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헌법」 제123조 제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지역균형발전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가치임을 나타낸다. 헌법에도 규정될 만큼 지역균형발전은 중요한 가치임에도, 현재 대한민국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전체 인구수는 51,354,226명이고 수도권 인구는 26,018,365명(서울 9,400,249명, 경기 13,627,840명, 인천 2,990,276명)으로 절반 이상의 인구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화는 헌법정신에도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비수도권의 경제활력을 위축시키며 지방 소멸을 앞당기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혁신’을 통해 지역균형발전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생각건대 지역균형발전은 전 국토가 고르게 발전하는 방향보다 몇몇 거점들을 기반으로 확장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모든 지역이 동일하게 발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인 발전 방향이며, 이미 충분히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거점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발전시키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번 <local.kit in 충청>에서 대전, 특히 대덕연구개발특구로 귀결되었다.
대전은 이미 ‘과학수도’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은 도시이며 대덕연구개발특구는 그 중심에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이야말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시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역사와 현황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질 혁신인 ‘대덕특구 재창조 계획’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하며, 이를 위해 지난 10월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의 김종찬 선임연구원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II.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역사와 현황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로운 ‘학원도시’에 대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1973년에 ‘대덕연구학원도시 건설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이후 20여 년에 걸쳐 각종 연구소들이 입주하고 충남대학교와 KAIST가 입주하면서 1992년에 ‘대덕연구단지’가 준공되었다. 시간이 흘러 2005년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며 현재의 이름인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는 당초 연구 중심의 연구단지로 기획되어 생산시설이 허용되지 않았으나, 연구개발특구로의 지정과 함께 연구개발을 통한 지식재산 창출과 이에 기반한 사업화로 국가 성장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게 되었다. 기존의 연구단지는 오직 연구만을 위해 존재했다고 본다면, 이제는 사업화를 통해 경제적으로도 성과를 내고 국가의 경제 성장에 직접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에만 몰두하던 과거와 달리 ‘산업’에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래의 대덕연구개발특구 배치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 대덕연구개발특구 배치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
하단부에 위치한 I지구가 현재 연구단지로서 가장 먼저 조성된 지구이다. 해당 지구는 일부 주거지역을 제외하고는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에 특구지정으로 인한 혜택을 포함해도 용적률은 150%, 건폐율은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밀도의 개발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민간기업이나 산업시설 등의 입주가 여의치 않아 대덕테크노벨리인 II지구가 지정되었고, 기존의 산업단지인 III지구가 대덕산업단지로 지정되었다.
II지구는 새로 조성된 테크노벨리로서 비교적 첨단산업들의 입주가 계속되었지만, III지구는 기존 산업단지이기에 2차 산업이 중심인 지구이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여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후술할 ‘대덕특구 재창조 계획’의 일부이다. 또한 IV지구에는 전세계에 몇 없는 중이온가속기(RAON)가 구축 중이며, V지구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중심의 국방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현재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 26개, 교육기관 7개, 공공기관 28개, 민관기업 2,356개 등 총 2400여 개의 기관들이 입주해 있으며, 연구인력으로는 박사 17,147명, 석사 12,695명, 학사 8,874명으로 총 38,716의 연구인력이 이곳에서 연구를 이어 나가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기업 매출액은 약 19조 원에 이르며 연구개발비는 약 8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또한 국내 특허는 71,617건, 해외 특허는 26,755건이 등록되어 있다. 이정도 규모의 연구기관 및 민간기관 그리고 연구인력이 집중된 곳은 국내에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유일하다.
III.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계점
지난 2022년 12월 대전광역시에서 발표된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에서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관련하여 8가지의 한계점을 제시했다. 한계점은 아래와 같이 공간적 한계점과 생태계적 한계점으로 나누어 제시되었다.
<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계점(‘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 발췌) >
총 8개의 한계점들 중 ‘혁신’이라는 키워드와 더불어 ‘파괴적 혁신’이라는 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생태계적 한계점으로 제시된 한계점들 중 ‘파괴적 혁신연구와 시장수요 기반 연구 미흡으로 기술창업 및 사업화 지연’에 관하여 대전과학산업진흥원 김종찬 선임연구원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 대전과학산업진흥원 김종찬 선임연구원 >
Q : ‘파괴적 혁신연구와 시장수요 기반 연구 미흡’은 어떤 의미인가요?
A : 먼저 ‘파괴적 혁신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는 융합 연구, 즉 협력 연구가 좀 부족하다. 왜냐하면 연구 기관의 특성상 보안 문제가 있잖아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일반적인 산업과는 다르잖아요. 기술은 유출되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으니 보안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연구 기관별로 좀 벽을 높게 쌓고, 보안 문제도 있고. 예를 들어 화학연구원이나 전자통신연구원 둘이 협업하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요. 본인들의 고유한 기술들에 대한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 조금 담벼락을 높게 쌓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이제는 개방하고,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 간에도 서로 합동 연구를 더욱 활성화하고 우리가 그런 보안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혁신’이라는 것이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기존에 하던 대로가 아닌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혁신을 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서로 다른 분야가 융합됐을 때 거기서 ‘혁신’이 생기는 법입니다.
두 번째, ‘파괴적 혁신’의 또 다른 의미는 기존에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적인 연구를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연구자들이 조금 더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냥 하던 연구만 하고 안정적인 연구, 아니면 결과가 뻔히 보이거나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러한 ‘파괴적 혁신’은 시장 수요와도 연결됩니다. 조금 더 파격적이고 정말 시장에서 원하는, 지금 당장은 기술적으로 어렵더라도 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도전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죠. 실패를 하더라도 지원이 계속되도록이요. 또한 시장 수요 기반 연구라는 것에 대해 정부 정책에서도 ‘연구’ 중심에서 더 나아가 ‘임무’까지 중점적으로 목표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임무라는 것은 정말 산업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업화를 지향한다는 것이죠.
IV.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혁신,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부족한 점을 기반으로 지난 2022년 12월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는 2023년 출범 50주년을 맞이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기술 패권을 선도하기 위한 미래 혁신거점으로의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수립된 계획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주도하에 수립된 계획이며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총 10년간의 계획 및 장기 과제의 경우 2040년까지 지속되는 계획을 담고 있다.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의 추진체계와 비전 및 목표, 그리고 4대 추진전략은 아래와 같다.
< 추진체계, 비전, 목표, 4대 추진전략 >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라는 비전 아래 ‘기술패권시대를 선도할 초격차 전략기술 산실’, ‘청년인재가 모여드는 균형발전·지역혁신거점’, ‘과학기술 기반 일류경제도시의 성장엔진’이라는 세 가지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4대 추진전략이 나타나 있다. 각각의 추진전략은 6~9개의 세부과제로 이루어져 있어 총 34개의 세부과제가 존재하며, 이 중 10개의 세부과제는 10대 핵심과제로 선정되어 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다.
< 10대 핵심과제 >
10개의 핵심과제 중 ‘핵심과제4 : 융합연구혁신센터 구축’과 ‘핵심과제6 : 대덕특구 플래그십 융합연구 프로그램’은 앞서 언급된 파괴적 혁신연구가 부족하다는 한계점과 연결된다고 보인다. ‘핵심과제4 : 융합연구혁신센터 구축’의 주요 내용은 첨단기술과 비즈니스의 융합 혁신 플랫폼인 ‘대덕특구 융합연구혁신센터’를 조성하여 융합연구와 기술창업·사업화를 촉진하고 개방·협업 기반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핵심과제6 : 대덕특구 플래그십 융합연구 프로그램’의 경우 융합연구에 대한 전주기적 지원을 통해 대덕특구 내 연구 주체 간 협력·공동연구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핵심과제들은 기관 간의 협력을 원활히 하고, 도전적인 연구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파괴적 혁신연구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핵심과제3 :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의 경우 시장수요 기반 연구가 미흡하다는 한계점과 연결된다고 보인다. ‘핵심과제3 :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은 연구개발과 제품 생산, 시장 진출을 신속하게 연결하는 ‘실증 테스트베드 대전’을 구현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 기반의 실증 지원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대전시와 협력한 실증 테스트베드의 구축은 ‘연구’와 ‘산업’간의 연결을 더욱 용이하게 할 것이므로 시장수요 기반 연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V. 결론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부터 세세한 부분의 작은 변화까지 모든 변화를 아우르는 말이다.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으로 시작될 혁신은 대덕연구개발특구는 물론 대전시, 나아가 국가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혁신은 균형발전이라는 궁극적인 가치이자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며, 그 혁신의 시발점은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을 비롯한 대전시 전역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를 통해 중대한 ‘혁신’의 태동을 단 한 사람이라도 알아준다면 이번 기사의 작성이 충분히 값진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일정을 잡아주신 구지효 연구원님과 부족한 질문에도 넘치도록 풍부하게 답변해 주신 김종찬 선임연구원님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