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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쓰고 미래를 지키는 지역 언론: 순천광장신문

by 로컬키트 localkit

포털창에 순천을 검색하니 익숙한 메이저 언론사들보다, 지역 언론으로 빼곡한 검색 결과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하나하나 기사를 읽으며 각 지역에서 바삐 돌아가는 지역 언론이야 말로 지방의 목소리를 가장 잘 들려줄 수 있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순천 광장신문이다.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신문이라는 독특한 운영 방식과 지자체로부터 받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대부분의 지역 언론과 달리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간섭 배제를 위해 조합원과 구독자의 돈으로만 운영되는 언론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순천과 가장 잘 닿아있는, 조합원이 함께 출자하고 운영하는 언론. ‘순천 광장신문’을 인터뷰하기 위해 우리 팀은 순천시 장천동으로 향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은하 편집위원장, 임서영 기자입니다.


Q. 순천 광장신문은 협동조합이 운영한다는 점이 여타 지역신문과는 다른데요, 신문이 이러한 방식으로 시작된 배경을 들려주세요.

이는 전라남도, 순천이라는 지역의 역사성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곳은 정치적 고관여층들의 정치행위가 굉장히 드라마틱한 동네예요. 국회의원이 많이 배출되기도 했고 때문에 과거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력이 높았어요.


그렇게 2012년쯤 ‘시민사회단체가 소식을 알리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이야기들이 우리 안에서만 소비되지 않도록 우리의 주장을 담아낼 곳이 필요하다’ 해서 만들어진 게 순천 언론 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에서 만드는 신문이 광장신문이고요.


저희가 기존의 문법을 따르진 않지만 문화, 사회 경제 등 지역공동체의 이야기를 충분히 담아냄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가 어떻게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해 나갈 것인가, 즉 ‘어떻게 해야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무관심하지 않고 지방 정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까?’를 고민하며 신문을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는 순천과 주변 행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대체로 비판적 시각에서 많이 실어요.


저희는 이게 지역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중앙뉴스는 언제는 우리가 모든 포털에서 다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막상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이 동네의 이야기거든요. 부도덕한 시장을 뽑았을 때 그 지자체의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힘은 있어야 하는 거죠. 이 것들을 계속 보도하고 시민들에게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넘기는 역할을 하는 게 지역 신문이라고 생각해요. 광장신문은 이러한 방향을 지향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지역 신문’이기에 마주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한국 사회의 뉴스 구조상 지역 신문이 노출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가령 네이버는 일정한 양과 질에 대해 언론사들을 엄격하게 심사해 뉴스 제휴를 맺은 곳에 대해서만 포털 사이트에 노출시켜요. 저희 신문사도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안되었고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저희가 배포하는 지면 신문은 한 달에 한 번이므로 신속한 뉴스를 전하기에는 부족해요.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저희는 온라인 기사를 발행하고 또 매일 카톡으로 조합원들에게 뉴스를 발송해요. 쉽지는 않은 일이죠.


Q. 말씀해 주신 것처럼 지면으로도 매달 기사를 발행하고 계시는데요, 온라인으로는 제공하기 힘든 지면 기사만의 매력이 있나요?

사실 신문을 만들지 않으면 저희들의 에너지와 돈은 많이 절감이 될 거예요. 그렇지만 오래된 활자를 좋아하는 독자층이 존재하기에 신문을 포기할 수 없지요. 그분들을 두고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게 되질 않는 거죠. 저희 세대에서 전통적인 매체는 지면이라 조합원의 대다수가 지면을 여전히 붙들고 계세요. 그러나 요즘 트렌드는 SNS, 유튜브죠. 새로 조합에 가입하신 분들은 온라인에 익숙하고 신문 자체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 부분이 저희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이에요. 카톡이라는 플랫폼도 활용하고 유튜브도 AI 앵커를 활용하는 등 시작은 했지만 그 무엇도 놓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거죠. 각각의 매체가 주는 장점이 있는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냐, 아니면 모든 매체를 다 안고 가야 하냐, 앞으로 에 대한 고민이 깊어요.

우리 로컬키트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젊은 층의 유입을 늘리고 유튜브를 활용하면서도 지면을 놓지 않을 방법. 대학생 서포터즈, 텀블벅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모습을 보며 순천 광장신문이 가진 힘을 느꼈다. 순천 광장신문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열정과 고민이 순천 광장신문을 지속성을 보여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협동조합이 신문의 기반이라는 점이 언론의 민주적 운영에 큰 도움이 되나요?

저희의 창립 선언을 보면 아실 거예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이라고. 대부분의 지역언론은 관공서의 광고 비중이 크고 그 광고비를 운영자금으로 이용해요. 그러나 저희는 조합비와 구독료로만 운영되는 신문이죠. 외부로부터 기사 요청과 함께 광고를 받는 순간 비판적으로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Q. 올해로 창간 11주년을 맞은 광장신문.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2018년도부터 2년간 월 100만 원의 급여로 사무실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행정직원이 디자인을 급하게 배워 신문 편집도 맡고 그렇게 2년간을 버텼어요. 저는 급여를 아예 받지 않았고요. 분기점이 된 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었을 때에요. 그게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돌이켜봤을 때 참 감사한 점은 그 2년간 온라인 기사는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밖에 내지 못하고 신문만 어렵게 만들었는데도 조합비와 구독료는 꾸준하게 들어왔어요. 우리는 이제 바닥을 쳤다 했는데 그렇게 모인 2000만 원이 저희가 그다음을 시작할 수 있는 종잣돈이 되었어요.


지금도 조합원 명단을 보면 초창기 멤버들이 50% 이상은 그대로 계세요. 10년 이상을 쭉 후원해 주시는 그분들의 명단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고 엄청난 부담감을 느껴요. 이분들이 이렇게 말없이 돈을 보내주시고 계시구나 생각하면 우리도 열심히 살았지만 그분들한테 너무 감사해요.

Q. 신문 제작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참여도가 높나요?

매월 꾸준히 편집위원회를 열어 다 같이 기사를 편집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함께 모여 이번 신문에는 지역의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 얘기하고 역할 분담도 진행합니다.


별도로 기자 교육이 있진 않지만 신문이 오래되다 보니 글을 잘 쓰시는 분들, 즉 인력 인프라가 많아요. 신문에 글을 싣는 분들 중에는 교육자 분도 계시고 오마이뉴스 기자도 있고 신문의 질을 보장할 만큼 뛰어나신 조합원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 분들을 실에 꿰어 신문에 싣는 게 저희의 역할이죠.


또 저희가 한 달에 한번 지역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이분들께 시론을 부탁드려요. 일반 신문사의 ‘논설위원’ 역할을 이분들이 해주고 계세요. 순천이 인문학적 소양이 높은 곳이에요. 저희는 그런 분들을 지역에서 계속 발굴해 모시려고 늘 안테나가 서있어요.


Q. 순천 광장신문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신 편집장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순천 YMCA라는 시민사회에서 젊었을 때는 직원으로, 90년도부터는 이사로 활동했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순천 YMCA에서 행정의정 모니터단 매니페스토 운동이 있었지요.


11월, 12월에 의회는 일 년 동안 시가 어떤 일을 해왔고 예산 낭비는 없었는지, 정당한 정책이었는지 행정 사무 감사를 해요. 문제는 숙제 검사를 해줘야 하는 의원이 도리어 숙제가 뭐였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이러한 상황들이 몇 차례 생기면서 시민 사회단체에서 행정의정 모니터단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해요. 그렇게 순천 YMCA와 심사회 단체가 모여서 행정의정 모니터단을 구성했어요. 단순한 담론을 넘어 시민 사회가 구체적인 현안에 접근하게 된 거죠.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은 시민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예요. 시민 단체 활동이 시민 단체 안에서만 끝나면 안 돼요. 우리끼리 기자회견하고 박수치는 것만으로 끝나면 안 되는 거죠. 또 우리의 일을 알리지 않으면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해도 오히려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이 터지면 시민 단체는 뭐 하는 거냐!라고 묻는 거죠.

당시에는 SNS도 없었기에 신문을 만들어 시민사회의 활동을 알리는 통로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가 2013년이고 지면 신문이 매체로서 존재감이 있을 때였기 때문에 제가 이 과정에 함께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같아요.

마무리,

“이 일을 왜 하냐고 물으면 깔끔하진 않지만, 항상 이렇게 고민하고 고뇌하며 하루하루를 지냈고 그러다 보면 1년이 10년이 되고 이 10년을 버텨온 힘으로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더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러면서 그냥 살아가지 않을까 싶고 또 그렇게라도 저희 신문이 살아갔으면 해요.”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미국의 지역 지방신문도 그 수가 과거의 4% 정도로 줄어들었어요. 이전 발행률이 100이었다면 지금은 4인 거죠. 요즘은 신문이 아니더라도 볼 것도 많고 지역신문은 그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죠. 때문에 저희는 순천 인구 백 중에 십만 봐도 좋아요. 그 십이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주도적인 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의 일은 누군가 미쳐야 계속 가는 거지 머슴의식으로 신문을 운영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지역과 공동체에 꼭 필요한 일이고 이런 일에 미친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지만 저희는 여전히 이 신문에 애정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나갈 거예요.“



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예술팀 이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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