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요.”
부산의 문화를 상징하는 단어를 묻자, 우리가 마주한 모든 부산 시민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모아 답했다.
그들의 말대로 모든 게 바다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주로 향한 카페와 술집들에서는 하나같이 부산 바다가 통유리 너머 훤히 보였고, 남녀노소 모여든 전통시장 역시 대부분 물류의 중심지인 바닷가에 위치해 있었다. 심지어는 지하철역에서도 지하철이 들어올 때마다 부산 앞바다의 갈매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아보면 본인이 부산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인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 영토 정중앙에 위치한 대전 태생인 필자는 이따금씩 비릿한 바다 내음이 그리워질 때서야 큰 마음을 먹고 부산행 기차를 타곤 했다. 송정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실컷 하고 바닷가 근처의 횟집에 들러 해산물을 실컷 먹은 후 저녁에는 광안리로 향해 바닷가에서의 폭죽놀이를 즐기는 것이 단골 코스. 바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것만이 부산 방문의 유일한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기행을 통해 필자는 부산 앞바다에서 수없이 보았던 바다의 태동과는 또 다른 형태의 물결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왔다. 해운대의 시원한 파도를 보러 온 관광객으로서가 아닌 부산인들이 매일 숨쉬는 공기를 느끼러 온 로컬키트로서 바라본 부산은 사뭇 다른 인상을 주었다.
이번 부산 답사에서는 관광객으로서는 발길이 닿지 못했을 장소들을 3일간 성실히 찾아갔다.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의 유구한 과거를 사랑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부산의 미래를 향해 고개를 치켜드는 사람들과 짧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커피, 예술, 상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이들과의 대화에서 필자는 새로운 문화의 만개를 앞두고 있는 부산을 엿보게 되었다.
이토록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려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이 많은데, 처음에는 부산의 정체성이 바다에 매몰되어 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바다와 부산. 거듭되는 인터뷰에서 얻어낸 같은 답변들에서 필자는 부산의 정체성이 바다에 고착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인구 300만의 대한민국 제2도시를 정의하는 단어는 모순적이게도 자연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오후, 박자에 맞춰 철썩이는 부산 바다를 보며 필자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했다. 바다는 멀리서 보면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가까이 갈수록 들리는 세찬 파도소리에 새삼 바다는 매 순간 새로운 물결을 일렁이는 신비로운 자연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부산은 바다이다. 하지만 바다는 한 단어임에도, 미지의 가능성을 무한히 품고 있고 다채로운 물결을 매 순간 뿜어낸다. 독자 여러분 역시 로컬키트의 칼럼을 읽으며, 혹은 부산을 방문하면서, ‘바다로서의 부산’이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을 의미에 대해 재고해보기를 바란다.
글·사진: <local.kit in 부산> 문화팀 박수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