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느리게 책방'
“느리더라도 방향만 맞으면, 나의 속도대로 가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1. 책방과 책방지기
안녕하세요, 책방지기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전에 살고 있는데, 공주에서 대학교를 졸업했어요. 최근에 다시 공주 원도심을 왔다가 그 매력에 빠져 여기에서 ‘느리게 책방’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게 된 김지혜입니다.
‘느리게 책방’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책방을 하기 전 직장 생활을 했을 때, 조직에서 생활하는 속도를 따라가기가 너무 버겁더라고요. 사실은 느리더라도 방향만 맞으면 나의 속도대로 가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이런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느리게 책방’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어요.
공주가 느림의 미학을 가지고 있는 도시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아요. 그러면 책방을 열게 된 구체적인 계기에 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직장 생활을 하다가 버거움을 느껴서 일을 그만두고, 우연히 대전의 ‘구름책방’이라는 곳을 찾게 되었어요.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좋은 직업을 갖지 않더라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책방지기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울렸어요. 실제로 심적으로 힘들 때마다 그 책방을 찾아가서 책도 읽고, 따뜻한 차도 마시고, 창밖의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해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직접 책방을 열게 되었어요.
느리게 책방만의 북 큐레이션 방법이 있나요?
“그대여, 나도 그럴 수 있고 당신도 그럴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용기 내보자.” 느리게 책방의 슬로건인데요. 이런 마음을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위로, 공동체, 쉼, 마음, 삶’으로 키워드를 선정하고 책을 선별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특히 좋아해서 주로 에세이 분야의 책들이 많아요. 제게 있어서 에세이는, 작가와 나의 공통된 부분을 발견하면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책이자 다른 부분으로부터는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에요. 그래도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서 소설이나 시 분야의 책도 조금씩은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 한 권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김영갑 작가님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예요. 작가님은 제주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그곳에 정착하고, 필름을 사기 위해 밥을 굶어 가면서도 사진을 찍는 분이세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내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간의 갈등, 심지어는 자신의 병환까지 극복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노력했던 작가님의 마음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2. 치유하는 삶
‘느리게 책방에서 전하는 안부, <편지할게요>’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편지할게요>는 책방에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프로젝트예요. 꿈속에서 얻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제 생각보다 참여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뜻깊었어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요?
편지에 보내는 사람의 주소를 쓰지 않은 분이 계셨어요. 편지가 혹시 반송될 수도 있어서 주소를 써달라고 말씀드렸더니,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또, 제가 평상시에 좋아하는 ‘지구불시착’이라는 서울의 한 서점이 있어요. 그런데 이 ‘지구불시착’ 사장님이 편지를 받았다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셨었는데, 저희 책방 엽서더라고요. 느리게 책방에서 출발한 편지의 도착점을 제가 발견했다는 게 신기했어요.
플로깅도 자주 하시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제 기억으로는 작년 5월 정도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플로깅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평소에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책방을 운영하면서도 환경을 위한 활동을 실제로 해보고 싶었는데, 인스타를 통해 목포의 ‘지구별서점’에서 플로깅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저도 이런 활동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공주에서는 플로깅을 진행하는 모임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제가 용기를 내서 직접 사람들을 모아 제민천과 책방 구역을 코스로 하는 플로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플로깅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일화가 있으신가요?
길에서 마주치는 시민분들께 생각보다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좋은 일을 한다면서 박카스를 선물해 주시거나, 플로깅 코스에서 지나치는 꽈배기 집에서 꽈배기를 나눠주신다던가. 시민분들의 긍정적인 시선과 응원이 큰 힘이 돼요. 이곳 분들이 정말 따뜻하고 정이 많으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람을 치유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책방인 것 같아요. 이외에도 느리게 책방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두 가지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 우선, 헌책을 기부받아서 판매한 수익을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는 프로젝트예요. 제주에서 헌책을 보내주신 분도 있으실 정도로 생각보다 참여율이 높아요. (2) 또, 2주에 한 번씩 필사 모임을 하고 있어요. 참석률도 되게 높고, 다들 진심을 다해서 열심히 참여해 주고 계세요. 같은 책을 읽고 작가가 다른 책에서는 어떤 것을 다루는지, 이 글이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인데, 이 시간이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고 소중해요.
3. 공주, 그리고 느리게 책방
왜 느리게 책방은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나요?
책방을 열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우연히 공주 원도심으로 나들이를 오게 되었어요. 마을이 너무 조용하고, 평화롭고, 고즈넉하고, 또 아름답더라고요. 책방을 연다면 이런 곳에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어요.
공주와 느리게 책방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1) 느리게 책방이 공주의 작은 관광 안내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손님들 중에서는 관광객분들이 많으신데, 자주 공주 지역의 볼거리나 먹을거리를 물어보세요. 그럴 때마다 관광 안내소처럼 좋은 정보를 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2) 또, 작가와 손님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해요. 공주 지역 작가분들의 책과 이 지역에서 상주하시는 작가분들이 만든 굿즈들을 통해서, 손님들이 공주와 관련된 것들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죠.
책방에 공주 지역 작가분들의 책이 있다는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공주를 찾도록 하는 힘이 될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이제는 출판사를 통해서만 책의 출판이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독립 서점에서 쉽게 독립 출판물을 접할 수도 있고요. 이러한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는 의식이 생기면서 더 많은 독립 출판물이 창작되는 새로운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잠깐이나마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가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느리게 책방의 책방지기로서 꼭 이루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느리게 책방이 이번에 4주년을 맞았는데요. 앞으로 좀 더 열심히 해서 10주년을 맞이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느리게 책방’에게 ‘공주’란 무엇인가요?
휴식의 지역인 것 같아요. 집 말고도 사람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공주에 책방을 열었는데, 평화로운 동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게 많아요. 도리어 책방을 통해서 힐링받은 사람은 저인 것 같아요.
공주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금강으로 흐르는 제민천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잊혀 가던 제민천 주변의 원도심은, 2014년에 진행된 생태하천 조성 사업을 통해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제민천을 찾았던 사람들은 동네의 고즈넉함에 마음을 빼앗겨 이곳에 책방을 차리게 되었고, 책방은 다시 이 동네를 찾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었다. 공간은 공간을 이루는 존재들에 의해 정의된다. 제민천을 따라 모인 책방들이 더해갈 공주시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local.kit in 충청> 문화팀 김현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