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장소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 장소만이 가진 특별한 분위기는 그곳을 더 잘 기억하게 한다. 새로운 장소만이 가진 분위기가 있다면 더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오직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느낄 수 있는 정취가 있다면 더욱 특별해진다.
우리에게 강릉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최근 강릉시는 관광도시로서 큰 발전을 해왔지만, 정작예로부터 전해진 강릉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고유한 문화적 자산을 확립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체성을 찾고 유지함으로써 비로소 그 지역을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고, 그 정취를 그리워하며 조금 더 오래 머물고자 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로컬키트는 강릉만의 정취가 담긴 민속품들을 ‘삼보만물경매장’. 강릉의 역사적 자원과 전통을 살펴보자.
Q. 삼보만물경매장을 소개해 주세요.
삼보만물경매장은 민속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도 오고, 팔러도 오는 곳이에요. 다른 경매장이랑 조금 다른 점은, 전국 각지에서 온 다양한 민속품들이 많다는 거예요. 특히 이 지역, 강릉에서 나온 민속품이 꽤 많고요. 전국을 돌면서 민속품을 사고파는 갤러리나 수집가들이 여기도 자주 찾는데, 그런 분들이 물건을 들고 와서 여기서 팔기도 해요. 그렇게 지역 간 민속품들이 자연스럽게 오가게 되는 거죠. 또 일반 개인도 본인이 갖고 있는 물건을 경매에 내놓을 수 있고요, 저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사들이기도 해요. 이런 식으로 경매장을 운영한 지는 5년 정도 됐네요.
삼보만물경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거래하는 공간을 넘어, 강릉을 비롯한 전국의 민속품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순환되는 장이다. 이곳은 지역의 전통과 일상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강릉만의 고유한 정취와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Q. 삼보만물경매장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삼보만물경매장은 사람들이 버리려는 물건 중에서도 가치 있는 민속품을 찾아내어,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요. 일종의 자원 재활용이자, 옛 물건을 보존하는 방식이기도 하죠. 요즘 젊은 세대는 예전 물건을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누군가는 그런 민속품들을 지키고 이어가야 하잖아요. 경매장이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거예요. 이사하면서 버려지는 옛 물건들 중에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들이 많은데, 그런 걸 받아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인 경험을 줄 수 있어요. 부모가 아이에게 “아빠 어릴 때는 이런 걸 썼어.” 하고 설명해 주면, 그 자체가 살아 있는 교육이 되는 거죠. 최근엔 민속품 물량이 줄고 있는 대신, 1940년대부터 90년대 사이에 나온 근대사 물건들이 많이 들어와요. 그 시기의 물건들도 이제는 추억이 되고, 40~50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되니까요. 이런 식으로, 시대별로 다양한 물건들이 이곳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셈이에요.
삼보만물경매장은 단순한 거래의 장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민속품을 통해 지역의 시간과 이야기가 이어지며, 강릉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시대가 지나며 점점 쓸모가 없어지고, 자칫하면 폐기물로 여겨질 수 있는 민속품이 삼보만물경매장에 보관되고 새 주인을 찾아감으로써 더 큰 가치를 얻게 된다. 물건들을 둘러보다 보니, 강원도 또는 강릉 지역에서 모인 민속품만의 고유한 특색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Q. 강원도에서 모이는 민속품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강원도에서 나오는 민속품들은 지역 특유의 재료와 형태, 장식이 잘 드러나요. 예를 들어 이불이나 옷을 보관하는 가구인 ‘반닫이’만 봐도, 지역마다 디자인이 다르거든요. 경기 반닫이, 강화 반닫이, 경상도 반닫이처럼 지역별로 경첩 모양이나 나무의 쓰임이 다 달라요. 강원도 반닫이의 경우, 지역에 소나무가 많아서 대부분 소나무로 제작되었고, 때때로 느티나무 같은 재료도 쓰이긴 해요. 또 장식적인 요소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편이라, 그런 부분에서 강원도만의 미적 감각도 엿볼 수 있어요. 이처럼 민속품 하나하나에 지역의 생활 방식과 자원이 반영되어 있어서, 강원도 민속품만의 고유한 멋이 느껴집니다.
경매장이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 민속품은 그 자체로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활 문화를 반영한다. 이처럼 특색 있는 물건들은 강릉의 고유한 멋과 정체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지역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그런데 이 자산을 잘 홍보하고 가꾸어 관광객이나 외부인에게 그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또는 이미 그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을까? 관광객들도 민속품에 관심을 가지는지 호기심이 들었다.
Q. 관광객분들도 민속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시나요?
관광객들도 민속품에 꽤 큰 관심을 보여요. 지역 축제나 행사에서 삼보만물경매장이 전시를 나가면, 늘 반응이 좋아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가 되곤 했어요. 실제로 경매 퍼포먼스를 하면, 민속품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재미있다고 모여들어요. 예전엔 '강릉문화유산야행', '푸드살롱' 같은 행사에도 참여해서 물건 전시하고 경매도 했지만, 요즘은 지원금이 끊겨서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단순히 수익을 바라기보다는 최소한의 경비만 보존되면 기꺼이 나가겠지만, 모든 걸 자비로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전처럼 자주 외부 행사에 나가지 않지만, 기회가 있다면 다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어요. 민속품을 통해 지역 문화를 소개하고, 관광객들에게도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삼보만물경매장은 관광객에게도 강릉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한다. 다만, 그 창구는 시 차원에서 운영하는 공식 행사이지만 최근 들어 그 기회가 줄어든 셈이다. 삼보만물경매장의 민속품을 통한 지역 문화의 전달과 체험은 강릉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로 기억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공식 행사 등의 기획과 충분한 지원을 통해 고유 문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필요 있다.
강릉의 삼보만물경매장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지역의 기억과 정체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모이고 순환되는 민속품들은 강릉만의 고유한 생활 문화를 반영하며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매개체가 된다. 버려질 뻔한 옛 물건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살아나는 과정은 강릉이 가진 시간의 깊이를 되살리는 일이다.
관광지로 급부상한 강릉은 현재 화려한 외피를 갖추어 가는 동시에, 정작 그 안에 담긴 과거의 고유한 이야기는 점차 잊히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래된 물건일지 몰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기억이자 지역의 역사다. 이런 민속품들을 통해 우리는 장소가 품은 시간을 마주하고, 도시가 가진 본연의 결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강릉 지역의 고유한 자산을 발굴하고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그 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더해진다면 강릉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단지 ‘한 번 올 만한 도시’가 아닌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글: <local.kit in 강릉> 박혜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