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를 기억하는 사람들

by 로컬키트 localkit

‘잊지 않는 것’이란 지극히 의식적인 행동이다. 우리가 지닌 것이 망각의 천성인 탓이다. 과거의 흔적이 단지 사라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하고 떠난 이가 끝내는 삼각산을 등지고 한강수를 깜빡할지 모르는 일이다. 붙들고 이어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없다면, 결국 모든 것은 잊히기 마련이다. 소창체험관과 금풍양조장은 이 의식적인 기억의 과정을 몸소 보여주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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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창체험관은 방문객에 손수건 만들기 체험을 제공한다. 소창으로 된 손수건에 강화도의 특산물인 열무며 고구마며 하는 것들을 도장으로 찍는다. 소창이 한때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던 직물인 걸 아시는지. 전국 처녀들이 혼수이불을 위해 필히 방문하던 곳이 강화도였다고 한다. 그랬던 소창은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이곳 체험관에서 소창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매개로 존재한다.


평범한 천 한 조각이 손끝에서 손수건으로 변하는 과정은 단순한 공예 그 이상의 의미를 준다. 어떤 흔적은 사라진다 해도, 그것을 되살려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는 행위가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는 흔히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만 집중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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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풍양조장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양조장은 전통 막걸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음료를 선보이며, 그 자체로 변화와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직원 숙소로 쓰이던 2층 기둥에는 ‘길상(吉祥)’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글씨의 일부분이 닳아 있었지만, 그 바람과 소망만은 여전히 선명하다. 익숙한 것을 단지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우리의 삶에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까?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되돌아보는 일이 아니라, 그 기억으로 현재를 재창조하는 일이리라.


우리는 무엇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 무엇을 기억 속에서 되살리고, 또 어떻게 오늘과 연결하고 있는가? 과거의 흔적을 단순히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재구성해 오늘날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작업이야말로 진정한 기억의 방식이다.



글·사진: <local.kit> 소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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