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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농업의 새로운 물결: 대전 공영도시농업농장

by 로컬키트 localkit

도심 속 유휴공간이 생기 넘치는 텃밭으로

대전 시민들이 정성스레 가꾼 싱그러운 채소들이 반겨주는 이곳, 대전시 공영도시농업농장. 팻말을 따라 들어서자마자 아기자기한 텃밭이 시선을 끈다. 2018년 유성구 복용동 도심의 유휴공간이 시민들이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래, 이곳은 시민들이 도시에서의 삶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년 텃밭 분양에 성공한 시민들은 농장의 이름을 짓는 것부터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까지, 20㎡ 남짓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도맡는다. 이 농장에서만큼은 그들도 농부가 된다. 텃밭에는 대전 시민 농부들의 땀과 정성, 그리고 애정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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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이란 ‘도시지역에 있는 토지나 건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하여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재배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도시농업 사업의 일환으로서 공영도시농업농장은 대전 도심에 자연 친화적인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시민들에게 농업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장의 총 분양 면적은 6,800㎡로, 이 공간이 365개의 텃밭으로 나뉘어 같은 수의 대전 시민에게 분양된다. 텃밭 분양 경쟁률은 5.2:1.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행운의 주인공만이 텃밭을 가꿀 기회를 얻는다. 5:1을 넘는 경쟁률은 시민들이 그만큼 도시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크린샷 2023-12-08 오후 4.00.43.png (도시농업의 가치와 유형/출처=대전광역시 농업기술센터)

대전광역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도시농업의 가치로 위와 같은 여덟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담당자와의 인터뷰 및 답사에서, 공영도시농업농장이 ‘개인 심성 황폐화 완화’, ‘공동체 형성 및 발전’,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도시농업의 여덟 가지 가치들을 실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공영도시농업농장의 의의는 ‘시민 개인의 정서 치유’ 및 ‘건전한 공동체 형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hzcFghhTKbajh2H0Ls0xVLJanvs_MCpoZdL-lhhhfE96hq1uOcn0SOvb1DZNDaDFZJZvF3cxTrlH5OE2_psnctqp9KX2uQAGlItZ3ddMtvLCiJfR2mL3ponTrmrmKwschgsZXjPJtFxNaxxJE_4fNQ 방문객을 맞이하는 복용동 공영도시농업농장 이정표. 활짝 핀 잔꽃들에 둘러싸여 있다.

대전 공영도시농업농장을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농장에 도착하면 그곳이 ‘복용동 공영도시농업농장’ 임을 보여주는 갈색 이정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 따라 작은 길로 들어서면 양 옆으로 아기자기한 텃밭들이 반겨준다. 시민들이 직접 이름을 적은 팻말이 꽂혀 있는 텃밭에는 시민들이 정성껏 키운 채소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농장의 중앙에는 잔디가 깔린 공간이 있고,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정자가 그곳을 지키고 있다. 뒤쪽으로는 비닐하우스가 위치해 있는데, 그중 한 채에는 시민들이 대여하여 이용할 수 있는 농기구들이 비치되어 있다. 대여를 할 때는 농기구 옆 ‘양심농기구’ 대여 대장에 텃밭명, 대여농기구, 대여일시와 반납일시를 기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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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4Xl5DavVQCFcyYIQI-YMBb6Pn40p01lHXISXBUpE9Raob2Gplacz9yGeHl2QyvRShgNb_FucxwLsD5HmqErCntNMoYzVJLn9dedOze2JmfYzNPiw1Wj5m7SCpsKSMuhVUZVIzOlPW7SiVti36W4w 호미, 쇠스랑, 레이크, 삽 등의 농기구들.

농장에 한 시간가량 머물며 느낀 점은, 농장 자체로도 ‘힐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답사 목적으로 방문하였던 것이기에 농장 곳곳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카메라를 들고 분주히 촬영하기도 했지만, 따뜻한 햇빛 아래 정자에서 휴식하며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시민들도 이런 식으로 도시 생활에서 한숨을 돌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당시 농장에서 느낀 편안함은 시민 농부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시민들이 자연과 교감하며 얻은 여유와 안정감이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 아니었을까.

GLECM-SY9LfSZu2ZzIIhWrptL2FHdbjbLoyRHlUHFcIrnb99zfONwxI-F22joxIeU9_xVp0-JTSSfng1NbazBkLAs-Il0iAzMuW8BpDyatUiBXcU1xAhTDnPOI1PBFIFByHRStursJQ48PPcEvIAig 시민들이 오가며 휴식할 수 있는 정자. 이곳에 앉아 가져온 간식을 나눠 먹은 기억은 또 다른 추억이 되었다.

도시농부들이 키워낸 식물의 치유력

그렇다면 시민들은 어떤 이유에서 적극적으로 공영도시농업농장에 참여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공영도시농업농장 담당자가 제시한 답은 이렇다.


“광역시 내에서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 중에는 농업활동을 하며 여가를 보내고, 말 그대로 ‘힐링’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렇게 농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사업 호응도도 상승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듯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자연’과의 접촉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에서 진행하는 도시농업 사업이 마침 이와 같은 욕구와 잘 맞아떨어져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단순히 자연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명을 키움으로써 직접적으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 이러한 교감은 도시 속 삶에 지친 시민들에게 치유의 힘으로 작용한다. 앞서 언급한 ‘개인 심성 황폐화 완화’라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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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적지 않은 수의 주말농장이 조성되어 있지만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고, 자연과의 일상적인 교감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대전 도심에 조성되어 있는 공영도시농업농장은 접근성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다. 시민들은 평일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방문하여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이 덕에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위치적 여건은 농장이 ‘실효성 있는’ 힐링의 공간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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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농부들을 치유하는 생명의 힘은 이웃들을 치유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공영도시농업농장에는 ‘드림’ 텃밭이 조성되어 있다. 여기서 ‘드림’은 꿈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dream’과 ‘드리다’를 의미하는 우리말 ‘드림’, 이 두 가지를 가리킨다. 드림 텃밭에서는 매년 시기별로 감자, 고구마, 배추 등의 작물을 재배 및 수확하여 복지시설 혹은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고 있다. 이는 다른 지자체의 도시농업 사업과 비교할 때 대전 공영도시농업농장만이 갖는 차별점이다. 시민들은 텃밭을 가꾸는 과정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주변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이는 대전 시민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공동체에 작용하는 일종의 ‘치유’의 힘이다.


도시 농부들이 만드는 새로운 물결이 그치지 않으려면

혁신은 거시적인 조직적 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에서도 혁신은 생겨난다. 현재 대전 농업에 부는 혁신의 바람도 이런 것이다. 대전 시민들은 텃밭을 가꾸고 생명을 키워내며 도시 속 삶에서 느끼는 피로를 치유하고, 때론 더불어 사는 이웃들에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주기도 한다. 이는 결국 대전 시민 공동체 전체를 더욱 건강한 곳으로 만드는 힘이 된다.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시민 농부들은 이런 점에서 시민 혁신가라고도 칭할 수 있겠다. 그들 한 명 한 명의 손길이 대전 도시농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시민사회를 감싸 안는 커다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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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의 개성이 담긴 텃밭. 이곳에서 나온 생명력이 대전 시민 공동체를 치유하는 힘이 된다.

공영도시농업농장은 시에서 주관, 운영하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결국 농장의 참여 주체는 대전 시민이다. 시민들의 열렬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있기에 이 사업도 확장되고 발전할 수 있다. 공영도시농업농장 담당자는 시민 만족도 등의 지표를 분석하여 차년도 사업 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공영도시농업농장은 시민들의 주목도와 참여도가 높은 사업인 만큼, 향후 개선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에 더욱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점은 부정의 여지가 없다.


나의 제안은 이렇다. 대전시는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향상된 접근성 속에서 도시농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드림 텃밭’과 같이 시민사회 내부에 긍정적인 되먹임을 하는 사업이 더욱 확장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앞서 말한 혁신의 힘이, 대전 농업에 이는 새로운 물결이 계속될 수 있도록 말이다.


·사진: <local.kit in 충청> 혁신팀 김소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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