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한국 콘텐츠들의 힘에 대해서 느낀다. 비단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한국 콘텐츠들 때문에 한국의 인지도와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있고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많아지고 있다. 요즘에 재미있게 본 '재벌집 막내아들' '더글로리'를 보고 있으면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 성장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연출, 구성, 연기, 유머, 스토리, 미장센까지. 뭐 하나 빠지는 요소가 없다. 소위 '빈틈'없이 잘 짜여있다.
트렌드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이 인상 깊었는데 미래의 부자들은 두 가지로 나뉜다는 말이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자와 플랫폼을 가진 자. 그만큼 콘텐츠의 힘은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콘텐츠로 우리는 시간과 감정 그리고 취향 생각을 투자한다. 그리고 가끔은 가치관이 바뀌기도 하고 꿈을 바꿔놓기도 한다.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드라마와 tv를 통해 나의 꿈과 목표를 그리게 된 적이 있었다.
가끔은 밖에 나가서 경험을 하는 것보다 따뜻한 집에서 이불 덮고 맛있는 음식 시켜서 넷플릭스 보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물론 나는 경험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보통은 실제로 경험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콘텐츠의 힘은 점점 세져가는 중이다. VR이 상용화가 되고 더 발전되면 여행도 VR을 통해 방구석에서도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고 그러면 굳이 값비싼 비행기 값과 고생을 하면서 여행을 할까 의문이 든다. 멀리 볼 필요 없이 5,6살짜리 나의 조카들을 보고 있자면 벌써 세대차이를 느끼는 게 그들은 이제는 콘텐츠 없이는 '흥미'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콘텐츠와 가깝게 자라나는 세대가 되었다.
유튜브와 ott가 없이는 부모가 그들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어쩌면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현실보다는 가상 세계에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회피본능 손실본능이 기본적으로 내재되어있는 사람들에게는 ott는 가장 안전한 '장소' 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애꾿은 ott를 탓하기도 하는 것이 나의 소중한 시간을 다 빼앗아 가곤 한다. 요즘 한국 드라마는 너무 재미있고 영화 같은 퀄리티를 보여줘서 한 번 시작하면 정주행을 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최근에 정주행 한 건 송혜교 주연의 '더글로리'. 김은숙 작가의 도전이 찬란하게 빛을 발한 성공작이다. 사실 기대가 1도 없었던 드라다였다. 예고편을 봐도 다크하고 우울한 내용일 게 뻔했고 송혜교의 비슷한 연기가 나오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반전이었다. 내용은 다크 했지만 그 안에 섬세한 요소들과 캐릭터 구성이 다양한 시선으로 극을 이끌어 나갔고 송혜교의 연기도 예전과 달랐다. 김은숙의 힘일까? 그의 대사가 연기자들을 업그레이드시킨 느낌이었다.
그전에는 한 번도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 없는 무매력녀 임지연이 이번에 빵 터졌다. 극악무도한 '하연진'으로 둘 얼굴의 얼굴을 아주 얄밉게 잘 연기한다.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나오는데 화장도 진하게 하지 않고 입꼬리를 싹 웃는데 그 모습이 아주 섬뜩하다. 총 8회 차로 이루어진 더글로리를 하루 만에 정주행 해버렸다.
하나를 흥행시키는 것도 힘든데 김은숙 작가는 내놓는 작품들마다 흥행을 불러일으키니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임은 틀림없다. 더글로리를 인상 깊게 본 후 인터뷰를 찾아보니 하얀 백발의 머리를 하고 강단 있으면서도 해맑게 웃는 미소가 기억에 남는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대사, 뻔하지 않은 대사들로 극의 몰입도를 불러일으키고 지루함이 없는 더글로리는 3월에 시즌2가 나온다고 한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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