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5주 차.
직장인이란 마치 희극보다 더 웃긴 것 같다. 자세히 뜯어보면 다 너무 웃긴 것들이 많다. 그중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나겠지. 6개월 쉬는 동안에는 시간이 참 잘 갔다. 이렇게 시간이 잘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행도 가고, 새로운 건강 습관도 만들었지만 하도 먹으러 다녔더니 살은 좀 많이 쪘다. 이제 한 달이 거의 되어가는 이곳, 나는 괜찮을까? 사람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것이 이전까지 나는 회사에서 참 편하게 다녔다.
그 편안함에 익숙해져서 조금은 설렁설렁 다니기도 했었다. 적당히 내 몫만 하고 루틴대로 굴러갔다. 그러다 보니 그것에 안주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에는 좀 안일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인 이곳에 오고 나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계속해서 배우지 않으면 도태된다. 뒤쳐지다 보면 아마도 나 자신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탠스로 말이다.
기본 30분 일찍 출근해서 출근 준비를 하고, 퇴근도 30분 마무리하고 하거나 업무를 더 하고 퇴근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단 한 번도 집에 노트북을 가져가 본 적이 없는데 요즘엔 일을 안 할지라도 집에 노트북을 가져간다. 상사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지난 회사에서는 맞추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근데 이제는 맞춰야 된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달까? 어차피 그래야 결국 나도 편해진다는 것을 안 걸까? 그리고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전에는 대화를 거의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필요한 대화는 최대한 그때그때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오해가 빨리 풀리게 되는 것 같다.
근데 확실히 이렇게 회사를 다니다 보니까 워라밸이 사라졌다. 물론 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에너지가 2배 이상 소진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집에 오면 그냥 뻗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현재 내 루틴은 평일: 회사-집, 토: 리프레시, 일: 휴식, 이렇게 이루어졌다. 정말 군더더기가 싹 빠졌다. 예전에 그 많은 활동, 2년 전만 해도 경희대 와인 전문가과정을 어떻게 들었는지 참 신기할 다름이다. 그때는 주 2회 7~10 수업 듣고 3교시까지 하고 일을 나갔었는데.
근데 지금은 나름 이 루틴 한 일상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에너지가 집중되는 것도 있고, 내가 이렇게 회사에 진심이었던 적도 처음이라 이런 내가 신기하기도 하다. 그렇긴 하면서도 이따금씩 생각나는 건 있다. 바로 나를 위한 ‘treat.’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시간. 예를 들면 여행, 호캉스, 마사지, 맛집 같은 것들. 요즘엔 그렇게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생각난다. 사실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마음을 먹어서 디저트는 정말 약속 있을 때만 먹으려고 한다. 어제 체중계에 올라가고 좀 충격쓰 받았기 때문에. 그래도 충격요법 아주 좋았다. 사실 재기 싫었다 ㅎㅎ
좌우지간 이렇게 새 직장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제일 힘든 시간 중 하나인 첫 한 달을 잘 버텼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