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를 떠나는 사람들

멈춘 시간 속에서 시대를 엮는 공간, 교동도

by 로컬키트 localkit

갈수록 심화되는 지방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문제는 지역의 경제와 사회적 기반을 뒤흔든다. 수도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블랙홀처럼 강력한 서울의 중력은 인근 수도권 지역의 인구마저 빠르게 흡수한다. 이번 겨울에, 로컬키트가 방문한 강화군 역시 꾸준한 젊은 층의 유출과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지역 중 하나이다.


강화군은 한때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번영을 꿈꿀 수 있었지만, 그 ‘가까움’은 역설적으로 지역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가까운 인천과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아예 이주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강화군 내에서의 자립적인 경제활동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강화의 청년들은 “서울과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이중적인 거리감 속에서, 결국 도시에 종속된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떠난 마을의 풍경은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고요하다. 세월의 흔적만 남긴 채 정적에 휩싸인 거리와 공간들은 시간의 흐름을 잊은 듯이 멈춰있다.


하지만, 이곳 강화도에 반대로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곳이 있다. 한국 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모여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섬, 교동도는 2014년에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이전에 멈추었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동네이다. 북한과 2.6km의 접경 지역에 위치해 있어 민간인 통제초소 검문 구간을 통과해야만 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교동대교 개통 이후, 외부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하며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교동도에 도착하자마자, 식당 이모님께 추천을 받아 이북식 향토 음식인 젓국 갈비에 순무 김치를 곁들여 먹고, 대룡시장으로 향했다. 대룡시장은 전쟁 때 피난 온 주민들이 고향의 시장을 본따 만든 골목 시장이다. 씨앗호떡과 김부각, 술떡, 그리고 추억의 달고나가 보인다. 과거의 어렴풋한 기억을 추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저마다의 시절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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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고향을 떠난 이들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곳으로 향한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채 이곳에 남은 사람들과 묵은 기억을 좇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여전히 따뜻한 정을 나누며 과거의 시끌복작하던 어느 시절을 그리고 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마치 거꾸로 흐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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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게 우려져 나오는 쌍화탕의 따뜻한 냄새에 이끌려 한 다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방 안에는 젊은 사람들과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앉아 있다. 세대가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각자의 시대들이 만나 서로 엮이며, 교동도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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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청년들도 있지만, 떠난 자리를 메운 것은 단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남은 사람들은 이 지역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더욱 강화하고 덧대며, 그들만의 기억과 정서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손끝에서 재탄생한 지역의 풍경과 문화는 다시 청년들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강화는 더 이상 멈춘 시간 속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느리지만, 단단한 흐름은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도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애정이 만든 실향민들의 공간, 교동도는 떠나간 이들에게 돌아오고 싶은 그리운 향수를 일으키고,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애틋한 고향의 품속을 경험케 한다.



글·사진: <local.kit> 김상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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