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걷기 위해 더 천천히
오래 걷기 위해서는 더 느긋해져야 한다. 잘 먹고, 잘 걷고, 잘 쉬는 법을 잊은 사람들에게 이 글을 올린다. 강화유니버스의 잠시섬에 잠시 머물다 간 한 사람의 이야기.
“어떤 생각은 우리를 저 먼 곳으로 데려갑니다.”**
“좋은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자꾸 나를 먼 곳에 옮겨 놓고 가버린다”***
좋아하는 문장들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왜 좋은 것들은 자꾸만 우리를 멀리 보내버리는 걸까? 왜 돌아온 뒤에도 잊지 못하게 하는 걸까?
나는 문장들 속의 ‘생각’과 ‘사람’을 조심스럽게 ‘기억’으로 바꾸어 본다. 강화도에서의 기억이 벌써 나를 아득히 먼 곳으로 부려 놓기 시작한다.
강화유니버스는 로컬을 지키며 살기를 소망하는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2013년 청년 다섯이 모여 ‘청풍상회’를 설립하고 ‘청풍시장 화덕식당’을 창업한 것이다. 피자가게 창업이었던 그들의 시작은 2017년, ‘잠시 섬 프로젝트’가 되었다. 잠시섬에서 찾는 사람은 말 그대로 ‘잠시 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늘어져 볼 참가자’, ‘마음만 바쁜 청년’,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청년’이었다.
쉼이라는 게 사실 그렇다. 가까운 곳일수록 찾기가 어렵다. 쉼은 도피처를 필요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 일상의 촘촘한 구조 밖으로, 그 속의 생각과 감정이 적용되지 않는 시공간 너머로 탈출해야만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다다른 곳에서 우리는 ‘온전한 쉼’을 위한 자생적 커뮤니티, 잠시섬을 만난다.
잠시섬은 우리의 쉼을 여행이나 소비의 키워드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환대’를 통해 열리고 확장되는 우리 모습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잠시섬은 다양성, 존중, 생태 등 11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강화유니버스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요가, 댄스, 글쓰기, 산책 등 다양하다. ‘회고’시간을 통해 잠시섬에 머무는 사람끼리 하루를 공유할 수도 있다.
두고 온 것이 있는 곳은 자꾸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내 일부일 때는 특히 더 그렇다. 집이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거로 생각한다. 잠시섬에서 머물던 마지막 날에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고 나면 여기에서의 나는 더 없을 것 같다는, 그러면 여기 남겨 두고 가는 나를 언젠가 다시 꼭 찾으러 와야겠다는.
강화유니버스가 집이 되어 사람들을 끌어당길 때, 강화도는 섬이지만 외롭지 않다. 느슨한 연결로 이루어진 우리는 또 언제든지 모여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local.kit> 이다현 에디터
*잠시섬의 이야기는 강화유니버스 홈페이지(강화유니버스)의 잠시섬 연대기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글의 제목은 잠시섬 연대기 두 번째 에피소드의 맨 마지막 문장을 참고했습니다. (02. 잠시 멈춰, 앞을 보는 시간_1차 위기와 포틀랜드 탐방, 잠시섬의 씨앗 : 잠시섬 연대기)
**<위대한 수업>(ebs)의 오프닝 멘트
***강성은, 『lo-fi』, 문학과지성사, 죄와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