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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모티브 Dec 21. 2018

4.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나요?

'커뮤니티 매니저'가 말하는 일의 즐거움과 고민들   

ⓒ ROMOR (designed by Studio More D)



과연 현장에서 일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들의 직업적 만족도는 어떤 수준일까요? 일에 만족한다면, 그 주요한 요인은 또 무엇일까요? 

 

다행히도(?) 직업적 만족도에 있어서 인터뷰이들의 답변은 대부분 꽤나 긍정적이었습니다. 


저는 앉아서 사람들을 지켜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관찰하는 게 재미있거든요.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함께 협업하다 보면, 그 공간만의 흐름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그 공간만의 사이클을 그려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통해서 본인이 원하는 걸 얻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저의 꿈이에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 인터뷰이 B (코워킹 스튜디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2년 차) 


100점 만점에 85점이랄까요? 전반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은 편인 것 같아요.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하는 일이 제 적성과 흥미와 잘 맞는 편이에요. 원래 부동산이나 도시계획 등의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기반이 되는 ‘공간’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파티나 다른 사람들과 즐길 만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도 재미있어요.

- 인터뷰이 E (코리빙하우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5년 차)



직접 '판'을 짜는 즐거움 


그렇다면 현재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함에 있어서, 좀 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이 가진 특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어떨까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의 그 어떤 속성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현직자들이 현재의 커리어가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걸까요?


7명의 '커뮤니티 매니저'들의 이야기 중에 가장 두드러지게 언급된 것은 '직접 판을 짜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한다는 것은 마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가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 Hans-Peter Gauster on Unsplash 



전반적으로 일에 만족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을 연결해준다는 뿌듯함이 있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 자체도 저에게는 재밌거든요. 특히 공간에 와서 제가 기획한 콘텐츠를 같이 즐기고, 사람들끼리 연결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할 때가 재밌어요.

- 인터뷰이 C (서울시 청년 공간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3년 차) 


100퍼센트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저는 이 일이 잘 맞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같이 무엇인가를 함께 만들어가고, 공간을 활용해 판을 깔아주고 사람들을 묶어 내는 일들이 재미있어요.

- 인터뷰이 D (서울시 문화센터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4년 차)


제가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이 그 공간을 좋아해 줄 때가 행복하죠. 1개월 단기 멤버십으로 공간을 사용하던 분이 이 공간이 좋아져서 장기 멤버십으로 전환할 때, 그때 참 뿌듯하더라고요.

- 인터뷰이 G (민간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3년 차)


사람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다루고, 그 공간에 계속해서 끊임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고, 관계와 이야기를 엮어내는 것, 그것은 어느 공간에서 일하든 '커뮤니티 매니저'의 기본적인 역할이자 속성일 텐데요. 


어떤 규격화된 틀이나 업무 매뉴얼에 근거하기보다는, 아무래도 자기 주도적으로 공간과 그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작업들을 직접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그에 더해서 현장에서 사람들의 긍정적인 신호와 피드백,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사람들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이 일은 직접 부딪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막연한 일이에요. 



하지만 직접 판을 짠다는 것은 때론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끝없는 막막함 앞에 방향을 잃은 것 같은 순간들, 그렇다고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기회나 참고할 만한 매뉴얼이나 교육도 찾기 어려우니 더욱 답답하고 외로운 순간들, 그리고 내가 짠 판에 사람들이 응해주지 않거나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일 때 서럽고 상처 받은 순간들, 그 수많은 순간들을 스스로 감당해야 할 때가 많으니까요.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공간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을 어떻게 바꾸어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제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도 분명 있는데 거기서 어떻게 한 발자국 더 나가야 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들을 요즘 계속하고 있어요. 

- 인터뷰이 F (민간 복합 문화공간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1년 차) 


그 외에도 현장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며 느끼는 어려움은 무수합니다. 특히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더더욱 그렇죠. 


주무부서와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서 어려울 때가 많아요. 저는 지금까지 행정기관에서 만든 공간에서만 일해 왔는데, 매니저로서 공간에 머물면서 직접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거기에 맞춰서 조금씩 공간이나 사업의 방향성을 바꾸려고 하는 입장과 행정 기관의 입장은 조금씩 다를 때가 많더라고요. 

- 인터뷰이 D (서울시 문화센터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4년 차)

 

커뮤니티 매니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부딪히며 갈등을 조정해야 할 일이 많은 직업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갈등 해결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사람들한테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면, 여전히 힘든 거 같아요.

- 인터뷰이 E  (코리빙하우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5년 차) 


그런데 이러한 무수한 어려움 중에서도 특히 현장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7명의 인터뷰이들이 깊숙한 고민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바로 직업적 정체성 혹은 전문성에 대한 고민들이었습니다. 


지금 어디쯤에 서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는지, 현직자들의 깊은 고민이었다. ⓒ chuttersnap on Unsplash


이 직업이 생소하면서도, 요즘은 곳곳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정의를 해야 하는지 정리되지 못한 채, 한 단어 안에 뭔가 되게 두루뭉술한 내용들이 이것저것 다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이 들 수밖에 없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하고요.  

- 인터뷰이 A (민간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3년 차)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항상 드는 것 같아요. 엄청난 기술이나 지식을 요구하는 일도, 어느 한 가지를 파고드는 일도 아니다 보니, ‘나의 전문성은 뭘까?’하고 고민하게 돼요. 내가 잘하고 있는지 측정하기도 어렵고요. 물론 항상 사업에 참여한 분들을 통해 평가를 해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본래 사업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 측정하기엔 부족하고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죠. 

- 인터뷰이 C   (서울시 청년 공간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3년 차)        


숨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 한 곳에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문성이라는 게 굳이 어떤 특정 분야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어떤 역량을 가졌느냐가 중요하죠. 문제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쉽게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보는 외부의 시각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예요. 저는 그게 안타까워요. 

- 인터뷰이 D   (서울시 문화센터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4년 차)    


이러한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 그리고 전문성에 대한 낮은 사회적 평가 등은 끝내 '커뮤니티 매니저'들을 현장에서 이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경험 있는 공간 운영 인력이 전문성 있는 직군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고립 혹은 잦은 이탈과 교체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인 거죠. 


저는 아직 국내의 추세를 볼 때 제가 생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모습과 실제는 거리감이 큰 것 같아요.  나름대로 이 일을 하면서 스스로 직업적 정의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정립되고, 그것을 현장에 적용해보려고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잘 되지 않더라고요. 단순히 공간을 지키고 관리하는 공간 관리자로 머문다면,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지금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요.  

- 인터뷰이 A  (민간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3년 차)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꿋꿋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직업적 비전을 그려나가고, 매일 조금씩 직업적 가치를 높여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오늘도 우리 일상 속, 골목 곳곳 다양한 커뮤니티 기반의 공간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에요. 예전의 공동체나 커뮤니티는 중앙집권적으로 누군가에 의해서 모였다 흩어지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의 개인적 취향이나 관심사가 절대적인 교류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선택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들도 계속 늘어가겠죠. 이미 '관(官)'에서 만드는 공간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민간에서도 조금 더 좁은 범위의 '선택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죠. 그럴수록 허브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들이 설 수 있는 자리는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 인터뷰이 D (서울시 문화센터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4년 차)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다양한 사람들과 쌓아온 네트워크, 다양한 이슈들을 복합적으로 다루어본 경험들, 그런 것들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충분히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저는 현재의 획일화된 서비스업을 넘어서는, 좀 더 세밀한 서비스업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지금의 커리어나 경험들을 토대로, 제대로 된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객실을 갖춘 호텔을 평양에 만드는 거, 그게 꿈이에요. 

- 인터뷰이 E (코리빙하우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5년 차) 


아직까지는 좀 더 해보고 싶어요. 제가 담당하는 곳이 다른 사람의 공간이든, 제가 직접 만들어서 운영하는 공간이든 말이에요. 지금 만약 10억 정도의 규모를 다루고 있다면, 조금 더 이 일을 안정적으로 습득한 후에는 100억 정도의 규모까지 도달해보고 싶어요. 

- 인터뷰이 F (민간 복합 문화공간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1년 차) 






일이 주는 즐거움도 크지만, 고민과 어려움도 동반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새로운 직업으로서 '커뮤니티 매니저'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과 모호함을 생각하면 더더욱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다양한 자원과 방법보다는 혼자서 안고 가야 할 것들이 더 클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래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들에게 물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에 현재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자원이나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다음 편 소개 

5. 활용하고 있는 자원에 대하여 



BY 나무  CCO & Co-Founder

다양한 삶의 방식과 공존 사례를 연구하고, 실험합니다. 루시드폴의 노랫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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