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함께 숨쉬기를 선택한 사람들: 살아있음을 느끼다

by 로컬키트 localkit
KakaoTalk_20230515_150115656.jpg?type=w1200 공간팀이 다녀온 부산


우리는 지금 머무르고 있는 이 자리에 있기를 스스로 선택했을까.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부류의 질문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김포에서 태어나 아버지 직장을 따라 인천과 김포를 오가며 어린시절을 보내고
수원에 있는 고등학교와 서울에 자리한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실은 한 번도 내 의지로 살 곳을 정해본 적이 없음에도,
사는 곳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는 선택지는 없었다.

돌아보면,
나는 거주지를 옮기지 않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거주지를 옮기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일 뿐.

말장난 같겠지만 둘의 차이는 꽤 크다.
5가지 맛의 초콜릿 중 민트초코를 골라 먹는 것과
앞에 있는 건 민트초코 뿐이라 민트초코를 먹는 것.

후자의 경우, 나의 자유의지로 민트초코 먹기를 선택했지만
선택지가 하나뿐인 선택을 과연 선택이라 할 수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지금까지의 나는 내가 머무를 공간을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다.
이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준 곳이 바로 부산이다.
정확히는, 부산에서 스스로 부산에 머물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배웠다.

우리가 만난 부산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활기로 가득했다.
봉래동, 보수동, 망미동, 남포동, 초량동, 우동을 돌며 방문한 공간들은 모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적음은 중요치 않았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빛, 행동, 생각들에서 생동감이 넘쳤다는 것이 중요했다.

부산이라는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행동력이 있었고,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양,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들이 한 데 모인 공간은 이들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를 가지게 되는데,
같은 생각의 사람이라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헌 공간들을 부수고 새 공간들로 대체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지금의 시대에,
역사를 지닌 공간의 가치를 알고 공간과 함께 숨쉬고자 선택한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들은 무언가를 꼭 부수고 새로 지어야만 역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님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것과 함께 나아가며 그 속에서 역동성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역동성은 기존의 것에 대한 애착에서 출발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공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사는 공간에 이렇게까지 애착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나는 어떤 공간과 함께 숨쉬고 싶은가.

자신이 머무를 공간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
당연한 듯 보이나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침대에서 엉덩이 한 쪽 떼는 것부터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데,
나의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고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을 선택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나의 매일을 보내야하는 공간은 알게 모르게 나의 일상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치기에,
용기를 내어 ‘나의 공간’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나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효능감과 함께 살아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기사에서는 부산의 오래된 공간들과 그 공간과 함께 숨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기사를 통해 자신이 머무를 공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가길 바란다.

글·사진: <local.kit in 부산> 공간팀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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