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더라도 두렵더라도 도전할 가치가 있다,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꿈 많은 학생 시절, 20살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다. 나는 '내가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놨더란다. 많은 다짐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혼자 여행 가기였다.
어릴 적부터 소심한 성격이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척 신경 썼다. '이렇게 해도 될까?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저 사람이 싫어하면 어떡하지?' 늘 눈치를 봤고 배려만 하던 나. 정작 나를 배려하지는 못한 채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치 않은 일도 노력하고 열심히 하려다 점점 지쳐갔다.
그렇게 밖에서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고 배려한 뒤 집에 돌아와서도 편히 쉴 수 없었다. 1남 2녀의 장녀, 집안에서도 똑 부러지는 장녀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집에서조차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자 했던 나는 어디에서도 나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떠나고 싶었다. 온전히 혼자서.
생애 처음으로 혼자서 여행을 간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갓 성인이 된 '여자아이'가.
10년 전에는 지금처럼 혼자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뿐더러, 여성전용 숙소나 1인분의 식사 등, 혼자 여행을 온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갖춰지지 않았을 때였기에. 또 모든 것을 나 혼자서 알아보고 준비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컸다.
그래도 나는, 참으로 '무모하게' 추진해갔다. 지금 생각해봐도 20살짜리가 겁도 없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준비했었으니 말이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던 걸까? 아니, 용감했던 것보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안전이나 두려움 보다도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그렇게 나는 여행을 계획했다.
어디로 갈까? 해외는 조금 무서우니 국내로 갈까?
볼거리가 많았으면 좋겠어! 혼자서도 심심하지 않게.
자연경관도 아름다운 곳이었으면 좋겠다, 멍하니 앉아 있어도 좋은 곳으로.
지금은 내가 어떤 여행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이때는 나의 첫 여행이었기에 고민이 참 많았다. 늘 남에게 맞추느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으며,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한 여행은 처음이었기에. 그렇게 많은 고민 끝에 경주로 정하게 되었고, 경주는 나에게 아주 안성맞춤인 여행지였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왔던 곳이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스스로 공부할 때에는 재미있지만, 옆에서 '공부해'라고 이야기하면 공부하기 싫어지는 느낌처럼? :) 어쩔 수 없이 갔던 경주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경주는 많이 달랐고 재미있었다. 새롭게 보이던 문화재들과 그에 얽혀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였다.
또한 경주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시간.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걸어가던 시간이다.
사실 의도된 시간은 아니었다. 불국사를 구경한 후, 석굴암에 가려다 보니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기에는 아까웠던 차에 보게 된 [불국사 → 석굴암] 표지판. 시간도 많았던 나는 무작정 표지판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걷던 2시간. 지금도 그때 걸으며 들었던 '김동률의 출발'을 듣게 되면 다시 그 길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예정에도 계획도 없던 그 시간은 지금까지 경험한 여행 순간들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히는 순간이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이 무조건 즐겁고 좋지만은 않았다. 처음이다 보니 서툰 것들도 많았고, 계획대로 되지 않던 상황들도 많았다. 혼자서 여행을 왔다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을 신경 쓰는 내 모습 또한 마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곳이기에,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이기에, 내가 지내던 곳 보다는 어떤 상황이든 조금 쿨하게 넘길 수도 있었다. 처음으로 혼자 밥을 먹는 것도 힘들었다. 혼자 밥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은데, 용기를 내 들어간 식당에서는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결국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다. 지도를 보고 가다가 길을 잃기도 하고, 기대를 하고 도착한 박물관은 휴관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즐거웠다. 당황스러운 상황들이었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안도감과 자신감이 생겼다. 별게 아니다,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라는 생각들이 '어린' 나의 마음속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첫 여행을 통해서 나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여행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계획대로 되었을 때의 행복,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 당황스러운 즐거움까지!
혼자 여행을 떠나는 나에게 혼자 가면 심심하지 않냐고, 주위에서 묻고는 하지만
나의 소리를, 내 마음을 듣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이 복잡한 관계들 속에서 잠시 쉬면서. 제일 중요한 나와의 관계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혼자 떠나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이야기 하고는 한다.
누구에게든 꼭 한 번쯤은 혼자만의 여행을 도전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