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컬로 Nov 28. 2022

도고에서 ‘환경’과 ‘동물’에 대한
비즈니스를 실현하다

아산 청년마을, 'DOGO온천' 강유정 청년 이야기

“DO 시도하고! GO 살아보고! 도고온천의 슬로건 그 자체예요. 

딱 이게 가능한 지역이에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리고 이것이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한 일들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하며 도고에서 자신만의 우물을 파고 있는 청년이 있습니다. 방향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면 꿈꾸는 삶,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 도고온천 강유정 청년 이야기입니다.

아산 'DOGO온천' 강유정 청년

Q. 환경 등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환경이나 동물, 문화재 보존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렸을 때는 이런 생각이 일반적인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어 사회적 기업 협의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제가 생명과 자연에 유독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회적 경제’라는 것을 안 이후부터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택하는 것이 당연히 맞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생 때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의 강연이나 행사에 참가하며 사회적 가치를 더욱 알리는 활동들을 했어요. 하지만 그저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직업으로 삼아 일로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회적 기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좋은 도미노 효과를 만들 수 있어서요. 

사회적 경제활동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현재의 자본주의의 ‘잘 살아보자’에서 ‘함께 잘 살아보자’로 변한 거잖아요. 앞으로 계속해서 이 방향으로 나아갈 일만 남은 것 같아요. 그래서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일을 하며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또한 알리고 싶어 청년마을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Q. 유기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는 막연히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가보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동물들이 그곳에 갇혀 있고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삶을 보며 그저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해 줘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만 잘 사는 것이 아닌 식물도, 동물도 잘 사는 삶이 제가 원하는 삶이에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동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오보이!’라는 잡지를 통해 동물복지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육식에 있어서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특히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을 잘 돌보고 지키는 것도 동물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유기견을 입양을 하였어요. 귀엽고 깜찍한 두 마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가치적인 일에 도전하며 살고 있어요. 

'DOGO온천' 강유정 청년이 입양한 유기견

Q. 도고온천의 운영진으로 오게 된 과정은 어떠한가요?

운영진 대부분 대외활동을 하며 알게 돼서 오래 보고 지낸 분들이에요. 저희가 공통적으로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마을 간의 순환시스템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친한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 사는 것이 좋다는 공감대도 있어서 순차적으로 계획을 세우면 도고에 사는 것이 괜찮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전 직장에 다닐 때 도고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제가 꿈꾸던 자연이 있는 곳이더라고요. 저는 넓은 들판이나 마당을 갖는 게 소원이었는데 도고에 오면 어디든 들판이 펼쳐져 있어 제가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그 들판을 즐길 수가 있어요. 

충청남도 아산 도고

그리고 도고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 제가 원하는 대로 분위기를 잡아 이곳을 꾸며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적당한 여백이 있어 청년마을을 시작하게 된다면 저희가 원하는 진정한 청년이 주체가 되는 마을을 꾸릴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주민분들의 불편함에 대해서도 들으며 마을에 대해서 더 알게 되면 저희가 원하는 활동과 청년마을이 합쳐져 멋진 시너지를 낼 것 같은 확신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모두 도시에서 오랜 시간 살며 지쳐 있었는데,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같은 동네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렇게 모두 오게 되었어요. 


Q. 한달살이 프로그램 진행과정이 궁금해요.

처음 한달살이 기획을 맡았을 때, 청년마을은 처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달 살이 3년 차인지라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청년마을 합동 발대식에서 다른 청년마을 대표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많은 고민들이 해결되었어요. 저희는 ‘도고온천’이기에 ‘온천’을 콘텐츠화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게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모인 것이니 좋아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 주셨어요. 단기간 진행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사업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셔서,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한달살이 담당자로서의 일’을 하고 있는 저를 보고 느꼈던 괴리감이 해결되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나와 함께 하는 사람 모두 즐겁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가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 저희의 방향성을 180도 바꾸게 한 큰 울림이었던 것 같아요. 확실히 좋아하는 것을 하니 진정성이 드러나고 지속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전의 방식으로 진행을 했더라면 금방 지쳤을 것 같은데,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인 도고에서 원하는 것을 하게 되어 즐기고 있어요. 평생 한 동네에서만 살다가 도고에 오게 되었는데 이렇게 좋은 곳에서 원하는 것을 하며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어 행복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니 훨씬 마을에도 정이 생기고 제 자신도 환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그래서 특색을 확실하게 갖추되, 좋아하는 것을 위주로 진행하고자 환경, 자연, 동물 등으로 추리게 되었어요. 특색으로 식물과 동물을 잡았고 도고의 자연이나 환경 등의 귀중한 자원을 살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채식이나 길냥이들을 위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요. 도고에 유독 길고양이들이 많은데 주민분들도 길고양이들을 많이 챙겨주세요. 또한 강아지를 위한 공간이 많아 동물 관련 프로젝트 하기 적합한 곳이에요.


Q. 도고온천에서 지내면서 어떤 변화를 경험하셨나요?

원래는 콘텐츠를 찾아, 혹은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콘텐츠가 모여 있는 서울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어요. 근데 서울로 좋아하는 것을 찾으러 가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도고온천 슬로건도 그런 의미로 ‘DO 시도하고! GO 살아보고!’로 짓게 되었어요. 타의로 일자리가 있는 곳에 찾아가는 청년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자의적으로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이제는 제가 도고에서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권유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운영진 중에서도 제가 가장 먼저 도고에 정착을 하게 되었고 이 생활이 좋기 때문에, 이제 청년마을에 오는 새로운 청년들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마을살이를 전할 수 있어요. 

성격도 많이 바뀌었어요. 좀 더 건강한 방법으로 인간관계를 가꾸어 나가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단체 생활을 잘 못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과 여유가 생겼어요. 스스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표현해요. 그리고 큰 두려움 없이 계획을 세우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으니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갖고 저의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아산 'DOGO온천' 강유정 청년

Q. 지역에도 변화가 있었을까요?

한달살이는 청년마을 이전에도 진행을 해왔기 때문에 지역주민분들은 저희를 ‘한달살이 했던 친구들’로 기억을 하세요. 갑자기 도고에 많은 청년들이 오게 되어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긍정적으로 봐주시고 청년들이 하는 일들을 낯설게 여기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초반에는 외부 청년들이 많아지고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니 주변 환경이 달라질까 봐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먼저 마을을 소개해주시고 도움을 주시려고 하더라고요. 마을에 청년들이 생김으로써 마을 주민분들의 일상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대가 다름을 인정하고 청년들을 그대로 이해해 주시려고 노력하시더라고요. 최근에는 마을 행사에도 초대해주시는 것을 보고 많이 친밀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협업을 요청하시거나 고민상담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청년들에 대한 수용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서 마을 주민분들도 저희의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시며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고 계세요. 평소에 거래를 할 때도 1회만 거래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고 앞으로 진행할 것까지 염두에 두고 거래를 진행하기를 원하시더라고요. 

저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건물을 무상임대로 빌려주려는 분도 계시고, 동물을 주제로 활동하고자 한다고 말씀드리니 염소농장이나 양계장을 구경시켜 주셔서 농장에 있는 동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아직 도고에 많은 게 없기 때문에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고 주민분들과 함께 발명을 하는 단계에 있어 계속 도전하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Q. 도고온천을 한마디로 한다면? 

‘DO 시도하고! GO 살아보고!’ 도고온천의 슬로건 그 자체예요. 딱 이게 가능한 지역이에요. 식물, 동물, 사람은 저희를 구성하는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도고온천에 와서 도전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슬로건 자체가 도고온천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아산 'DOGO온천' 강유정 청년

Q. 청년마을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아직 청년마을을 경험해보지 않은 청년들에게 초반에는 ‘새로운 경험을 하러 와보세요. 일상생활에서의 탈출을 위해서 청년마을을 경험해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단순히 그러한 의도로는 청년마을에 오라고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여유와 힐링만을 꿈꾸고는 청년마을에 와서는 안 될 것 같아요. 해야 할 일도 많아 생각보다 여유롭게 살아갈 수는 없어요. 하지만 도시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경험이 분명하게 있다고 말할 수는 있어요. 

아산 'DOGO온천' 강유정 청년

그래서 저는 나만의 우물을 파고 싶은 사람이 오는 곳이 청년마을이라고 생각해요. 내 삶에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싶을 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임하며, 로컬에 대한 어려움이나 변수 등에 모두 열려 있는 사람이 와서 이것들을 경험하고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와야 청년마을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도고온천에 있는 사람들을 우물지기라고 불러요. 내 우물을 파고 싶은 의지가 있고 이를 통해 청년마을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물이 궁금한 사람, 자신만의 우물을 파고 싶은 사람, 다른 사람의 우물물을 마시고 싶은 사람,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환영해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재미있지만, 실제 비즈니스로 모델화를 시키면 실패할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여러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도 청년마을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청년마을의 사람들은 열정을 가지고 관심 있는 것을 계속해 나가고 그것을 어떻게 현실화시키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지 치열하게 고민해요. 아무래도 새로운 지역에 정착해 사업하는 게 쉽지 않고, 특히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서 오는 불안함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소유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 갖추고 시작하는 것은 청년마을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 갖춘 사람들이면 청년마을을 할 이유가 없죠. 그저 방향성을 잃지 않고 저희가 원하는 대로 진행해 나가면, 저희 손으로 직접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재봉학원 경험으로 태백에서 광부패션 산업의 길을 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