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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Sep 09. 2020

9월


만성적인 두통이 있다. 종종 눈알을 누가 엄지로 눌러대는 느낌이 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곧 눈알이 빠질 듯하고 머리를 정으로 쪼는 느낌이 든다.

이따금 피곤할 때, 스트레스받을 때, 특히 요즘은 술 마실 때 자주 찾아온다. 그래서 이젠 그게 두려워 술을 잘 못 마신다. 취해서가 아니라 참기 힘든 두통이 온다.

앨범 작업이 중반을 넘어가고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밀린 시기이다. 없는 예산에 비용을 아끼려면 혼자서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주침야활은 숙명과도 같다. 어떤 때는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쓰러지면서도 어떤 날은 몇 시간씩 뒤척이기도 한다.

다시 9월이 되니 2016년의 그 흔적들이 나타난다. 매년 9월이 되면 찾아온다. 그러면 2016년 그때의 기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행복했지만 너무나도 힘들었던 기억. 그때는 정말 힘들어서 발매 후 몇 달간 앨범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음악 한 번 듣지를 않았는데 지나고 나니 이제는 추억이다. 그런데 그것을 지금 또 반복하고 있다. 그 힘든 시기를.

왜 일까. 모르겠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것을 왜 하고 있을까. 어차피 인기도, 흥행도, 돈벌이도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을. 다만 이 음악으로 좋은 친구들, 사람들을 만난 것, 그나마 이것 하나가 나를 이끌어주는 원동력이지만, 어쨌든 외로운 시간들은 외롭게 보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마음이 이끄는 시기는 어쨌든 혼자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모든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똑같겠지. 하면 남는 거고 포기하면 없는 거다.

이제는 일 년 일 년 지나는 것이 예전과는 다르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고, 점점 도태되어 가고, 대체되어 갈 것이다. 이전에 꿈꿨던 음악인의 삶, 명예, 인기, 흥행 이런 것은 이제 점점 허황된 일들이 되어 갈 것이다. 묵묵히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또 현실적인 꿈과 목표로의 수정이 불가피한 시기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점점 지쳐갈 테니.

어제부터는 두통이 심했다. 그래도 진통제를 먹으며 작업을 했다. 두통이 심할 때는 진통제로 인한 두통이 사라짐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진통제 알약 몇 개가 나에게 행복감을 준다. 살 것 같다는 그런 소박한 희망같이.

어쨌든 9월이다. 새벽이 되니 4년 전 생각이 많이 난다. 내년 이 맘 때에 이 시간들을 그땐 그랬지라며 돌이켜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잠깐 정신을 심하게 잃고 깨어나면 어느 순간 손에 쥐어져 있으면 좋겠다. 매번 그래 왔으니까.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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