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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메 Jul 11. 2022

1. 두리뭉실하던 것들이 명확해질 때

창업동기에 관하여 


여행의 질을 높이는 미디어 회사를 6개월 내로 차린다. 



주객이 전도된 여행


"OO아, 나 여기서 인생샷 좀 건져줘!"


여행 후 남는 게 사진뿐이라지만 요즘은 주객이 전도된 듯하다. 여행하러 온 건지 사진 찍으러 온 건지 헷갈린다. 찰칵찰칵 소리 남발하며 인생 샷 한 장 건지면 끝날까? 아니다. 이제부턴 SNS에서 누가 내 사진을 확인했나를 보느라 또 바쁘다.


'퇴사한 회사 과장님 아직도 내 인스타를 보네. 왜 보지?'


연결된 채 연결되지 않은 인간관계까지 생각하다 보면 그제야 정신이 좀 든다. 배가 고프다. 좋아하는 유튜버가 맛있다고 추천했던 맛집을 줄 서면서까지 굳이 찾아간다. 음식이 먹음직스럽게 조리되면 이제 또 사진 타이밍이다. 그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생각에 잠긴다.


날씬하게 보정한 내 사진과, 지브리처럼 보정한 풍경 사진, 먹음직스럽게 찍은 간장게장... 지난 여행이랑 다를게 뭐지? 나는 이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가? 여행의 질이 낮아졌다.


보여주는 문화의 반대 급부로 인기를 얻고 있는 리얼 SNS


내 고객의 여행은 이랬으면 좋겠다


앞에 이야기는 내 얘기다. 돈과 시간을 들이부은 소중한 여행이 단조로워짐을 느꼈다. 마침 여행업을 전공하고 업으로 삼고 있었던 터라 한참을 여행의 진정성이 뭔지 찾겠다며 헤매었다. 2년 정도 고민한 결과, 여행의 진정성 그런 건 없다. 


다만 고민하는 동안 내가 생각하는 질 높은 여행이란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는 여행. 그 문화를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고 일부분이 되어보는 여행. 그 결과, 여행 가기 전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런 여행이 내겐 질 좋은 여행이다. 그러다 문득 나 혼자 이런 여행을 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년간 창업을 하겠다며 헤매었는데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불명확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미션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으라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왜 여행사를 차릴 생각을 못했지? 내가 가고 싶은 여행 프로그램을 짜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다니면 좋을 텐데? 아 근데 여행사 자본금 많아야 차리는데...못하겠...아니아니 일단은 작게...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


나를 찾는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더 많은 문화를 경험하기를, 날것의 이국을 보다 아하! 하는 순간이 오기를, 때로는 사업의 기회를 때로는 더 많이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기를 그런 여행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면 겁나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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