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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가치

나만의 성공 방식

by Loche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근로소득자로서의 삶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 내 분야가 아닌 다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일환으로 3년 전부터 전국의 강연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였다.


강연 정보는 주로 '이벤터스'와 '온오프믹스'라는 전국의 여러 모임과 세미나 정보를 알려주는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서 찾을 수 있었고(이 외에도 인터파크 티켓, 지식(GSEEK), 페스타(Festa), 알리오플러스, 티핑(Tipping) 등에서도 강연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Perplexity 검색이 알려주었다.), 여러 대학의 경영학과나 창업지원센터 등에서 주최하는 기업가 정신 학기수업도 청강을 하였고,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명사 초청 특강도 기회가 될 때마다 참석하였다.


내가 참석한 것들은 정부지원사업으로 재정 지원을 받아서 열리는 강연이 많아서 전부 참가비 무료에 점심과 저녁 식사도 고급진 도시락이 제공되고 심지어는 뷔페가 제공되기도 하였다. 어떤 강연들은 참석해 줘서 고맙다고 기념 선물을 주기도 하였으니 내가 그 분야에 관심이 있고 시간만 낼 수 있다면 매우 유익한 배움의 기회이자 즐거움이었다.


여러 다양한 세미나를 들으면서 어떻게 사업을 일으켜야 하는지 어떤 과정으로 빌드업해야 하는지 여러 분야의 CEO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내 몸 안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느끼며 내 직장 동료들이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강력한 동기 부여를 얻기도 하였다.


베트남 사업과 인도 사업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나서 직접 베트남과 인도에도 한 달씩 가보고, 일본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일본에도 가봤다. 단순히 주요 관광지 위주의 여행이 아닌 그 나라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 일까라는 관점에서 관찰을 하며 둘러보았다. 세미나에서 열정적으로 강연하는 강사의 설명과는 달리 내가 직접 가서 다녀보니 나한테 맞고 안 맞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기도 하였다. 그 밖의 안 가본 나라 중에서 평소에 궁금했던 나라들도 작년에 마침내 다 가봤다. 여행을 통해서 배우고 얻는 것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고, 이제부터는 나의 내실을 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나는 나의 최대 단점이 무엇인지 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수록 어느 순간 그냥 놓아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대입시험 성적과 진로에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의도적으로 재수를 하였고 열심히 공부해서 어렵게 들어간 대학교에서 학사 경고를 세 번 받았는데 그 원인이 시험이 다가올수록 시험공부하기가 싫어지고 결국에는 시험까지 안 들어가 버렸다. 그러니 줄줄이 F가 나올 수밖에. 그리고는 군대를 다녀왔고 그다음 학기에는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이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도 받고 당시에는 만만치 않았던 대학원 진학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나의 문제는 아니나 다를까 석사 논문 준비 과정에서 다시 불거져 나왔다. 3~4학기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하였고 논문 작성을 앞두고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한동안 잠적을 했다가 막판 데드라인 일주일을 앞두고 날새가며 논문 작성을 해서 간신히 논문 심사에는 통과하였으나 심사 위원 세 명 중에 한 명은 논문 심사 날인을 안 해줘서 내 논문에는 도장이 두 개만 찍혀있다.


그때가 마지막이 아니었다. 박사 과정에서도 그랬고(이때도 비슷한 놓아버림과 막판 스퍼트로 정말 운 좋게 학위 취득했다), 직장 생활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평소에는 잘하다가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뒤로 미루다가 막바지에 임박해서야 해치우곤 했다. 왜 그런지 그게 참 안 고쳐진다.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고 변화가 있기도 했다.


내가 사업가가 되기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일단 시작하면 엑싯을 하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고 월화수목금금금 미친 듯이 몰입해도 성공할까 말까이고 내가 살면서 겪었던 스트레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스트레스를 겪을 텐데 그때 또 놓아버리면 자칫 내 목숨을 내놔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 하나만 죽으면 다행이지만 애들이 나로 인해서 불행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반면에 자산가는 운용 자산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사업가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계속 풀 액셀을 밟지 않아도 되고 현명한 선택과 기다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고려했을 때 사업가보다는 자산가로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고 안전해 보인다. 이자, 배당금, 월세, 양도소득으로 대변되는 자산 운용가가 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평소에 혼자서 조용히 책 보면서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내 스타일과도 잘 어울린다. 수익률 1%의 차이는 큰 차이이고 그런 차이를 만들어내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엉덩이 무거운 내가 충분히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것이 지난 3년 간의 '나를 찾는 과정'에서 내린 결론이다. 난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 잠자고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지긋이 책 보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다. 이미 나에게는 적지 않은 종잣돈이 있다. 지금 깔고 앉아 있는 주택도 어서 처분해서 운용자산에 편입시키고 싶은데 그러기 전에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공부가 필히 선행되어야 한다.


근로소득이 있는 앞으로 몇 년. 이때 자산 소득을 최대한 불려놓아야 자신 있는 퇴직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공부는 평생 하는 거다. 나를 위한 공부. 진정한 재미와 희열이 따라오는 공부가 된다. 노는 거는 내가 아무리 놀고 써도 내 자산이 가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때에 다시 놀면 된다. 지금은 공부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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