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컬로 Dec 05. 2022

도고의 역사, 아름다움
그리고 ‘따뜻함’을 렌즈에 담다

아산 청년마을, 'DOGO온천' 서민지 청년 이야기

“도고온천에서의 삶은 알에서 깨어 나온 느낌이에요.” 


한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이 청년은 도고온천 청년마을의 운영진으로 참여하며 본인을 위한 삶, 하루하루 용기를 내며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고온천 청년마을을 진행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고

도고 주민분들을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냥 만나서 수다만 떨고 지나가는 것도 좋지만

도고의 역사를 담아내고 도고의 발전 가능성을 찾아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서민지 청년도고온천에서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아산 'DOGO온천' 서민지 청년

Q. 어떻게 도고온천 청년마을에 오게 되셨나요

결혼을 하며 아산에 처음 내려오게 되었어요. 3년 전 남편이 영상업체를 창업하게 되었고, 저도 비슷한 분야로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사진을 찍는 게 취미였는데 이것을 발판 삼아 사진 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는데, ‘도고’라는 주제에 맞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더라고요. 또 아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그분들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각자의 이득을 위한 게 아닌 남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청년마을을 만든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다른 아산의 여러 지역도 좋지만 저희 아이들이 도고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닐 정도로 도고를 좋아해서 자주 방문하였는데 그런 도고에서 청년마을을 진행한다고 하니 더더욱이 함께하고 싶더라고요. 도고는 교통편이 좋지 않지만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가면 산에서 뛰어놀고, 벌레 잡고, 온전히 자연을 즐기면서 노는데,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도고만이 가진 가장 큰 메리트였어요.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요즘은 많이 줄었으니까요.

DOGO온천 서민지 청년 자녀

Q. 아이를 키우면서 청년마을에 참여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병행 과정이 궁금해요

아이들이 있는 상태에서 저희 부부가 청년마을을 함께 하는 게 사실 부담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사업적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낼 수 있을까’ 고민도 있었어요. 근데 막상 하니 이런 고민들은 금방 사라지더라고요.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 아빠 외에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더 말을 안 듣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시는 분들이 이해해주시고 같이 아이들을 케어해 주셔서 제가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함께하는 팀원들에게는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커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오히려 저희 가정을 보면서 희망을 얻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를 케어하면서도 청년마을에 참여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청년마을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저희를 통해 알게 되었고, 가능성도 발견했다고 해요. 운영진들끼리 장난식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지금처럼 다 같이 모여서 살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시범 주자가 저희가 된 거죠. 가정을 꾸린다는 게 막연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데 실제 사례가 있으니 다른 분들이 그걸 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저희가 본이 되는 부부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Q. 청년마을로 인해 지역에 어떠한 변화가 생겼나요?

도고온천을 진행하기 전에는 마을 주민분들과 소통을 할 수 없었는데 청년마을을 통해 주민분들과 많은 교류를 나누고 그분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마을분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진 것만으로도 큰 변화예요. 마을 주민분들께서는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있으니 활력이 생겨 사람 사는 느낌이 난다고 말씀해 주세요. 


Q. 청년마을을 통해서 이루신 게 있을까요?

저는 원래 육아에 전념했던 사람이라 도고온천 이후의 삶은 알에서 깨어 나온 느낌이에요.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비교적으로 삶이 이어진 느낌일 것 같은데 저는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처음이어서 모든 게 새로워요. 특히 아이가 있으면 제약이 많아서 일을 할 수 없는데 이곳에서는 함께하는 멤버들 덕분에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청년마을을 통해 제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특히 운영진 멤버들, 그리고 한달살이를 참여하는 외부청년들을 통해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고, 그분들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용기가 생기는 등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2기 때 한달살이를 진행하며 참가자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모두 용기 있는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한 달 동안 아무도 없는 외지에 나와 산다는 것이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저를 대입해서 생각해보았을 때, ‘내가 그분들이라면 해낼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아무리 혹여 염려를 가지고 이곳에 왔더라도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1기 때는 운영진들끼리 한달살이를 진행했는데 운영진 중에 흔히 말하는 ‘덕후’ 기질이 있으신 분이 계셨어요. 그 전에는 덕후라는 것에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분을 보고 한 우물을 파는 것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지름길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도고온천의 운영진으로 있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계신 대표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저도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청년마을을 통해 이루고 싶으신 게 있을까요?

내년에는 도고에 분점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도고의 관광을 살리며,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많은 분들의 추억을 쌓는 데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도고온천 청년마을을 진행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고, 도고 주민분들을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냥 만나서 수다만 떨고 지나가는 것도 좋지만 도고의 역사를 담아내고 도고의 발전 가능성을 찾아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도고의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자연경관을 사진으로 담아두고 주민분들의 삶과 추억도 사진으로 저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도고를 옛날에 유명했던 신혼여행지로만 기억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기억에만 멈추는 것이 아닌 도고의 현재의 모습도 알리고 도고만이 가지고 있는 좋은 부분들을 전달하고 싶어요. 도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 혹은 쓰러져가는 관광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도고에 대한 인식을 바꿔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아산 'DOGO온천' 서민지 청년

Q. 도고온천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도고온천은 ‘따뜻함’인 것 같아요. 온천의 따뜻함도 있고 노을의 따뜻함도 있어요. 도고에서 본 노을이 저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도고에는 높은 건물이 없고 탁 트인 자연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기에 도시에서는 볼 수 없고 도고에서만 볼 수 있는 노을이 있어요. 그 노을이 저에게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또 도고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함을 많이 느꼈어요. 다른 운영진분들과 항상 하는 말이지만 도고는 지금 따뜻한 온도를 가지고 있으니 우리는 이 온도를 뜨겁게 만들어보자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해요. Hot 도고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이 열기로 많은 청년들이 도고에 와 도고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어요. 

'DOGO온천' 청년들

Q. 도고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시나요?

아산에 있는 동안에는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기를 가장 바라고 있어요. 건강함으로 가득한 도고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갔으면 해요. 또한 요즘엔 1차 산업인 농업이 죽는 산업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아이들이 도고에서 농업을 경시하지 않고 자연과 항상 함께 하며 이러한 공간과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또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게 도와주고 싶어요. 청년마을을 통해 짧게나마 지역살이를 해본 타 지역 청년들처럼요. 아이들에게 하나의 직업군이나 지역만이 목표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 


Q. 청년마을을 경험해보지 않은 청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망설인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을 해요. 청년마을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청년마을이라는 공동체 자체가 가능성이 많은 곳이기에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후회했으면 좋겠어요. 청년이라는 때가 조급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하는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청년마을을 경험해보세요. 또 모르잖아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잘한 일이 될 수도!

아산에서 서민지 청년과 남편의 다정한 모습


매거진의 이전글 ‘배스밤’을 통해 로컬의 향을 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