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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Jul 17. 2019

인생을 살며 중요한 것, ​
걱정 버리기

2019년 3월, 산티아고를 준비하며

나는 산티아고에 갈 거야!


그렇게 산티아고에 가겠다고 결정한 후, 나는 열심히 준비했다. 


필요한 물품들은 검색도 하고, 발품을 팔며 좋은 것들로 장만했다.

등산화는 가기 전 길들여야 한다기에, 매일 신고 다니며 출퇴근 길을 걸어 다녔고,

주말과 휴일에는 집 근처의 둘레길을 걸어 다녔다.

산티아고 관련 설명회도 찾아다니고, 산티아고 카페에도 가입하며 아주 열심이었다.

아마 불안했나 보다.

그 먼 곳까지 혼자 간다는 것이, 그저 관광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 그리고 그런 나의 선택이.


다른 곳에 여행을 가도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계획하고 정보를 찾아본 후 여행을 가는 나의 성격상, 이렇게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다면 아마 산티아고에 가지도 않았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이렇게 각종 정보들을 찾으면 찾을수록 나의 걱정은 점점 더 커져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걱정이 그리 많았나 싶다.

물론 산티아고에 가서 도움이 된 정보들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알지 못했더라도 잘 해결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도움들이었다. 산티아고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으니까. 없었어도 몰랐어도 조금 불편한,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딱 그 정도의 불편함 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곳에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 때문에 짐은 점점 늘어났다.

정말 이것저것 다 챙긴 짐들... 지금 보니 쓸데없는 것들도 참 많다.

그렇게 모든 짐을 꾸리고 배낭을 메보는 순간, 알았다.

아, 나는 이 배낭을 가지고는 완주하지 못하겠구나.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고 하나씩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정말 기본적인 '이것이 없으면 안 되는가?'의 물음부터. 그렇게 하나하나 빼고 정리하며 꾸리게 된 나의 배낭 무게는 대략 6kg. 여기에 물과 비상식량들을 넣으면 아마 7-8kg이 될 것이었다.

준비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나의 걱정은 계속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없다고 죽기야 하겠어? 지금부터 미리 걱정하지 말자!'

그렇게 나는 산티아고에서 꼭 필요한 물품들(배낭, 등산화, 침낭, 우비, 스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품을 빼놓았고 무사히 짐을 꾸릴 수 있었다.


이때부터 산티아고로 인한 나의 변화는 시작된 것 같다.

미리부터 걱정하지 말자.

늘 사서 걱정을 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고민하던 나에게 걱정 버리기를 실천하게 해 준 순간.


이렇게 나의 산티아고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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