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의 삶이 과거가 되며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나는 얼어붙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빨아들이는 새 뿌리가 되어 바깥에, 어둠과 낯선 것에 닻을 내리고 붙박여 있는 것을 감지해야만 했다. 처음으로 나는 죽음을 맛보았다. 죽음은 쓴맛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탄생이니까, 두려운 내 삶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니까.
<데미안>- 두 세계 中
그날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소나기와 잠시 갠 하늘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다음 날부터 일을 하기로 맹세하면서 하루를 보냈다.....이처럼 햇빛이 찬란히 비치는 날, 더위를 피해 덧문을 닫듯이 하루 종일 눈을 감고 누워 있는 것은 허락되고 자주 하는 일이며, 건강에도 좋고 상쾌하고 계절에도 어울렸다. 바로 이런 날씨에서 발베크의 두 번째 체류 초기 때 푸른 밀물의 흐름 사이로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소리를 듣곤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갇힌여인1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