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경제를 떠받치는 힘 - 여수, 광양

by 로컬키트 localkit

정유 과정과 화학 제품들을 생산하면서 배출되는 물질과 매연으로 인한 매캐한 냄새와 탁한 대기로 산업단지에 오래 머무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

‘전라남도’라는 지역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비슷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광주광역시의 색을 덜어내면,
수많은 섬과 갯벌,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가진 남쪽의 바닷가,
매년 수 만 톤의 쌀이 수확되는 광활한 나주평야,
구수하고 정겨운 호남 방언 등 조용하고 한적한 농어촌이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전라남도는 전국에서 1인당 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 지역 내 총생산)이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전라남도 동쪽 광양만 일대의 도시들 - 여수, 순천, 광양의 발달한 산업 덕분이다. Local.kit는 이 도시들을 견학하며, 전라남도만의 고도로 발전된 공업을 느껴보고자 했다.


우선 여수의 석유화학단지에 방문하였다. 화학단지를 견학하는 공식적인 행사가 없어
승용차를 타고 화학단지를 가볍게 견학해보았다.

1.jpg 인근에 조성된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여수산단의 모습이다. 산업단지 전체 규모의 1/10 정도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의 모습만을 볼 수 있다.


승용차를 타고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여수 산업단지의 넓이는 31.63㎢로, 여의도 면적(4.5㎢)의 7배에 달한다. 상상을 뛰어 넘는 넓이로 인해 승용차를 타고서도 제대로 둘러보기 벅찼고, 국가시설인만큼 보안에 철저하여 기업 공장 내 진입이 불가능했다. 산업단지에서 근무하시는 근로자를 섭외하여 인터뷰하는 것도 어려웠고,

또한 정유 과정과 화학 제품들을 생산하면서 배출되는 물질과 매연으로 인한 매캐한 냄새와 탁한 대기로 산업단지에 오래 머무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 불가피하게 견학을 일찍 마무리하고 산업단지 인근의 한국산업단지공단 건물로 향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각지에 흩어져 있는 국가산업단지의 관리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여수, 창원, 울산, 구미, 아산, 포항 등 산업적으로 중요한 도道의 중추도시나 광역시 등의 지역에 지역본부가 배치되어 각지의 산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별도의 계획 없이 방문한 여수지부 건물에서 운 좋게도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근무자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전남지역본부의 혁신기획팀에서 근무하는 정준구 주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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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구 주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외지인의 삶에 대해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수습을 갓 벗어난 자신이 회사를 대표하여 이런 인터뷰를 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멋쩍게 웃던 정준구 주임은 대구에서 나고 자란 경북 말씨가 남아있는 청년이었다. 그는 대구 소재의 공과대학의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한 뒤, 산업단지공단에 취업하여 전국 순환 근무로 여수에 배치를 받아 근무 중이라고 하였다. 근무와 동시에 여수에서 거주한지는 3개월이 되었고, 여수 산업단지의 자산관리를 담당하여 입주한 기업들과 임대차 계약 관리를 하고 산업단지 내 건물과 직원들을 위한 사택에 문제가 생겼을 시 보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고 알게 되었다.


여수에서의 삶이 여러 장단점이 있겠지만, 여수시의 주거지와 산업단지 간의 교통이 불편한 점이 크다고 말했다. 배차 간격이 1시간이 넘는 버스도 있고, 지하철이 있는 것도 아니며 공장과 보조 시설들만 모여 있는 산업단지 특성 상 대중교통이 더욱 제한되어 있다고 하였다. 여수는 서울보다도 큰 면적의 도시고, 1998년 삼여 통합 이전에는 여수 시내(여수시)와 국가산업단지(여천시, 여천군)가 완전히 다른 지역이었으니 그럴 법한 일이었다.

6.jpg 정준구 주임을 인터뷰하고 있는 로컬키트 팀원들

그렇지만 대구와는 확연히 다른 해안 도시의 분위기와 여수만의 라이프 스타일에 매력을 느낀다고 하셨고, 그렇다고 여수에서 뿌리를 내려 살려고 해도, 산업단지공단의 전국 순환 근무 특성 상 3~5년 뒤 다시 모르는 도시로 떠나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하셨다.


생명의 땅을 꿈꾸는 전라남도의 가치와 산업단지의 현실이 상충되기에,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저탄소 녹색 성장과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라남도에서 가장 많은 소득을 가져오는 산업단지를 없애거나 폐쇄할 수는 없다. 결국 산업단지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대기물질 규제가 부과되며, 규제에 맞는 대기 오염의 축소를 위해 낙후된 단지를 재개발하기 위한 스마트 그린사업과 구조 고도화로 할 일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즐거워하였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준구 주임 본인의 업무의 중요함이 늘어나고 있고, 산업단지와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에 산다고 말하는 정준구 주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부러웠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은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정준구 주임의 조언대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산업단지 전망대에 다시 오르니 낮의 풍경보다는 훨씬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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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꺼지지 않는 여수산단의 불빛처럼, 한국 경제의 미래도 밝기를 소망한다.


로컬키트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광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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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화학단지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를 다투는 규모이듯, 광양의 제철소 역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규모 자체로는 울산의 그것보다도 2배 이상 크다.


광양제철소에 대한 탐방과 인터뷰는 광양에 거주하며 포스코 광양 홍보팀의 주임 직급으로 근무하시는 이주윤 주임의 서면 인터뷰로 갈음할 수 있었다. 이주윤 주임은, 서면으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의 광양에서의 삶과 근무의 만족도를 드러냈다.

그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지방에서 처음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다. 본인이 나고 자란 수도권과 비교하였을 때, 인구 밀도가 확연히 낮고 이에 따라 답답한 느낌이 적다고 하였다. 수도권의 번잡함에 지치고,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광양 근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흔히 지방이라고 하면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약 1년간 거주하며 특별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출퇴근 시간이 짧은 만큼 개인 여가 시간이 늘어났기에, 수도권 근무 시와 비교했을 때 운동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며 본인의 근무 환경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만 광양 만의 문제는 아닐 것으로 예상되나 외지인으로서 모든 지인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기에 의지할 곳이 없고 조금은 외롭다고 느껴졌으며, 특히 광양은 수도권과의 거리가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본가와의 접근성이 나쁘다는 점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기나 지인이 없는 경우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인의 소회와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비록 지인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단점은 있으나, 오히려 삶의 질은 수도권에 거주했을 때 보다 많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요약하고, 후배님도 기회가 되면 광양에서 일자리를 구해보라고 농담스레 말하셨다.


또한, 정준구 주임과의 인터뷰와 공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도에서 손꼽히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동시에 환경적인 피해와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광양제철소는 이를 상쇄하고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광양제철소 전체 임직원의 90% 이상이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 나눔 문화를 몸소 실천해오고 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게 될 ‘Park1538광양’을 조성하고, 미래에도 광양이라는 도시가 더 밝고 웃음 가득한 도시로 꽃 피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정준구 주임과 이주윤 주임의 공통점은 여순광에서 처음 살아보는 외지인인 점, 그리고 강한 애사심과 근무 만족도였다. 태어나서 처음 살아보는 남도의 땅에, 서슴없이 발을 들이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하는 발전된 산업과 산업이 보장하는 양질의 일터.

목전까지 다가온 지역 균형 발전의 요구와 청년 실업에 신음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


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사회팀 김종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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