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하다가 현타 맞았다

내가 가는 길이 맞을까?

by LOFAC

재테크 8개월 차. 현타가 제대로 왔다.

언제부터였을까.

처음에는 호르몬의 노릇이겠거니 했다.

머리가 어디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다. 바보가 되어버린 걸까?

회사에서도 계속 어딘가 핀이 나가 있었다.

뭔가 조급해졌다.

33이라는 나이. 여성. 그리고 대한민국이 주는 압박감일까.

머리는 터져가는데 이걸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왜일까. 버젓이 애인도 있는데.

입이 안떨어지더라.

그저 혼자서 몸으로 삼켜냈다.

아니 글로 풀어냈다.

노트에 핸드폰에 아이패드에.

감정들을 폭풍같이 쏟아냈다.

어디론가는 흘려버려야 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루틴도 망가졌고 재테크 짠테크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할까라는 회의감이 나를 짓눌렀다.

‘행복하니?’라는 뻔한 질문에 ‘아니요’라고 고민 없이 말할 수 있었다.

아무 재미도 흥미도 없었다.

웃는 것도 웃는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 처절히 나 혼자라고 느껴졌다.

무엇을 위해 살까? 하루하루를 무엇을 동력으로 살아낼까.

왜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고 옷을 골라 입을까.

문득 깨달았다. 보통 사람들이 당연한 것처럼 매일 하는 일들이 어쩌면 아주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고.


아침에 일어나고 세수를 하고 밥을 차리고 먹고

출근을 하고 동료들과 사담을 나누고 업무를 하고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하고 귀가를 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지금 나는 이것조차 쉽지가 않다.

그런데 무슨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인정한다. 내가 미치도록 연약한 존재라는 걸.

33세가 되어서야 인정을 하게 됐다.

예민하고 감정 기복 심하고 눈치 많이 보고 외모를 신경 쓰는 사람인 걸 인정한다.

원래는 눈치를 심하게 안 보다가 상처를 받으면서 어떤 틀에 나를 끼워 맞췄다.


한동안은 연기를 하는 기분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내 본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줄어갔고 항상 신경 써야 했기에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부쩍 그런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물론 내가 비교라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건 아는데 그걸로라도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연애 리얼리티를 보는 걸 수도 있다.

그 설렘, 행복감, 찌릿찌릿하고 애정 묻어나는 걸 보고 싶어서.


표정은 근육이라서 많이 짓는 표정으로 굳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어떤 표정이 가장 자연스러울까?

무표정?


가만히 서점 2층에 앉아 사람들 구경을 했다.

사는 거 진짜 별거 없어 보였다.

똑같은 하루하루가 별 변화 없이 쳇바퀴처럼 흘러간다.

월요일은 또 돌아오고 월요일 다음은 화요일이다.

한주가 끝나면 또 반복 그리고 그게 쌓이면 1 년.

새해가 오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약속한 듯이 찾아온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매년 찾아온다. 다들 약속한 듯이 빨간 날에 쉬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어딘가로 바쁘게 떠난다. 그게 행복이라도 되는냥.


요즘 부쩍 편한 옷을 찾게 된다.

그러다가 어제는 오랜만에 청 스키니진을 골라 입었다. 상의도 타이트한 니트를 입었다.

살이 올랐다고 생각이 들면 괜히 타이트한 옷을 입게 된다.


이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체중에 대한 강박증이 있나 보다. 그것마저 어그러지면 뭔가 내 삶이 뒤틀리는 기분.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원래 말랐을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사람은 겉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걸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상상도 못 할 거다.


현타가 끝날 때까지 나에게 숨 쉴 시간을 줄 거다.

다시 달릴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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