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사람이라도 그 공간을 온전히 누리며 공간과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모습은 영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 겹쳐 보였다. 상업 영화 뿐만 아니라 독립, 예술 영화를 상영하며 영화의 다채로움을 지키려는 영화의 전당이 이제 사람들의 문화와 삶까지 포용하고 있는 모습 같았다. 영화 또한 일부 사람들만이 누리는 자산이 아닌 것처럼, 시민 모두가 영화와 보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이 공간은 길을 내어준다.
또한 이런 공간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행위는 공간을 생산한 사람들,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들 중 그 누구라도 상관 없다. 공간을 누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간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전당은 이제 부산 영화의 상징뿐만 아니라 부산 보드의 상징으로도 빛나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공간이라면, 영화의 전당은 다양한 삶이 모이는 진정한 집결지이자 공간이지 않을까.
글·사진: <local.kit in 부산> 공간팀 김유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