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살리는 지역, 지역이 살리는 문화

by 로컬키트 localkit

최근, 한국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몇 달 전, 서울에선 글로벌 아트페어 ‘키아프’가 열렸고 박서보, 정성화, 김환기 화백 등이 세계에서 이름을 드높이며 미술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늘었다. 2022년의 미술 시장 거래액은 1조 3770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21년에 비해 37%가 증가한 수치이다. 일반 대중이 미술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 지역에서도 미술 열풍에 맞춰 문화예술 분야를 도시 재생 산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주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충청도의 3번째 ‘문화도시’로 지정된 공주시는 2026년까지 200억의 예산을 문화도시 사업에 투자하기로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주의 문화를 앞서서 주도하고 있는 곳이 바로 ‘공주문화관광재단’이다.


지난 10월, 필자는 공주문화관광재단의 ‘도시 산책자’ 김상훈 팀장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웰컴 투 신관동 축제가 한창이던 현장에서 진행한 팀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 예술 활성화의 긍정적 모델과 지역 불균형 해소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자.

#지역의 브랜딩화 – 이미지를 심다!

#문화비축기지

안녕하세요 팀장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시 산책자 김상훈입니다. 부여군청 공무원으로 2년을 근무하다가 박사 전공인 도시 브랜딩을 살려 공주에서 문화도시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자 공주문화관광재단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도시를 고고학이 아닌 고현학으로 봅니다. 즉 땅 속에 있는 것이 아닌 지상의 것들,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관찰하면서 도시를 연구합니다. 때문에 저는 계속 도시를 걸어 다니는 스스로를 ‘도시 산책자’로 칭합니다.

제가 주로 담당하는 업무는 ‘문화비축기지’를 만드는 것으로 그 지역에 이미지를 심어주는 작업입니다. 서울의 홍대, 이태원, 혜화 대학로, 청담동. 각각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지요? 사람들은 그러한 이미지를 즐기려 해당 지역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제가 공주의 빅데이터를 공부하니 ‘재미없는 도시’, ‘늙은 도시’, ‘공산성’ 같은 키워드만 나오더라고요. 저는 공주 신관동을 대학 앞에 위치한 만큼 젊은 활기로 넘치는 골목으로 만들고 싶어 문화 플랫폼 작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웰컴 투 신관동’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공주시 이인면에는 그래픽으로 BTS 벽화를 그려 놓았고 공주 신풍면에는 토이스토리의 로봇 ‘버즈’가 세계 최대 규모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마다 거점을 만들고, 주민들과 같이 소통하면서 일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재밌습니다.


익선동을 생각해 보자. 골목마다 들어선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들이 떠오른다. 화려한 빌딩이나 대형 랜드마크가 없어도 골목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익선동만의 젊은 활기가 있기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더욱이 지난번에는 보지 못했던 카페, 소품샵 등을 찾는 (김상훈 팀장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물찾기 같은 매력을 갖췄기에 익선동은 꾸준히 사랑받는다. 그래서 지역도 이러한 숨은 그림 찾기 같은 것들을 만들어줘야 한다.

#웰컴 투 신관동

#긍정적 모델의 확산

#소프트웨어의 변화

#시민들의 참여

지금 옆에서도 ‘웰컴 투 신관동’ 축제가 한창인데요, 팀장님께서 꿈꾸는 신관동 거리의 이미지와 이번 축제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웰컴 투 신관동은 지역 브랜딩의 메인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꿈꾸는 신관동 거리의 이미지는 ‘에든버러 축제’ 인데요, 골목에 거리 공연단들이 와서 무작정 공연을 시작한 것이 에든버러 축제의 시발점입니다. 그러다가 그 규모가 커져 현재는 전 세계에서 참여하는 국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그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이력이 됩니다.

공주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재미없는’, ‘늙은’ 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요,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유입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소통하고, 아이들이 놀 공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신관동이 그런 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젊은이들이 와서 놀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웰컴 투 신관동’은 타 지역 인구 유입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전국으로 낸 공모에 2000개 넘는 팀이 지원했으며, 예선과 본선을 거쳐 40개의 팀이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이 문화도시 사업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시민들의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 사업은 ‘2026년’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 프로젝트를 토대로 공주대학교 학생들과 이곳 상인분들이 ‘에든버러 축제’처럼 자발적으로 계속 이끌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이렇듯 사업이 끝나도 앞선 긍정적 사례를 모델 삼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하나의 긍정적인 시그널이 계속 긍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게 돕는 것이 제 꿈입니다.”


#공주그림상점로 프로젝트

#지역이 살리는 예술

공주문화관광재단의 또 다른 메인 프로젝트가 있죠? 공주그림상점로 아트페어인데요, 참여 인원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의 확장 등 그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기대 효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주 그림상점로는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사업입니다. 예전에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10만 원대의 그림을 구매했었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그림을 사보니 같은 가격이어도 백화점에서 구매한 액자와 직접 갤러리에서 구매한 액자는 그 의미가 다르더라고요. 그 이후로 지속적으로 그림을 구매하였고 현재의 천만 원 단위의 그림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하며 저는 우선 시민들에게도 그림 구매의 기회부터 제공해주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갤러리에 와서 그림을 보고 원한다면 10만 원, 20만 원대의 그림부터 살 수 있도록 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싶었습니다. 올해 공주의 그림상점로에는 10~30만 원대의 그림이 많이 나왔습니다. 시민들에게 적은 부담으로 예술작품을 소장하는 좋은 경험의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작가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그림을 그려 스스로 판매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신인 작가들이 그림을 판매하기란 쉽지는 않은 일이거든요. 공주 그림 상점로에는 전국단위로 작가들이 모이는데, 비록 소액일지라도 그림을 판매할 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작가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자 원동력이 됩니다. 커리어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지요. 공주 그림상점로를 시작한 초반에는 주로 공주 지역에 있는 작가들 위주의 행사였지만 현재는 90%가 외지 작가들입니다. 그만큼 전국 단위의 그림 거래가 이곳 공주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

“세 번째로는 ‘온라인 아트페어’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프로젝트인데요, 현재에도 그림 상점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분들의 오프라인 판매가 끝난 이후에 남은 그림들은 모두 다시 온라인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판매의 장이 계속 열려 있는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림 상점로 현장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그림의 QR을 찍으면 해당 작가의 인터뷰와 작품을 살펴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구매자의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지요. 또한 지도의 길찾기 기능처럼 작가를 클릭하면 지도상으로 작가의 갤러리를 안내하게 해주는 IP기능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살펴보고, 관심 있는 작품의 경우 갤러리를 직접 방문해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구매자 입장에서 고가의 그림을 온라인으로만 사기는 부담스럽습니다. 실제로도 온라인에서 고가의 그림들은 판매가 거의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을 통해 직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 나아가 예술 시장 전체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 해당 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예술과 지역 발전의 선후관계

필자는 인터뷰 준비 과정에서 ‘지역을 살리는 예술, 예술을 살리는 지역’을 키워드로 잡았다. 예술이 지역활성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서였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김상훈 팀장님과 앞서 인터뷰한 권현조 작가님 모두 예술과 지역 활성화의 관계에 대해 공통적인 입장을 보이셨다.


“예술만으로 지역사회를 살리기는 정말 힘들어요. ‘경제력’, ‘산업’이 그 기반이 되어주어야 하거든요. 선후관계를 봤을 때 산업이 있는 곳에서 예술이 발전하고, 예술은 그 이후 유동인구를 끌고 오는 역할을 맡아요. …… 예술만으로는 실패 사례가 되게 많아요. ‘예술이 들어가면 지역사회가 발전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자원을 투입했다가 인풋만 있고 아웃풋이 없는 도시도 많거든요.(권현조 작가님)”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며 얼마 전 읽은 파이낸셜 타임즈의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But speed does not necessarily equal quality. The strategy of “build now, fill later”, which has been typical of the country’s rapid economic growth in the last century, does not work for cultural institutions. The Asia Culture Center in Gwangju, which opened in 2015, has been experiencing difficulties in filling its space with consistently high-quality art and programming (Park).” 출처 기사 하단표기

“그렇지만 속도가 곧 퀄리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세기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의 전형적인 전략이었던 ‘짓기 먼저, 채우기 나중’ 전략은 문화 기관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2015년에 개관한 광주 아시아 문화센터는 지속적인 수준 높은 프로그램과 예술 작품으로 갤러리를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미술 열풍으로 미술관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그 속은 여전히 빈 갤러리들이 많다. 좋은 작품을 모으고 사람들을 끌어 모을 상설관을 갖추는 것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 뛰어난 안목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지역에서 *빌바오 효과를 기대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빌바오 효과: 한 도시의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이 그 도시 전체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현상)


“지역 불균형 해소는 예술만으로 가능한 일이 절대 아닙니다. 대학들이 움직여야 하고, 병원이 생겨야 합니다. 지금 공주에는 공주의료원이 유일한 병원이며 응급환자가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세종시의 충남대병원까지 가야 합니다. 제가 과거 근무했던 부여의 경우에는 병원이 아예 없습니다. 지방에도 상급 종합병원이 생기고 현재 서울에 있는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지방으로 움직이는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지역 불균형 문제가 풀립니다 (김상훈 팀장님)”


# 인터뷰를 마치며… 필자의 사담

인터뷰를 마치며 필자는 균형 있는 지역 발전은 일시적인 투자나 이벤트로는 이뤄지기 어려운 일임을, 다방면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금 체감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결론을 얻었음이 분명하다. ‘지역 불균형 해소’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압도당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주 문화관광재단은 지역 미술시장의 실제적 활성화를 이끌어냈고, 김상훈 팀장님과 권현조 작가님은 그 한 축을 담당하는 분들이다. 우리 로컬키트 팀도 지역 균형 발전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자체의 지역 이미지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의 정책이 보태진다면 곧 시끌벅적한 신관동의 대학가와 병원이 들어선 지역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Park, J. (2022). South Korea's museum boom is making up for lost time. Financial Times. Retrieved 2023, from https://www.ft.com/content/137b72ce-dfee-458a-a283-4b6308990f3c.


·사진: <local.kit in 충청> 혁신팀 이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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