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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잘 어울려요

향수가

by 로파이


향수란 내게 있어서 나라는 사람을 굳이 상대에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나와 잘 어울릴만한 향수를 종종 찾아다니곤 한다.


가끔 내 향수를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기도 해서 보여드리고 뿌려드리고자 한때는 갖고 다닐 때도 많았는데, 같은 향수를 뿌려드렸지만 미묘하게 나와는 다른 향이 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체취의 차이다.


얼마 전에 향수 샘플 세 가지를 선물 받았다.

어찌나 궁금했던 향수였던지 받자마자 시향지에 연신 뿌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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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뿌린 향수에서

"내 향수"라고 조용히 읊조렸다.


내가 좋아하는 계열의 톤을 가졌는데 뭔가 조금은 달랐다.

나는 대체적으로 우디 성향이 강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포근한 잔향을 좋아하는데

이 향수는 우디 함 속에서도 무화과의 달콤함과 장미잎을 살짝 찢었을 때 맡을 수 있는 느낌

시간이 흐를수록 머스크처럼 포근함도 있다.


향이 가볍게 코 위를 스치는 향수는 아니고 향이 무척이나 짙고 무겁다.

순간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과연 얼마나 잘 어울릴까?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신이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 향수가

네 향수가 된 듯해서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향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시작은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느껴지는 잔향은 서로가 매우 다르다.

잔향의 다름을 서로다워짐이라고 생각했다.


다르지만 막상 또 다르다 할 수 없는 그 미묘한 느낌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 향수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니 참 놀랍고 흥미로운 경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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